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동유럽6국12일짜리 길다면 긴 여행을 극구 떠나기로 한 것은 '더 나이들기 전에 먼 나라를 서둘러 다녀야한다'는 주변의 이야기도 있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선달이 얼마전에 그린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의 성벽그림을 제대로 그렸는지를 확인하고 싶어서였습니다.
독일, 체코, 오스트리아를 거쳐서 헝거리 부다페스트에서 4박째를 하고는 동유럽고속도로를 타고 3 시간 여를 달려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에 도착했다. 그 날 오후에 바로 델라치치광장에 있는 영웅 엘라치치동상, 모자이크장식으로 빼어난 성마르크성당, 자그레브대성당인 성스테판성당을 방문했다.
익히 들었던 대로 이곳도 '돌바닥으로 이어진 골목길, 광장마다 우뚝 솟은 성당과 첨탑들, 삼시세때 이어지는 고기와 빵식사 그저 그런 여행'의 계속이었다. 그래도 보람 있었던 것은 해박한 가아드의 상세한 안내로 크로아티아의 뼈아픈 역사와 예술성이 빼어난 성당의 모습을 생생하게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더 좋은 일은 점심 저녁으로 주어지는 고기요리에 질좋은 와인과 맥주를 싼 값으로 즐길 수 있었던 점이다.
자그래브호텔에서 5박째를 하고는 이른 조식을 먹고나서 경주하듯 찾아간 곳은 16개의 호수와 90개의 폭포가 비단폭처럼 이어진 플리트비체국립공원이었다. 가이드는 혹시라도 실망할 사람들을 염려해서인지 밑자락을 까는 말로 "어떤 사람들은 '중국의 구채구만 못하다'고 하드라고요"했다. 그러나 선달이 보기에는 구채구보다 더 나으면 나았지 못하지는 않았다.
진입로 산허리에서 쳐다보니 물줄기가 맨 위쪽 호수로부터 끄트머리 호수까지 쭈욱 이어지는데 끊길듯한 곳마다 크고 작은 폭포가 쏟아져내렸다. 호수가로 난 나무로 얼기설기 만든 데크를 거닐 때는 새파란 하늘이 청자색 호수에 고스란이 내려와서 담겼다. 아쉬움이 있다면 너무나 많은 관광객이 몰려서 고즈넉한 호수 정취는 처음부터 아니었다. 출구로 나와서 '청정수역 이곳에서 갓 잡았다는 송어구이를 화이트와인에 곁드려 즐기니 정말 좋았다.
이어서 두브로브니크를 찾아가기 위해서 오랫동안 차를 타야했었다. 드넓은 들판을 지날 때는 소나기가 내렸고 험준한 산지를 굽어돌때는 산 정상을 흰 구름이 감싸고 있었다. 산정상을 지나서 구비구비 내릴 때는 멀리는 아드리아해가 내려다보이고 바로 발아래로는 무슨 강을 사이에 두고 드넓은 땅에 오지가지 작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그로부터 더 진행해자 국경검문소가 있었는데 ‘보스니아땅’이라고 했다. 검문은 자리에 앉아서 가이드가 가져간 여권확인으로 간단하게 통과했다.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예전 유고연방이 분리될 때 티토의 특별한 배려로 보스니아가 해안을 치지하게' 되었단다. 그래서 크로아티아는 짤룩이 난 셈이다. 숙소는 보스니아의 네움에 있었는데 이지역도 유럽의 유명한 관광지답게 해안을 따라서 별장이랑 호텔이 쭉 이어졌다.
언덕진 곳에 위치한 호텔에 당도하자 저녁노을이 코발트색 아드리아에 불그스레 내려와있었다. 슬로프가 없는 건물이어서인지 커다란 체격의 호텔직원들이 우리들의 무거운 짐들을 맨손으로 날아다 주었다. 서너명씩만 탈 수 있는 낡은 엘리베이터며 불편한 잠자리며 열쇠로 도어를 어렵사리 열고 닫아야하는 보스니아 호텔에서 6박째를 했다. 더 낯설은 나라였지만 석식 후에는 밤풍경이 깃든 바닷가로 산책을 나갔다.
호텔조식으로 우유에 적신 뻗뻗한 빵을 먹자마자 경주하듯이 드부로브니크 항했다. 그로부터 한 20분 달리자 검문소가 또 나타났는데 보스니아에서 다시 크로아티아로 가는 검문소라고 했다. 간단하게 검문을 통과하고 나서는 다시 한 두 시간을 달려서 정차한 곳은 두브로브니크 신시가지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진 곳이었다. 신항에는 커다란 쿠르드선이 몇 대 정박해있었는데 .가이드는 '쿠르드선 들어오면 관광객들로 더 북적된다‘고 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전망대로 올라가는 케이불카를 타야했는데 하필 노조원들이 파업을 하는 통에 버스로 올라야했다. 승합차 두 대에 나누어 타고 헤어핀 같은 길을 몇 차례 돌고 돌아 중간 전망대를 거쳐서 정상으로 올랐다. 중간전망대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일행들은 쪽빛바다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무수히 찍었다. 사나운 돌들을 피하다보니 이름모를 노란꽃들이 무더기져 피어 있었다.
그곳에서 한참을 쉬었다가 다시 정상에 오르니 망원경 등 전망대분위기가 잘 갖추어져있었다. 한국인이 대부분인 여행객들은 아직 문이 열리지 않은 전망좋은 까페에 슬며시 들어가서 칼라풀한 파라솔 밑에서 멋드러지게 폼을 한껏 잡고 인증샷을 많이들 찍었다. 이어서 가이드의 안내를 따라서 옹벽쪽으로 이동해가니 1991-95년 사이에 있었던 Homeland War의 상흔이 사방 데 남아있었다.
한참을 쉬었다가 타고 왔던 차를 다시 타고 산을 내려 두브로드브니크성곽도시로 이동했다. 남쪽문으로 들어기서 풀라차대로를 이동하면서 여러 성당과 당시 세관청사며 지도자건물, 음수대를 안내받았다. 북쪽 필레문 바로 전에서 유료로 입장하는 성벽으로 올랐다. 성벽을 타고 아우터써클로 돌았는데 바다가 보이는 쪽이라서 더 좋은 것 같았다.
성벽에서 내려다보니 성 안의 길들은 대로를 중심으로 조그만 소로들이 등뼈에 이어진 갈비뼈처럼 연결되었다. 모든 집들의 지붕은 한결같이 붉은색으로 파아란 바다와 잘 대조되었다. 교회당의 첨탑들은 성곽보다 훨씬 높이 솟아서 하늘로 인도하는 것 같았고 성곽 아래로는 글 읽는 소리는 안들렸지만 학교가 있었고 도르래로 내어 말린 빨래들이 정겨웠다.
자유시간에는 내가 인터넷 사진을 보고 그린 '두브로브니크성벽그림'이 제대로 되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이곳저곳을 찾아다녔다. 먼저는 어느 사진작가가 포인트로 삼았을 곳을 찾아가다보니 해수욕장이 벌써 개장되어서 사람들이 인생을 즐기고 있었다. 이어서 성곽 바로 밑으로 난 길을 따라서 붉은 등대를 찾아갔다. 발 바로 아래로는 코발트색 바다물이 철석철석 발밑을 간지렸다.
이어서 오미스로 이동하여 7박째를 하고나서 '중부 알마니아의 꽃'이라는 스플릿을 찾아갔다. 디오크래시안 궁전은 성터만 남아있었고 성벽의 부속건물이었을 것 같은 허스름한 상점들에서는 관광객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었다. 바다로 발길을 돌리자 아름다운 항구에는 쿠르즈선이 여러 척 정박해있었고 하얀 요트랑 보트들이 바닷가에 즐비하게 있었다. 야자나무가 드리운 그늘에는 나이 든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러한 모습들을 바라보니 마치 유토피아에 온 것 같았다. 우리도 벤치에 앉아서 쉬기도 하고 새파란 바다와 요트를 배경으로 단독 사진도 찍었다. 그 녀와 함께 사진을 찍으려 지나가는 젊은이들에게 부탁했더니 그 친구는 '저도 함께 찍어요'했다. 속으로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알았으니 친구들게 알려주어야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