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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릿한 하늘 여행 하동 금오산 집와이어
어릴 적 미국 드라마에 나오는 타잔은 밀림을 거의 날아다녔다. 공중에 몸을 날려 줄을 잡고 나무와 나무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는 타잔의 모습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타잔보다 더 멀리 더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집와이어(zip-wire)는 기둥과 기둥을 와이어로 연결해 도르래를 타고 활강하는 이색 스포츠다. 와이어에 몸을 맡긴 채 상공으로 발 디딜 용기만 있다면 누구든 밀림의 왕자가 될 수 있다.
하동 금오산 정상에는 아시아에서 가장 긴 집와이어가 있다. 해발 850m의 산꼭대기에서 도착지까지 총 3.2km에 달하는 거리를 최고 시속 120km로 내려오는 코스다. 소요 시간은 불과 5분. 그야말로 담력 테스트하기 좋은 익스트림 스포츠다. 겁에 질린 얼굴로 순서를 기다리는 대열에 기자도 합류했다. 집와이어를 타려면 하네스와 헬멧을 착용해야 한다. 하네스는 다리와 등, 어깨를 동시에 지탱하는 안전장비다. 그리고 자신의 몸무게에 맞는 트롤리(도르래)를 하네스와 연결한 후 와이어에 단단히 고정한다. 간단한 안전 수칙만 지키면 별다른 요령 없이도 쉽게 즐길 수 있다. 그렇게 타잔이 아닌 우리는 온몸을 꽁꽁 무장한 채 출발 데크에 섰다. 한 걸음만 잘못 내디뎌도 수천 길 낭떠러지로 추락할 것 같은 아찔함에 오금이 저려온다. 직원의 도움으로 천천히 자세를 잡아보지만 쉽사리 안정되지 않았다. “다시 내려가고 싶다”는 기자의 하소연에 돌아오는 안전요원의 묵직한 한마디가 간담을 더욱 서늘하게 했다. “다시 내려가는 방법은 하나(집와이어)밖에 없습니다.”
풍경과 스피드를 동시에 즐긴다 “5, 4, 3, 2, 1” 카운트다운에 이어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 터지고, 와이어에 매달린 몸이 미끄러지듯 허공으로 빨려 들어갔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듯 무섭게 질주하는 것도 잠시. 심장이 내려앉는 느낌이 몇 초 동안 지속되더니 이내 답답한 가슴이 뻥 뚫린다. 첫 비행에 성공한 어린 새처럼 조심스레 몸을 뒤로 당겨 속도를 내본다. 이윽고 두려움이 사라지자 발아래 풍경을 감상할 여유도 생긴다. 겹겹이 쌓인 산등성이 너머로 푸른 다도해의 절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벅차오르는 감정이 절정에 달할 무렵 첫 번째 환승지에 다다랐다. 금오산 집와이어는 두 번의 환승으로 세 구간을 거쳐야 비로소 도착지에 이른다. 속도감을 즐기는 1구간(732m)과 달리 2구간(1487m)·3구간(967m)은 비교적 경사가 완만해 주위 풍경을 느긋하게 둘러볼 수 있다. 사진촬영도 가능하다. 대구에서 온 김영성(39) 씨는 “TV에서 봤을 때는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막상 타보니 안정감 있고 편안하다”며 “패러글라이딩의 하늘을 나는 기분과 롤러코스터의 짜릿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지난달 기준 탑승객 4만 돌파 하동군, 금오산 케이블카 계획 지난해 9월 문을 연 하동 금오산 집와이어는 이미 탑승객 4만 명을 넘었다. 집와이어를 타려면 먼저 매표소에서 탑승권을 구입 후 몸무게를 재야 한다. 체중에 맞는 하네스와 트롤리를 지급받아 전용 차량을 타고 출발지인 금오산 정상까지 20분가량 오른다. 금오산 케이블카가 완공되는 내년 말부터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까지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이용시간: 월~일요일 오전 9시~오후 5시 •탑승제한: 키 130cm 미만 200cm 초과, 체중 35kg 미만 110kg 초과 •요 금: (평일) 성인 4만 원, 청소년 3만5000원, 어린이 3만 원 (주말) 성인 4만5000원, 청소년 4만 원, 어린이 3만5000원 (할인) 하동군민, 장애인, 국가유공자 •주 소: 하동군 금남면 경충로 493-9
글 이한나 기자 사진 이윤상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