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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과 1일 이틀간 전국 대학들이 2016학년 수시모집요강을 발표했다. 올해 9월9일부터 시작되는 12월7일까지 90일간의 전형기간 동안 개별 학교들의 선발인원과 지원자격, 전형요소와 전형방식 등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이 발표된 것이다. 윤곽은 이미 지난해 7월말 개별 대학의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전형계획)의 발표로 드러난 바 있지만 전형계획은 선발인원과 전형방식에 관한 정보가 개략적으로 담겨 있는 경우가 많아 수시요강이나 정시요강에 비해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수시요강을 꼼꼼하게 파악해야 한다.
전형계획, 수시요강, 정시요강의 발표는 대입전형 사전 예고제에 따라 발표기간을 정해두고 대학이 발표기간 내에 발표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대학 입학년도 3월1일을 기준점으로 놓고 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의 대입전형 기본사항이 2년 6개월 전, 대학의 전형계획이 1년 10개월 전, 대학의 수시요강이 10개월 전에 발표돼야 한다. 즉 고1 8월말에 대교협 대입전형 기본사항을 통해 학생들이 치르게 될 대입전형의 큰 규칙을 파악할 수 있으며, 고2 4월말에 대학이 발표하는 전형계획을 통해 염두에 두고 있는 대학의 개략적인 전형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고3 4월말에는 수시요강을 통해 상세한 전형정보를 취득하고 수시기간에 원서접수를 실시해 전형을 치르게 되는 것이다. 다만 2016학년은 경과규정에 따라 기간이 조금 달라졌다. 올해 고3 학생들이 대학의 전형계획을 볼 수 있었던 시간은 지난해 7월말로, 고2 4월말보다 3개월 늦었다. 대입전형 3년 예고제가 2013년 10월 ‘대입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안(이하 대입제도 발전방안)’을 통해 확정되면서 기간을 맞추기 어려워 경과규정에 따라 한시적으로 고2 7월말에 발표한 것이다. 내년 2017학년 대입을 치르게 될 고2 학생들은 대입전형 3년 예고제에 따라 정확하게 지난 4월 2017학년 대입전형 기본계획을 접할 수 있었다.
올해 수시요강 발표가 중요한 이유는 전형계획내용과 달라지는, 모집단위와 인원이라는 핵심적 내용 때문이다. 교육부가 대입제도 발전방안에서 대입전형 발표 후에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변경이 가능하도록 정했지만 예외 사항이 학생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내용인 대학 구조조정을 위한 학과 개편 및 정원조정이기 때문이다. 전형의 신뢰성과 안정성 제고를 위해 수능최저학력기준이나 전형요소, 전형방식 등은 변화하지 않지만 선발인원이 늘거나 줄어들 수 있다. 심지어는 구조조정에 따라 지망하던 학과/학부/전공이 없어지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수시요강 발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 지난달 31과 1일 이틀 사이에 발표된 2016 수시요강은 지난해 7월 발표된 전형계획에 반영되지 못했던 정원감축과 학제개편 내용이 대거 포함돼 있었다. 교육부가 이달까지 정원감축 및 학제개편 내용을 담을 수 있도록 하고 있어 변화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사진=베리타스알파 DB
<대학 구조개혁 반영.. 정원감축 상당할 듯>
지난달 30일과 이달 1일 발표된 서울시내 상위 15개 대학을 살펴보면 학사 구조개혁을 감행한 대학이 상당수다. 지난해 7월 발표된 전형계획과 지난 4월 발표된 수시요강을 비교해보면 정원감축이 이루어진 대학으로는 서강대, 성균관대, 중앙대가 꼽힌다.
▲서강대는 학교 규모가 작음에도 불구하고 정원을 40명 감축했다. 국어국문학, 사학, 철학, 종교학 등 인문계열이 142명에서 134명으로 8명, 영미문화계 7명(97명→90명), 사회과학부 7명(108명101명), 지식융합학부 국제한국학전공 3명(19명→16명)이 줄었다. 일본문화전공의 경우 2016 입시부터 선발하지 않으며, 독일문화와 프랑스문화전공은 유럽문화전공으로 통합했다.
▲중앙대는 148명의 정원을 예체능 모집단위에서 줄였다. 서울캠은 수시 2464명, 정시 799명으로 동일하지만 안성캠은 수시요강에서 수시 509명, 정시 590명으로 지난해 전형계획에서 밝힌 수시 548명, 정시 699명과 비교해 각각 39명, 109명이 줄어들었다. 수시요강에서 정시모집의 단과대학 단위 광역모집 선발의 윤곽까지 제시한 상태다.
▲성균관대는 서강대나 중앙대와 달리 수시요강에서 정시선발인원을 넣고 있지 않아 지난해 7월 발표된 전형계획과 대교협 대학입학정보포털사이트(univ.kcue.or.kr), 수시요강 3개 자료를 놓고 비교해야 했다. 3개 자료를 비교한 결과 정원이 223명 감축된 것으로 보인다. 행정규칙인 ‘신입생 미충원 인원 이월 승인 및 초과모집 인원 처리 기준(이하 이월처리기준)’에 따른 이월인원까지 반영된 내용이겠지만 지난해 7월 발표된 전형계획상 인원 3523명과 대학입학정보포털사이트상 선발인원 3302명을 비교하면 223명이 감축됐다. 이월처리기준에서 정하고 있는 사립대학의 ‘모집단위별 3% 이월’ 규모의 두 배인 6.33% 수준으로 이월인원으로만 생각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정원감축이 일어난 배경으로는 정부재정지원제한 사업으로 풀이된다. 학부교육 선도대학(ACE) 육성사업, 산학협력 선도대학(LINC) 지원 사업, 대학 특성화 사업(CK) 등에서 정원감축을 실시하는 경우 사업 선정에 가산점을 부여한 때문이다. 지난해 성균관대가 ACE 사업에 재진입하는데 성공했고, 중앙대가 신규 지정된 바 있다. 서강대는 2011년 선정돼 지난해 계속 지원 중인 대학이었다. 산학협력선도대학 사업에서 서강대와 성균관대는 기술혁신형, 중앙대는 현장밀착형 사업단을 운영하는 대학으로 선정된 바 있다. 대학 특성화 사업에서도 성균관대 6개, 서강대 4개, 성균관대 3개 사업단이 선정돼 재정지원을 받았다. 대학특성화사업은 3개 사업 중 가장 영향력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대학특성화사업선정에서 탈락한 연세대와 고려대는 정원감축이 없었기 때문이다.
서울시내 상위권 대학에서 정원감축이 이루어지면서 지방대학들은 전형계획 대비 수시요강이 크게 변경됐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구조개혁을 위한 자율적 정원감축과 재정지원사업을 연계하면서 2015~2017학년 입학정원을 교육부가 대학특성화사업에서 2017학년까지 권역별 정원 감축계획을 제출받은 결과 서울권이 3.0%로 가장 적었고, 경기인천권이 5.1%, 동남권(부산/울산/경남)이 8.0%, 대구/경북/강원권이 8.3%, 호남/제주권과 충청권이 9.2%씩의 정원감축을 제시한 것으로 집계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대학특성화사업 등에서 2014학년 대비 10% 이상 감축하면 가산점 5점, 7% 이상~10% 미만은 4점, 4% 이상은 3점을 주기로 했다. 당시 교육부는 “하위권 대학은 대학구조개혁 평가에 따라 강제로 정원이 감축되므로 미리 정원을 줄여 가산점을 받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며 “대학재정지원을 받기 어려운 하위권 대학일수록 정원감축을 하지 않는다는 세간의 속설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2013년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지정된 경주대 극동대 대구외대 대구한의대 동양대 백석대 상지대 서남대 성결대 성공회대 신경대 신라대 우석대 제주국제대 한려대 한서대 한중대 호남대 등 18개교의 입학정원 감축률은 평균 9.5%로 높게 집계됐다.
<정원감축 없이 체질개선만 하기도>
정원감축이 없다 하더라도 취업률을 제고하기 위해 공과대학의 정원을 늘리고 인문/사회/예체능 정원을 줄이거나 자율전공 모집단위 정원을 늘리고 다른 모집단위의 정원을 모두 줄이는 등의 구조개혁도 감지됐다.
서울시내 상위권 대학에서 건국대, 숙명여대, 이화여대, 홍익대 등이 꼽힌다. ▲건국대는 단과대학/학부/전공단위 모집을 모두 학과단위로 전환하면서 모집단위별 정원을 조정했다. 예술디자인대학의 모집인원을 295명에서 265명으로 30명 줄였다. 상경대학(236명)은 경제학과(100명), 국제무역학과(69명), 응용통계학과(55명) 등 3개 학과로 모집단위를 나누면서 12명을 줄였다. 국제학부였던 글로벌비즈니스학부가 정원을 22명 늘렸다. 특성화학부(61명)였던 모집단위는 시스템생명특성학과(36명), 융합생명특성학과(35명)으로 나뉘면서 선발인원이 10명 늘었다. 정치대학(153명)은 정치외교학과(38명), 행정학과(68명), 부동산학과(50명) 등 학과모집단위로 전환하면서 선발인원을 3명 늘렸다. 철학과, 사학과, 융합인재학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는 정원이 단순 증가했다. 기계공학부는 기계공학과와 기계설계학과로, 경영대학은 경영/경영정보학부가 경영학과로 전환되면서 정원을 15명 줄이고 기술경영학과의 정원을 15명 늘렸다.
▲숙명여대는 공과대학을 신설을 중심으로 정원 변화가 발생했다. IT공학과는 기존 멀티미디어학과 정원과 동일하지만 60명 정원의 화공생명공학부를 신설하면서 인문계열 16개 모집단위에서 37명, 예체능계열 5개 모집단위 5명, 자연계열 7개 모집단위 18명을 줄였다. 자연계열 모집단위 중 생명과학과(50명)와 의약과학과(20명)가 생명시스템학부(59명)으로 합쳐지면서 모집인원이 11명이 줄었다.
▲이화여대는 신산업융합대학을 신설하면서 정원변동이 있었다. 신산업융합대학으로 소속으로 이동한 국제사무학과, 의류산업학과, 식품영양학과, 융합보건학과가 각각 6명, 2명, 4명, 2명의 정원을 늘렸다. 이동 모집단위 외에 융합콘텐츠학과를 신설해 수시에서 23명을 선발한다. 신산업융합대학의 정원증가 및 모집단위 신설로 수시에서 인문계열 4개 모집단위에서 14명, 자연계열 7개 모집단위에서 15명의 선발인원이 줄었다.
▲홍익대는 자율전공 모집단위의 선발인원을 141명, 실내건축학 모집단위인 건축학부 4명을 늘린 점을 제외하면 나머지 모집단위에서 선발인원을 모두 줄였다. 인문계열 7개 모집단위 56명, 자연계열 6개 모집단위 54명, 미술대학 9개 모집단위 35명을 줄였다. 자율전공 모집단위 정원을 대폭 확대하고 다른 모집단위 선발인원을 줄여 자율전공 입학생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 줌으로써 유연성을 확보하는 학제 개편을 시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전히 변화가능성.. 향후 심화될 듯>
지난 달 31일과 이달 1일 수시요강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변화 가능성은 남아있다. 2013년 10월 확정된 대입제도 발전방안에서 “대학 구조조정을 위한 학과 개편 및 정원조정으로 인한 변경은 입학년도 전년도 5월말까지 완료”할 수 있도록 정했기 때문이다. 2016학년 대입의 경우 2016학년도 전년도인 올해 5월말까지 대학 구조조정을 위한 학과 개편 및 정원조정으로 인한 변경을 허용한다는 뜻이다. 이미 발표된 모집요강이라 할지라도 이달 말까지 변화할 수 있는 여지가 아직 남아있는 셈이다. 이미 요강이 발표됐다 하더라도 다음달 초 지망 대학의 홈페이지를 방문해 추가적으로 변한 사항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향후 정원감축이나 학제개편으로 인해 앞으로 2017학년 입시를 치르는 고2부터는 고2 4월말 접하게 될 전형계획과 고3 4월말 접하게 될 수시요강 사이의 차이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정부재정지원사업에서 정원감축을 가산점을 부여하는 형태로 간접 유도를 해왔으나 정원감축에 대해 직접적으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산업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PRIME) 사업이 내년 2월 사업공고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비가 기존 대학특성화(CK)사업이나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육성사업 지원 규모다 3배나 크기 때문에 대학이 외면하기도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지난 1월 교육부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한 ‘2015 업무계획’상으로 1년에 2500억원씩 3년간 7500억원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학교당 최고 지원액이 200억에 달한다. 대학특성화사업에서 학교당 최소 3억~최대 70억으로 107개교에 2577억원, 산학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에서 학교당 최소 30억~최대 50억으로 총 86개교에 2435억이 지원된 점과 비교하면 지원규모가 3배에 이른다. 국회에서 ‘대학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면 대학평가를 통한 정원 강제감축도 가능해져 대학들은 정원감축과 학제개편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교육부가 지난해 1월 발표한 ‘대학구조개혁방안’에서 발표한 감축인원은 총 16만명. 2017학년까지 1주기 4만명, 2018~2020학년까지 5만명, 2021~2023학년까지 7만명을 감축할 계획이다. 해가 갈수록 감축인원이 커져 전형계획과 수시요강 사이의 선발인원 차이가 더 크게 반영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