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친환경 "퇴비화 화장실" 쓰자 어릴 적 시골 외가에서는 잿간에 오줌을 누도록 했다. 그 오줌은 바둑이의 배설물이나 재, 음식 찌꺼기 등과 잘 섞여 농사철에 요긴한 퇴비로 쓰였다. 또 ‘똥장군’이라 불리던 들통에 분뇨를 담아 구덩이에 모으던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불과 30∼40년 전만 해도 농민들은 한 해 농사를 마치면 이웃 도시의 가정집 변소를 찾아 돈을 받기는커녕 ‘단골집’을 뺏기지 않으려고 경쟁적으로 분뇨를 수거해 퇴비로 이용했다고 한다.
‘똥살리기 땅살리기’의 저자 조지프 젠킨스는 이 같은 우리의 전통 농법을 극찬하며 20년 넘게 직접 실천해온 미국인이다. 책의 원제목은 ‘인분 안내서’. 저자는 사람의 분뇨를 가정에서 어떻게 퇴비로 만들어 농사에 이용하는지 자세히 설명한다. 또 다양하고 방대한 자료를 인용, 인분 등을 버리는 데 급급해 지구환경을 위협하는 ‘병원성 생물’이 된 인류와 이를 바탕으로 한 서구문화를 꼬집는 문명비판서이기도 하다.
‘퇴비화 변기’에 ‘볼일’을 처리하면서 오수 한 방울 흘려보내지 않았다는 젠킨스는 이웃 친구와 친지의 외면에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 결실인 ‘똥살리기 땅살리기’는 책을 내줄 출판사를 찾지 못해 처음 자비로 250권만 인쇄했다. 국내외 언론을 타면서 전 세계 퇴비화 변기 보급에 한몫 했다.
젠킨스는 똥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기 싫어하는 서구의 잘못된 고정관념이 깨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분은 폐기물이 아니라 자원(거름)이며, 그렇게 볼 때야 이를 활용할 수 있는데도 버려야 할 폐기물이라고 믿음으로써 인류 스스로 엄청난 짐을 지고 있다는 것. 즉 인류는 먹을 물을 대소변으로 더럽힌 뒤 다시 그 물을 마시려고 정화하는 데 돈을 펑펑 쓰고 있으며, 오염의 원인이 되고 비용도 비싸면서 그 장소 또한 점점 구하기 힘든 매립에만 매달리는 형편이다.
인간 배설물 처리의 문제점은 1999년 젠킨스의 경험에서도 잘 드러난다. 당시 새 천년을 컴퓨터가 인식하지 못해 나타날 불상사, 즉 ‘Y2K 사태’에 대비하던 정부의 위기대응팀은 단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그에게 조언을 요청했다. 전기 물 식품 연료의 공급이 오랫동안 차단될 것이라는 지적에는 대응책을 세웠으나, 변기를 씻어 내리지 못해 쌓이는 똥오줌은 환경오염과 이에 따른 전염병 창궐을 감수하고라도 그냥 내다버릴 수밖에 달리 뾰족한 방법이 없었던 것.
그럼에도 서구인은 수돗물에 용변을 보지 않으면 야만인으로 여기고 있다. 젠킨스는 어릴 적 한국전에 참전했던 군인들이 “한국인은 (농사를 위해) 자신의 화장실을 행인들이 이용하도록 꾸며 놓는다”며 비웃던 장면을 떠올리면서 미국인의 어리석음을 개탄한다.
젠킨스는 수세식 화장실 대안으로 퇴비화 화장실을 제안한다. 톱밥 등을 채운 들통에 대소변을 본 뒤 이를 다른 유기물과 섞어 퇴비실에서 숙성하는 것. 그는 일정한 훈련만 거치면 냄새 없이 위생적으로 운영할 수 있으며, 끝 없는 처리비용이 드는 수세식에 비해 운영비도 저렴한데다 부식토라는 덤까지 얻는다고 충고한다.
화학비료 없이 4000년 넘게 농사를 지어 오면서도 서양과는 달리 토지를 황폐화시키지 않은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인도 등 아시아의 ‘인분 농법’에서 ‘똥 살리기는 땅 살리기다’라는 명제가 증명되고 있다고 그는 밝힌다. 젠킨스의 말대로라면 ‘똥대가리’나 ‘머리에 똥만 찼느냐’는 등의 욕지거리가 반시대적 발언으로 지탄받을 날이 머지않아 오지 않을까. 녹색평론사 8000원
- 황계식 기자 (2004-03-06)
세계일보| 친환경 "퇴비화 화장실" 쓰자 어릴 적 시골 외가에서는 잿간에 오줌을 누도록 했다. 그 오줌은 바둑이의 배설물이나 재, 음식 찌꺼기 등과 잘 섞여 농사철에 요긴한 퇴비로 쓰였다. 또 ‘똥장군’이라 불리던 들통에 분뇨를 담아 구덩이에 모으던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불과 30∼40년 전만 해도 농민들은 한 해 농사를 마치면 이웃 도시의 가정집 변소를 찾아 돈을 받기는커녕 ‘단골집’을 뺏기지 않으려고 경쟁적으로 분뇨를 수거해 퇴비로 이용했다고 한다.
‘똥살리기 땅살리기’의 저자 조지프 젠킨스는 이 같은 우리의 전통 농법을 극찬하며 20년 넘게 직접 실천해온 미국인이다. 책의 원제목은 ‘인분 안내서’. 저자는 사람의 분뇨를 가정에서 어떻게 퇴비로 만들어 농사에 이용하는지 자세히 설명한다. 또 다양하고 방대한 자료를 인용, 인분 등을 버리는 데 급급해 지구환경을 위협하는 ‘병원성 생물’이 된 인류와 이를 바탕으로 한 서구문화를 꼬집는 문명비판서이기도 하다.
‘퇴비화 변기’에 ‘볼일’을 처리하면서 오수 한 방울 흘려보내지 않았다는 젠킨스는 이웃 친구와 친지의 외면에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 결실인 ‘똥살리기 땅살리기’는 책을 내줄 출판사를 찾지 못해 처음 자비로 250권만 인쇄했다. 국내외 언론을 타면서 전 세계 퇴비화 변기 보급에 한몫 했다.
젠킨스는 똥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기 싫어하는 서구의 잘못된 고정관념이 깨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분은 폐기물이 아니라 자원(거름)이며, 그렇게 볼 때야 이를 활용할 수 있는데도 버려야 할 폐기물이라고 믿음으로써 인류 스스로 엄청난 짐을 지고 있다는 것. 즉 인류는 먹을 물을 대소변으로 더럽힌 뒤 다시 그 물을 마시려고 정화하는 데 돈을 펑펑 쓰고 있으며, 오염의 원인이 되고 비용도 비싸면서 그 장소 또한 점점 구하기 힘든 매립에만 매달리는 형편이다.
인간 배설물 처리의 문제점은 1999년 젠킨스의 경험에서도 잘 드러난다. 당시 새 천년을 컴퓨터가 인식하지 못해 나타날 불상사, 즉 ‘Y2K 사태’에 대비하던 정부의 위기대응팀은 단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그에게 조언을 요청했다. 전기 물 식품 연료의 공급이 오랫동안 차단될 것이라는 지적에는 대응책을 세웠으나, 변기를 씻어 내리지 못해 쌓이는 똥오줌은 환경오염과 이에 따른 전염병 창궐을 감수하고라도 그냥 내다버릴 수밖에 달리 뾰족한 방법이 없었던 것.
그럼에도 서구인은 수돗물에 용변을 보지 않으면 야만인으로 여기고 있다. 젠킨스는 어릴 적 한국전에 참전했던 군인들이 “한국인은 (농사를 위해) 자신의 화장실을 행인들이 이용하도록 꾸며 놓는다”며 비웃던 장면을 떠올리면서 미국인의 어리석음을 개탄한다.
젠킨스는 수세식 화장실 대안으로 퇴비화 화장실을 제안한다. 톱밥 등을 채운 들통에 대소변을 본 뒤 이를 다른 유기물과 섞어 퇴비실에서 숙성하는 것. 그는 일정한 훈련만 거치면 냄새 없이 위생적으로 운영할 수 있으며, 끝 없는 처리비용이 드는 수세식에 비해 운영비도 저렴한데다 부식토라는 덤까지 얻는다고 충고한다.
화학비료 없이 4000년 넘게 농사를 지어 오면서도 서양과는 달리 토지를 황폐화시키지 않은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인도 등 아시아의 ‘인분 농법’에서 ‘똥 살리기는 땅 살리기다’라는 명제가 증명되고 있다고 그는 밝힌다. 젠킨스의 말대로라면 ‘똥대가리’나 ‘머리에 똥만 찼느냐’는 등의 욕지거리가 반시대적 발언으로 지탄받을 날이 머지않아 오지 않을까. 녹색평론사 8000원
- 황계식 기자 (2004-03-06)
중앙일보| 땅을 살리는 기적 "똥의 연금술" 한국인에게는 더 이상 친근할 수 없는 게 이 책이다. 인분 퇴비 만드는 얘기이니까. 예전 시골의 일상이 그것이었고, 똥에 대한 뿌리깊은 친화력은 최근 젊은층의 엽기 바람 속에 부활했다. ""똥 아바타""까지 등장했지 않았는가. 당장 서점을 가 보라. 그림책 장르도 똥을 소재로 한 양서들이 부지기수다. 의아한 점은 저자가 예찬하는 아시아의 인분퇴비 전통과 달리 서구사회의 지독한 똥 혐오증이다.
""똥 살리기 땅 살리기"" 저자 젠킨스(캐리커처)가 인분퇴비로 재배한 푸성귀로 손님을 대접하기로 했다. 그걸 눈치 챈 영국인 부부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는 똥을 먹지는 않습니다."(144쪽) 사실 1백년 전 미국 정부는 법으로 인분을 퇴비로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눈꼽만큼의 오줌과 똥에 들어 있는 병원균은 인체에 치명적"이라는 이유로. 놀라운 점은 두 가지다. 이런 똥 혐오문화 속에서 등장한 똥타령의 책은 거의 배교(背敎)수준이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똥에 분석적인 접근은 가히 압권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20년의 인분퇴비 노하우를 지구촌 생태문제, 혹은 노장(老莊)사상과 연계시킨 이 미국인 저자의 문제의식 역시 이 책을 돋보이게 한다.
책에 따르면 1g의 똥에 담긴 세균은 1조마리. 과연 질겁할 만하다. 그러나 똥을 "양질의 와인 숙성시키듯"(저자 표현 그대로다) 퇴비로 만드는 과정에서 기적은 시작된다. 톱밥에 섞인 채 잘 익은 똥 속에서는 어떠한 바이러스나 회충알도 사멸한다. 퇴비 연금술은 똥을 훌륭한 부식토로 바꿔준다. TNT.중금속, 심지어 방사능에 오염된 토양까지 분해해 준다는 게 저자의 실험결과다. 똥냄새도 해결된다.
"숙성이 끝난 싱싱한 퇴비를 농장에 온 친척의 코 앞에 들이밀었다. ""와우, 냄새 끝나는데!"" 똥내가 아니다. 비옥한 흙에서 풍기는 향내에 친척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던 것이다." (158쪽) 배설 직후 톱밥이나 왕겨 등 유기물을 덮어 양질의 퇴비를 만드는 요령, 이 변기를 집안에 설치하는 노하우, 퇴비더미 관리까지 담겨 있어 ""똥과 퇴비의 과학 ""으로 훌륭한 책이""똥 살리기 땅 살리기""다.
책을 읽다보니 시인 김용택의 어머니 얘기가 떠오른다. "내가 눈 똥을 내가 3년만 먹지 않으면 사람은 모두 죽어."(""섬진강 이야기""제2권 109쪽). 이 책은 그 노모는 소설가 빅토르 위고가 말했던 지혜를 가졌고, 몸소 실천했던 분임을 확인케 해준다. "인분이야말로 훌륭한 비료다. 이 퇴비 더미가 바로 꽃들이 만발한 화단이고, 식탁 위의 빵이다"(46쪽 빅토르 위고의 말 인용)
그와 달리 똥을 버려야 할 쓰레기로 취급해 마구 방류하고, 그래서 먹을 물까지 오염시키는 거대한 잘못 대신 자연순환 시스템 속에 편입시켜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설득력이 높다.
김재호 - 서른이 넘어 민속학을 시작해서 사년 여 동안 민속박물관에 근무하기도 했다. 지금은 경상도 산골에서 행복하게 예닐곱 마지기의 논밭을 손수 짓고 있다. 농사를 짓기 시작한 서너 해 만에 겨우 벼농사를 혼자 지을만하게 되었고 더불어 간간히 대학에서 민속학을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 특히 산골 사람들의 삶을 비롯해 물과 관련된 문화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물레방아, 연자방아, 산간 농촌의 수리, 기우제 등에 관한 논문들을 발표한 적이 있다.
이제호 - 중앙대학교 회화과에서 공부하고, 1995년부터 세밀화를 그리고 있다. 나무와 풀을 좋아해 지금은 충청도 충주의 한 시골 폐교에다 화실을 차렸다. 그동안「세밀화로 그린 보리 어린이 식물도감」「세밀화로 그린 보리 어린이 동물도감」「나무도감」들을 그렸다.
둘,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필요한 농사연장 김매기의 귀재, 호미 풀이 대우 받던 시절의 낫 갈고 일구고 고르고 김매는 연장, 괭이 삽, 농기구 맞아? 발이 있어 발고무래, 이가 나서 이곰배 밀고 당기면서 지심 매는 귀농1호, 당밀게 신명나게 터는 연장, 도리깨 고리장이 만든 키 귀신도 다 세지 못한 쳇불 구멍 농사보다는 눈을 치기에 더 적합한 넉가래 거름 내는 연장, 거름대 힘만으로 되지 않는 지게질 액은 쓸고 복은 담는 빗자루 소낙비에도 좋은 밀짚모자 장작 패는 도끼질 꽉지치기 하던 시절의 갈퀴
셋, 생태 농업을 위해 더 갖추어야 할 농사연장 논밭 갈기의 명수, 쟁기 논밭을 써는 써래 땅을 고르는 번지 소 없으면 사람이 끄는 후치 세손목 한카래, 일곱목 한카래 씨앗을 담는 종다래끼 똥 푸면 똥장군, 오줌 푸면 오줌장군 풋바심에 좋은 홀태 물을 이용한 물레방아 사람의 힘으로 찧는 디딜방아 가정용 분쇄기, 멧돌
넷, 갖추기 어렵지만 옛 삶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농사연장 우리나라 전통 수리 정책과 수리 방식의 특징 설렁설렁 푸는 용두레 혼자 푸는 두레 둘이 푸는 맞두레 발로 밟는 무자위 임금님에서 뭇 백성까지 입었던 비옷, 도롱이 멍석 한 닢 떼어야 풋굿을 먹지 개상으로 하던 타작마당 ‘와릉! 와릉!’ 탈곡기 소가 찧는 연자방아 김치냉장고의 원조, 나무김칫독 동그랗다고 도래방석, 맷돌을 앉힌다고 맷방석
건강한 자연과 땅에서 일군 지혜와 함께 저자 자신이 만든 "태평농법"의 모든 것을 들려 준다. 태평농법은 경비와 노동력을 줄이고도 효과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방법이다. 이 농법은 비료나 농약 같은 화학물질을 전혀 쓰지 않는다. 때문에 각족 미생물과 해충의 천적이 논과 밭에서 자유롭게 활동한다. 또, 이 농법으로 생산된 농산물은 사람들의 건강에도 좋다. 그래서 태평농업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좀 전문적으로 태평농법을 설명하면 이렇다. "태평농법은 무경운 건답직파 이모작재배 농법으로 5월 중순에서 6월 중순경 하곡 수확과 동시에 추곡을 파종하고, 10월 중/하순경에 추곡 수확과 동시에 맥류를 파종하는 방식이다." 저자는 스스로를 "게으른 농부"라 칭하지만, 그도 새벽 다섯 시면 자리에서 일어나는 전형적인 농부의 생체리듬을 지녔다.
중앙일보| ""건강한 자연과 땅에서 일군"" 생명의 지혜... 2001-02-24 전작 <모든 것은 흙 속에 있다>(양문 ·1999) 에서 이미 흙을 딛고 땀 흘리는 자의 "살아있는 생명철학"을 선보였던 농사꾼 이영문(47) 씨가 펴낸 신간 <이 세상에서 가장 게으른 농사꾼 이야기>는 이땅의 지식인들을 거듭 부끄럽게 한다. 경남 하동의 촌부가 쓴 그 글들에서 뜻밖에도 도가의 무위(無爲) 사상이나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자연주의 철학까지 감지하게 되는 것이다. <…농사꾼 이야기>는 부분적으로 앞서의 책과 중복되는 감이 없지 않지만, 저자는 한층 더 넓어진 시야와 자신감있는 언어로 ""인간과 경제, 그리고 과학문명이 자연의 일부로서 행복하게 어깨동무하는"" 앞날을 그려 보인다.
중앙일보| ""건강한 자연과 땅에서 일군"" 생명의 지혜 전작 <모든 것은 흙 속에 있다>(양문 ·1999) 에서 이미 흙을 딛고 땀 흘리는 자의 "살아있는 생명철학"을 선보였던 농사꾼 이영문(47) 씨가 펴낸 신간 <이 세상에서 가장 게으른 농사꾼 이야기>는 이땅의 지식인들을 거듭 부끄럽게 한다.
학력이라곤 중학교 중퇴가 전부지만 무공해 작물 생산법인 "태평농법"의 보급자로 가장 유명한 농부가 된 이씨의 책들은 환경 에세이집이나 대중적 농법서로도 추천할 만 하지만 "과학적 통찰이 담긴 철학서"로도 손색이 없다.
경남 하동의 촌부가 쓴 그 글들에서 뜻밖에도 도가의 무위(無爲) 사상이나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자연주의 철학까지 감지하게 되는 것이다.
<…농사꾼 이야기>는 부분적으로 앞서의 책과 중복되는 감이 없지 않지만, 저자는 한층 더 넓어진 시야와 자신감있는 언어로 ""인간과 경제, 그리고 과학문명이 자연의 일부로서 행복하게 어깨동무하는"" 앞날을 그려 보인다.
◇교과서가 아닌 자연에서 배운다=모를 심지도 않고, 쟁기질·써레질도 않고, 농약과 비료도 치지 않는 ""게으른 농부""지만 ""생태계의 비무장지대""인 3만6천평의 논을 둘러보는 일은 이씨의 중요한 일과다.
그의 사고의 모든 논리적 잣대는 자연에 대한 그같은 애정의 관찰에서 나온다. 예를 들어 거미 ·무당벌레 ·개미 ·진딧물 ·무궁화 등의 얽히고 설킨 먹이관계에 대한 묘사는 살아있는 생물학 교과서로 읽힌다.
여기에 저자는 그 관계를 이용해 자연이 스스로 농사짓게 만드는 법을 보여줌으로써 화학농법의 폐해를 고발하는데까지 나간다. 특히 나무에 대한 관찰에서 출발, 인체의 생리구조와 인간 ·자연 간의 관계론으로까지 사유의 지평을 넓히는 대목은 저자의 내공을 가늠케 한다.
그는 ""나무는 뿌리도 중요하지만 산소 동화작용을 통해 물도 함께 빨아올려주는 잎이라는 말초 없이는 생명을 유지하기 힘들다""면서 인간 역시 모세혈관이 없다면 심장 하나의 힘만으로는 원활한 혈액순환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추론해 보인다. 즉 ""동물이나 식물이나 말초와 중심부가 유기적으로 소통하며 제 몫을 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으며, 모든 말초가 각자 제 몫을 충실히 해낼 때 모두가 또한 중심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자연과 기계의 "쌍두마차"를 끌자〓하지만 인간의 생태계 파괴는 이미 부메랑이 되어 날아들고 있다. 그는 말한다.""짐승을 길들이고, 산천의 형태를 바꾸고, 놀랍도록 도구를 발전시켰지만 날이 갈수록 불행을 쉽게 느끼고 몸은 자주 아프지 않은가. 원인은 단 하나, 스스로를 끊임없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여기는 오만 때문이라는 사실을 나는 농사를 지으면서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저자가 문명을 거부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뛰어난 기계공이었던 그는 땅도 살리고 기계도 살리고자 한다. 그래서 현재 저자가 개발하고 있는 것이 ""우리 들에 맞는"" 튼튼한 파종기다. 에너지 소비와 공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자동차 역시 그의 연구 대상이다.
또 ""이땅에서 자생할 수 있고 그 씨앗을 받아 다시 심었을 때 여전히 살아남는 것""이야말로 토종이라면서 현재 아열대성으로 바뀌고 있는 우리나라의 기후에 맞춰 커피를 비롯한 다양한 아열대·열대 작물들을 실험재배하고 있다.
품종 개량 역시 유전자 조작과 같은 방법이 아니라 꽃가루를 섞어주며 변화를 살피는 등 최대한 자연상태를 유지해줘야만 제대로 된 건강한 종자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농부의 글답게 농업 정책 당국자들이 귀담아 들을 만한 내용도 많다. 그러나 더 큰 알맹이, 즉 ""건강한 자연과 땅에서 일군"" 생명의 지혜를 놓쳐선 안된다.
- 김정수 기자 (2001-02-24)
한겨레신문| 살아 숨쉬는 자연에는 병이 생길래야 생길 수 없더라는 체험담이 뭉클한 깨달음으로 자연이 지키고 가꾸어주는 농사는 즐겁다. 지렁이가 땅 갈고 거미와 무당벌레가 해충을 없애주고, 벼·밀·보리는 알아서 쑥쑥 자라주니 마음 졸일 것 없는 농부는 천하태평이다. 게을러진 만큼 들녘과 씨앗에만 얽매였던 시야도 인간과 자연 전체로 넓어졌다. 30년 가까이 비료, 농약 안 쓰고 땅 갈지않는 "태평농법"을 고집해온 경남 하동의 괴짜농꾼 이영문(46)씨는 글농사 따로 짓지않고는 배길 요량이 없었다.
그의 책 <이 세상에서 가장 게으른 농사꾼 이야기>는 전답을 "생태계 비무장지대"로 개방한 뒤 겪은 일화들과 환경친화 농법에 대한 꿈들을 담은 에세이다. 비닐하우스, 유기농법이 땅의 생리를 거스른다고 일갈하면서 커피·귤나무 심기, 토종종자 복원 따위의 상식을 깨는 작물실험사례들을 곁들인 특유의 "땅건강론"은 인간이 주인이라는 오만을 버리는 통찰이야말로 땅을 살리는 지름길임을 암시하고 있다. 짐승, 미생물 등의 천적관계와 자연의 자정능력을 빌어 농사 짓다보니 살아 숨쉬는 자연에는 병이 생길래야 생길 수 없더라는 체험담이 뭉클한 깨달음으로 와닿는다.
- 노형석 기자 (2001-02-12)
중앙일보| ""건강한 자연과 땅에서 일군"" 생명의 지혜 전작 <모든 것은 흙 속에 있다>(양문 ·1999) 에서 이미 흙을 딛고 땀 흘리는 자의 "살아있는 생명철학"을 선보였던 농사꾼 이영문(47) 씨가 펴낸 신간 <이 세상에서 가장 게으른 농사꾼 이야기>는 이땅의 지식인들을 거듭 부끄럽게 한다.
학력이라곤 중학교 중퇴가 전부지만 무공해 작물 생산법인 "태평농법"의 보급자로 가장 유명한 농부가 된 이씨의 책들은 환경 에세이집이나 대중적 농법서로도 추천할 만 하지만 "과학적 통찰이 담긴 철학서"로도 손색이 없다.
경남 하동의 촌부가 쓴 그 글들에서 뜻밖에도 도가의 무위(無爲) 사상이나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자연주의 철학까지 감지하게 되는 것이다.
<…농사꾼 이야기>는 부분적으로 앞서의 책과 중복되는 감이 없지 않지만, 저자는 한층 더 넓어진 시야와 자신감있는 언어로 ""인간과 경제, 그리고 과학문명이 자연의 일부로서 행복하게 어깨동무하는"" 앞날을 그려 보인다.
◇교과서가 아닌 자연에서 배운다=모를 심지도 않고, 쟁기질·써레질도 않고, 농약과 비료도 치지 않는 ""게으른 농부""지만 ""생태계의 비무장지대""인 3만6천평의 논을 둘러보는 일은 이씨의 중요한 일과다.
그의 사고의 모든 논리적 잣대는 자연에 대한 그같은 애정의 관찰에서 나온다. 예를 들어 거미 ·무당벌레 ·개미 ·진딧물 ·무궁화 등의 얽히고 설킨 먹이관계에 대한 묘사는 살아있는 생물학 교과서로 읽힌다.
여기에 저자는 그 관계를 이용해 자연이 스스로 농사짓게 만드는 법을 보여줌으로써 화학농법의 폐해를 고발하는데까지 나간다. 특히 나무에 대한 관찰에서 출발, 인체의 생리구조와 인간 ·자연 간의 관계론으로까지 사유의 지평을 넓히는 대목은 저자의 내공을 가늠케 한다.
그는 ""나무는 뿌리도 중요하지만 산소 동화작용을 통해 물도 함께 빨아올려주는 잎이라는 말초 없이는 생명을 유지하기 힘들다""면서 인간 역시 모세혈관이 없다면 심장 하나의 힘만으로는 원활한 혈액순환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추론해 보인다. 즉 ""동물이나 식물이나 말초와 중심부가 유기적으로 소통하며 제 몫을 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으며, 모든 말초가 각자 제 몫을 충실히 해낼 때 모두가 또한 중심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자연과 기계의 "쌍두마차"를 끌자〓하지만 인간의 생태계 파괴는 이미 부메랑이 되어 날아들고 있다. 그는 말한다.""짐승을 길들이고, 산천의 형태를 바꾸고, 놀랍도록 도구를 발전시켰지만 날이 갈수록 불행을 쉽게 느끼고 몸은 자주 아프지 않은가. 원인은 단 하나, 스스로를 끊임없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여기는 오만 때문이라는 사실을 나는 농사를 지으면서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저자가 문명을 거부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뛰어난 기계공이었던 그는 땅도 살리고 기계도 살리고자 한다. 그래서 현재 저자가 개발하고 있는 것이 ""우리 들에 맞는"" 튼튼한 파종기다. 에너지 소비와 공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자동차 역시 그의 연구 대상이다.
또 ""이땅에서 자생할 수 있고 그 씨앗을 받아 다시 심었을 때 여전히 살아남는 것""이야말로 토종이라면서 현재 아열대성으로 바뀌고 있는 우리나라의 기후에 맞춰 커피를 비롯한 다양한 아열대·열대 작물들을 실험재배하고 있다.
품종 개량 역시 유전자 조작과 같은 방법이 아니라 꽃가루를 섞어주며 변화를 살피는 등 최대한 자연상태를 유지해줘야만 제대로 된 건강한 종자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농부의 글답게 농업 정책 당국자들이 귀담아 들을 만한 내용도 많다. 그러나 더 큰 알맹이, 즉 ""건강한 자연과 땅에서 일군"" 생명의 지혜를 놓쳐선 안된다.
한겨레신문| 살아 숨쉬는 자연에는 병이 생길래야 생길 수 없더라는 체험담이 뭉클한 깨달음으로 자연이 지키고 가꾸어주는 농사는 즐겁다. 지렁이가 땅 갈고 거미와 무당벌레가 해충을 없애주고, 벼·밀·보리는 알아서 쑥쑥 자라주니 마음 졸일 것 없는 농부는 천하태평이다. 게을러진 만큼 들녘과 씨앗에만 얽매였던 시야도 인간과 자연 전체로 넓어졌다. 30년 가까이 비료, 농약 안 쓰고 땅 갈지않는 "태평농법"을 고집해온 경남 하동의 괴짜농꾼 이영문(46)씨는 글농사 따로 짓지않고는 배길 요량이 없었다.
그의 책 <이 세상에서 가장 게으른 농사꾼 이야기>는 전답을 "생태계 비무장지대"로 개방한 뒤 겪은 일화들과 환경친화 농법에 대한 꿈들을 담은 에세이다. 비닐하우스, 유기농법이 땅의 생리를 거스른다고 일갈하면서 커피·귤나무 심기, 토종종자 복원 따위의 상식을 깨는 작물실험사례들을 곁들인 특유의 "땅건강론"은 인간이 주인이라는 오만을 버리는 통찰이야말로 땅을 살리는 지름길임을 암시하고 있다. 짐승, 미생물 등의 천적관계와 자연의 자정능력을 빌어 농사 짓다보니 살아 숨쉬는 자연에는 병이 생길래야 생길 수 없더라는 체험담이 뭉클한 깨달음으로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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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비료와 농약을 전혀 쓰지 않는 "태평농법"의 비결 “문제는 땅이다”라고 역설하는 ‘태평농법의 창시자’ 이영문씨. 그는 살충제·살균제도 사용하지 않고 쟁기질·써레질도 하지 않는 데다 게으르기까지 하다. 그래서인가. 그의 논은 무기물·미생물·해충·지렁이 등 ‘잡것들의 천국’이다. 하지만 그의 논은 여느 논과 다름없이 가을이면 누런 벼의 황금들판이 된다. 사람 대신 논에서는 지렁이가 땅을 갈고 거미와 무당벌레가 해충을 없애준다. 이른바 ‘무경운 직파 농법’이다. 그는 현행농법인 로터리·화학 농법처럼 논을 갈지 않고 종자를 소독하지도 않으며 비료·농약은 한톨·한방울도 쓰지 않는 ‘태평농법의 비결’을 들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