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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역마차’를 다시 보다.
진원종
영화 ‘역마차(Stage coach)’를 재미있게 감상했다. 젊은 시절에 극장에서 본 기억이 있고 수 년 전에도 TV로 보았으나, 최근에 이 영화가 게리쿠퍼의 ’하이눈’, 앨런래드의 ‘셰인’과 더불어 미국의 서부영화 3대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인터넷으로 다시 찾아보게 된 것이다.
영화‘역마차’는 어네스트 헤이콕스의 단편소설 <로즈버그로 가는 역마차>를 1939년에 영화로 제작했는데 존 포드(1894-1973) 감독이 존 웨인(1907~1979)을 일약 스타로 만든 영화다. 존 웨인은 이 후 ‘황색리본’, ‘리오그란데’, ‘알라모’,‘그린베레’, 등 50여 년간 20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고 감독도 했다. 과묵한 카우보이나 강인한 보안관 이미지를 잘 묘사하였고 ‘진정한 용기’에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러나 말년에 암으로 생을 마감한다. 배우이자 감독인 오손웰스는 ‘역마차‘를 40 번 이상이나 보며 영화의 모든 것을 배웠다고 전해진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미국의 서부 애리조나 주 ‘톤토’ 마을에 동부에서부터 달려온 ‘로즈버그’ 행 역마차가 들어선다. 말 여섯 필이 끄는 마차에는 남편인 기병대 장교를 만나려고 버지니아에서부터 온 미모의 맬로리 부인(루이즈 플렛)이 타고 있다. 그리고 이 마을에서 부녀회의 의결로 추방된 술집 여인 달라스(클레어 트레버), 알코올 중독으로 집주인에게 쫓겨난 의사 닥 분(토마스 미첼), 위스키 외판원이며 소심한 피콕(도날드 믹), 겉모습은 신사연하지만 사기 도박꾼인 햇 필드(존 캐러딘), 공금을 훔치고, 몰인정하며 매사에 불만을 터트리는 은행장 게이트 우드(버튼 처칠) 등이 더 탄다. 그리고 마차 앞자리에는 떠벌이지만 책임감 강한 마부 벅(앤디 데빈)과 충직하면서 포용력도 있는 보안관 컬리(조지 뱅크로프트)가 자리하고 있다. 컬리는 ‘로즈버그’에 수배자인 플러머 형제가 와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그들을 체포하러 가는 길이다.
주인공인 링고(존 웨인)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쫒기는 탈옥수 총잡이지만 착하고 긍정적적인 청년이다. 아버지와 동생을 살해한 플러머 3형제에게 복수하기위해 ‘로즈버그’로 가는 도중 타고 가던 말이 부상을 당해 중간에서 역마차를 세운다. 컬리 보안관은 링고에게서 총을 압수하고 태워 준다. 역마차에는 이렇게 다양한 모습의 인간 군상들이 이틀간 같이 여행하며 소소한 언쟁도 하고 사랑의 눈길도 보내면서 가는 모양이 마치 인생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역마차의 일행들은 목적지까지 가는 도중에 악명 높은 인디언 제로니모가 이끄는 아파치의 습격이 빈번하다는 소식을 미리 전해 듣고 불안해했지만 기병대가 중간까지는 호위해준다고 해서 가기로 합의를 하고 출발한다. 링고는 달라스에게, 도박꾼 햇필드는 맬로리 부인에게 물도 주고내릴 때 손도 잡아주며 친절을 베푼다.
호위하고 가던 이곳 기병대는 갈림길에서 헤어지고 멜로리 남편이 있다는 ‘드라이 포크’에 도착했으나 그 기병대는 이미 다음 역으로 떠나버렸다. 역마차는 다시 일곱 시간이나 걸려 ‘아파치 웰즈’라는 중간 역에 도착한다. 그러나 그 곳 역시 기병대는 없고 맬로리 대위는 아파치와의 전투로 부상을 입고 ‘로즈버그’로 이송되었다고 한다. 하룻밤 묵을 준비를 하는 와중에 멜로리 부인은 피로의 누적과 진통으로 쓰러진다. 임신했다는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마을에서부터 멸시 받던 달라스의 정성어린 도움과 주정뱅이 닥 분의 진중한 실력발휘로 여아를 순산하게 되자 일행들은 함께 기뻐하고 축하해준다. 링고는 달라스에게 국경 근처에 작은 농장이 있으니 일 끝나면 같이 가자고 하는데 달라스는 지금 도망가면 나중에 뒤따라가겠다고 한다. 링고가 도망치려고 하는 순간 언덕에서 아파치가 전투신호 보내는 것을 발견한다.
드디어 아파치들의 공격이 시작된다. 활과 총을 쏘며 거리를 좁혀오는 아파치에 맞서 보안관과 링고 등 역마차에서도 반격을 가한다. 광활한 서부의 황야에서 야수같이 달려드는 아파치들은 금방이라도 역마차를 몰살시킬 기세로 달려든다. 외판원과 마부 가 부상을 당하지만 링고의 사격솜씨가 빛을 발하며 아파치들을 한명씩 쓰러트린다. 그러나 도박꾼은 총에 맞아 죽는데 실탄마저 떨어졌다. 이제 죽느냐 사느냐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 맬로리 부인의 귀에 기병대의 진격나팔소리가 들려온다. 바람을 가르며 달려온 기병대는 아파치를 물리치고 승객들을 구한다. 역동적이며 속도감 있는 멋진 반전이었다.
드디어 역마차는 목적지 ‘로즈버그’에 도착하는데, 링고가 왔다는 소식에 플러머 형제와 마을주민들은 긴장한다. 공금을 횡령한 은행장은 무전으로 연락 받은 이곳 보안관에게 즉시 체포되고, 링고는 복수를 위해 밤거리로 향한다. 링고와 플러머 형제의 대결은 링고의 승리로 끝나고, 달라스는 링고에게 달려가 안긴다. 정의와 사랑의 승리다. 보안관과 닥 분은 농장으로 떠나는 두 사람의 행복을 빌어준다.
왜 서부영화의 매력에 빠지는 것일까. 그것은 속임수와 몰염치가 만연하고, 목적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마키아벨리적 권모술수가 번지고 있는 현시대에,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정면승부를 택했던 서부 사나이들의 당당한 모습에서 대리만족을 얻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존포드 감독은 서부영화를 단순한 권선징악구도를 넘어 인간사회의 다양한 구조 속에서 천대받는 사람들을 사랑으로 포용해주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하고 있다. ‘역마차‘의 경쾌한 주제곡이 지금도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노년의 시간
진원종
만물이 소생하는 생명의 봄이다. 매화, 개나리, 진달래, 산수유, 목련화, 벚꽃 등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들이 만발하고 있다. 이 꽃 들은 짧은 시간동안 피었다가 시들지만 내년에 또다시 피어날 것이다. 인간의 삶도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이 있다. 만약에 인간의 생명이 시들었다가 꽃처럼 다음해에 다시 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인생의 겨울을 살고 있는 노년들은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다고 느끼는데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20여 년간 공직에 있다가 퇴직을 하고 회사생활도 수 년 해본 후, 봉사활동 몇 가지를 체험했다. 학생시절부터 여름방학이면 농촌봉사를 했지만, 은퇴 후에는 주부학교라는 데서 한글과 영어교사로, 초등학교 문화유산 강사와 방과 후 교실 영어선생 등으로 봉사했다. 활동시간은 일주일에 한 번 두어 시간씩 하는 것이었지만 보람도 느꼈고 재미도 있었다. 무슨 일이든 새로운 일에 도전해 본다는 것은 항상 약간의 긴장감을 갖게 되고 삶의 활력소가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수필문학이라는 분야에 참여해서 소재를 찾고 글을 쓰고 퇴고를 하며 원고를 완성해나가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도 큰 보람을 느끼게 된다.
노년이라고 하면 공식적으로 65세부터 인정하고 있는데, 요즘 노인복지관에서는 60세 이상이면 회원이 될 수 있어서 노년들이 넘쳐나고 있다. 그래서인지 70세 이상을 노년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어느 시골에서는 80넘은 할머니들이 마을회관에서 화투를 치다가 다투고 결국은 사이다병에 농약을 타서 살해하는 사건이 터졌다. 평화롭고 인정 넘치던 우리의 농촌마을이 언제부터 이렇게 삭막하게 변했을까. 그런가 하면 2015년8월15일 광복 70주년을 맞아, 방송국에서 45년생 해방둥이 45명을 선발해서 부른 합창공연은 그 연습과정부터 너무나 부럽고도 감동적인 것이었다. 페루의 잉카문명 유적 중에는 돌을 12각형으로 깎아 주춧돌을 쌓은 미술관이 있는데 지금까지 몇 번의 강진(强震)에도 끄떡없었다고 한다. 그 주춧돌이 좌우상하의 돌들과 정교하게 아귀가 잘 들어맞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복잡한 인간관계속에서도 합창을 부르듯 상호 조화와 화음을 이루며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생로병사(生老病死) 의 순서대로라면 노후에는 병이 온다는데, 의료기술의 발달과 건강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평균 수명은 81세를 넘었고, 이젠 90세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무료하게 시간을 보낸다면 그만큼 생명과 건강을 해치는 일이 될 것이다. 노년이 되면 스스로 자기 건강을 챙기면서 취미활동도 하고, 소소한 봉사라도 하며 살아야하는 게 아닐까.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과, 또 좋은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더는 바랄게 없을 것이다. 60년대 초, <영원과 사랑의 대화>라는 수필집으로 유명했던 김형석 교수는 얼마 전 방송에 출연해서, 2년 후 98세가 되면 사랑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사랑은 인간의 영원한 화두요 귀착점인가. 여기에 19세기 영국의 역사학자 토마스 칼라일의 <Today>라는 시를 덧붙여 본다.
Today(오늘)
Thomas Carlyle
So here hath been dawning Another blue day
보라 푸르른 새날이 밝아오누나
Think, wilt thou let it slip useless away?
그대 생각해보라, 이 하루를 헛되이 보낼 것인가?
Out of Eternity, This new Day is born
영원에서부터 이 새날은 태어나
Into Eternity, At night, will return.
영원 속으로, 밤이 되면 돌아가리니
So here hath been dawning Another blue day
보라, 푸르른 새날이 밝아오누나
Think, wilt thou let it slip useless away?
그대 생각해보라. 이 하루를 헛되이 보낼 것인가?
약력#
‘43년 남원시 죽항동 출생.
‘99년 ‘수필과비평’으로 등단
전북 수필과비평 작가회장 역임
제24회 전북수필문학상 수상
수필집: 「그곳에 가고 싶다」.
이메일: j374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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