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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비게이터
-Mike Meginnis
그들이 흙덩어리 앞에서 메탈 부츠를 발견한 후에 조슈아의 아버지는 월마트에서 그래프용지를 샀다. 한때 친할머니의 가족사진이 걸려있던 벽에 그것을 펼쳐서 핀으로 고정시켜 놓으니 6피트 높이에 폭이 7피트나 되었다. 그래프용지는 세 개의 줄이 그어져 있었고 수천 개의 작은 회색 사각형이 인쇄되어 있었다. 만일 조슈아가 눈을 감으면 그 사각형들은 종이에서 떠오를 것만 같았다. 그는 눈을 감았다가 뜨면서 사각형들이 떠오르고 가라앉는 걸 지켜보았다. “이제 우리가 지도에서 시작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결코 이 게임을 끝낼 수 없어.” 그의 아버지가 말했다.
이것이 그의 아버지가 내비게이터 이론이라고 도달한 최종 논리적 결론이었다. 게임에서는 실제 삶에서와 마찬가지로 자주 시점을 잃었다. 조슈아가 게임을 할 때 언제 두 배 후퇴해야 하고 어디로, 어떻게 가야하는지를 지켜보고 알려주는 것은 아버지의 역할이었다. 조슈아 아버지가 조종기를 가지고 있을 때는 조슈아가 그 역할을 맡았다.
이 게임은 ‘침묵의 전설’ 혹은 Los라고 불렸다. Los는 메트로이드나 젤다 같은 게임과는 달랐다. 이런 게임들에서는 주인공이 탐험을 함에 따라 계속 힘이 강해지는 반면에 로스에서의 여주인공은 노획물을 얻을 때마다 힘이 약해졌다. 게임 설명서에는 여전히 ‘힘을 증강시킴’이라고 되어 있으나 그와 아버지가 내린 결론은 그것은 오해였다. 차라리 너프나 토멘트 게임에서처럼 ‘힘을 감소시킴’이라고 불려야 했고 실제로 그랬다. 게임의 목표는 모든 중생들의 고통에서 해탈한 지존이 살고 있다고 하는, 열반의 세계에 도달하기 위해 모든 것을 잃는 것이었다.
조슈아의 아버지는 로스 게임을 알게 된 이후부터는 다른 게임은 하지 않았다. 콘트라 게임조차도-그 게임은 둘이서 함께 할 수 있는 방식이 있었고, 플레이어 중 한 명이 죽으면 다른 한 명이 곧 따라 죽게 되어 있어 쉽게 이길 수가 없는 게임이라서 그들이 그전에 즐겨 했었다. 조슈아 아버지는 보이 스카우트의 바비큐 파티나 야간 캠핑 때 로스 이야기를 자주 했으나 다른 사람들은 듣지 않았다.
조슈아의 아버지가 그래프용지를 벽에 부드럽게 문지르자 용지는 부드럽게 숨을 죽이고 펼쳐졌다. 그는 티비 스탠드 위에 쌓여 있던 성인용 비데오테이프 더미의 맨 위에서 연필통을 집었다. 그 속에는 마커, 형광펜, 칼라펜, 수성펜 등과 분홍색 고무, 볼펜, 그리고 목수들이 사용하는 #2 연필 등이 들어 있었다.
“우리는 게임의 매 장면을 64개의 사각형으로 그리는 거야.” 그의 아버지가 말했다. “8 X 8이 되는 거지. 여기서 시작해서, 중간을 거쳐서, 여기.” 빨간색 마커와 #2 연필을 가지고 그는 미로의 방을 그렸다. 황금과 주단으로 된 왕좌, 많은 수정 샹들리에, 그리고 촛대들. 방의 오른편 측면에는 흰 대리석 받침대 위에 놓인 보라색 베개를 그렸는데, 조종기의 B 버튼을 누르면 여왕이 쉬기 위해 여기에 왕관을 놓는다. 그러면 출구의 문이 열리고 다음 방으로 이동하게 되는 것이다. 조슈아의 아버지는 게임을 다시 스타트 시키지 않으면 이 방을 볼 수 없기 때문에 기억력에 의존해서 이것을 그렸다. 일단 왕실을 한 번 나가면 호위 무사들이 다시 들어올 수 없게 막았다. 무사들은 왕관이 없는 여왕을 알아보지 못했다. “만일 우리가 전체 세계의 지도를 그린다면” 조슈아 아버지가 말했다. “우리는 길을 잃지 않을 거야. 그러면 그때는 정말 능숙하게 될 거야. 한 달 내에 완전히 통달할 수 있을 거야.” 예전에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었다. “그런데 지도는 살 수 있지만 문제는 지도가 아니라 여행이라는 거지.”
게임은 항상 그 전에 아무리 멀리 갔어도 출발은 왕실에서 시작된다. 궁궐의 거실 밖은 낡은 휘장이 늘어져 있고, 벽은 부서지고, 동으로 만든 갑옷은 녹이 쓸어 여기저기 부서져 복도에 내동댕이쳐 있는 등 쇠락한 궁전 같았다. 왕실을 지키는 엄중한 모습의 호위무사들만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을 뿐만 아니라 밖에서 들어오는 부패한 기운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물론 이러한 모습은 단순히 사각형의 배열들에 따라 달라지는 등, 해석의 여지가 있었다. 가끔 조슈아는 이런 궁궐의 복도가 쇠락하고 있다기 보다는 새로운 궁전의 탄생을 위하여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복도에는 초록색 쥐들과 노란 박쥐 등 많은 작은 요물들로 꽉 차 있었다. 맨 처음 조슈아가 이 복도를 걸어갔을 때, 여왕은 그 권력의 정점에 있었는데, 그때는 이러한 요물들은 총 한 방이나 단칼에 죽일 수 있는 사소한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여왕의 힘이 약해짐에 따라 이 복도를 통과한다는 것이 매우 힘든 일이 되었다. 여왕은 게임 설명서에 따라 무아, 무지의 단계로 나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가끔, 최근까지도 아버지와 아들은 복도를 완전히 통과할 수 없었다.
아버지는 패스트푸드 식당에서 큰 컵의 소다수를 살 때 주인 몰래 잔뜩 집어넣은 피넛버터 젤리를 먹으면서, 한 손으로는 소다수를 마셔가며 그래프에 그림을 그렸다. 조슈아는 그런 아버지의 수염에 치즈 조각이 묻은 것을 말하려고 했으나 꾹 참았다.
화요일 밤에는 그릴 치즈를 만들어 먹으려고 했는데 조슈아가 집에 와보니 가스가 나가서 가스레인지가 작동이 안 되었다. 빵에 치즈를 올려놓고 전자레인지에 넣어서 만들 수도 있으나 이렇게 하면 빵이 처음에는 부드럽고 뜨겁다가도 조금 지나면 딱딱해져서 이상해진다. 할 수 없이 조슈아는 냉장고에서 아메리칸 치즈를 꺼내어 텔레비전 앞에 앉았다. 다행히 냉장고와 텔레비전은 이상이 없었다. 가끔 조슈아는 아버지 없이 혼자서 게임을 했다. 오늘 그는 그릴 치즈 때문에 너무 화가 나서 혼자서 게임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만화 채널을 돌렸다. 지도는 더욱 커져 있었다. 지도는 빨강, 보라, 초록색 덩굴 숲 등으로 서서히 벽을 잠식해가며 그 외연을 확대하고 있었다. 문들은 손잡이가 빠져서 마치 점박이 개의 얼룩처럼 이곳저곳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의 아버지도 조슈아 없이 게임을 했다. 조슈아는 슬라이스 치즈의 껍질을 벗겨 길게 뜯어서 먹었다. 그는 전화기의 모든 메시지를, 최근 것까지도 듣지도 않고 지워버렸다. 그는 다른 한 장의 치즈의 껍질을 벗겼다.
아버지는 뜯지는 않은 편지 봉투를 들고 집으로 들어섰다. “가스를 끊어버렸어.” 그는 이를 악물며 화를 참는 듯이 말했다. “안 됐군요.” 조슈아가 말했다.
“마이크로웨이브에 그릴 치즈를 만들어 먹자.”
“안돼요,” 조슈아가 말했다. “그렇게는 만들어지지 않아요.”
전기세는 금요일에 지불했다. 그들은 아직 게임은 할 수 있었다. 아버지는 바지를 갈아입었다.
그녀의 이름은 앨리시아였다. 조슈아의 생각에는, 그 이름은 세상에서 두 번째로 아름다운 이름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은 트루디였다. 그리고 세 번째가 그의 이름이었다. 그 다음이 그의 아버지 이름인 더스틴이다. 앨리시아는 처음에는 여왕이었지만 날개달린 새 인간이기도 했다. 그녀는 은빛과 하얀색 반점이 얼룩진 커다란 갈색 날개를 지녔다. 왕관을 버리고 왕실을 나온 다음에도 그녀가 버려야 할 것들이 있었다. 그녀는 매우 높은 방의 꼭대기(8 X 54 사각형)로 날아올라 작은 문을 발견했는데 그 문은 메탈 부츠 외에 다른 것은 아무 것도 없는, 화면 전체가 하나의 방인, 작은 방으로 향하는 문이었다. 메탈 부츠는 왕관을 놓는 받침대와 같은 흰 받침대 위에 놓여 있었다. 게임의 이 지점까지 아버지와 아들은 게임의 원리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즉 그들은 왕실은 재미있는 행운의 방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조슈아의 아버지는 앨리시아가 메탈 부츠를 신도록 조종했다. 그들은 메탈 부츠가 무슨 역할을 하는지 알지 못했던 것이다. 조슈아의 아버지는 앨리시아가 방을 빠져 나와 높은 방의 허공으로 도약하도록 조정하였다. 그녀는 날개를 파닥거리며 바닥에 떨어졌다. 메탈 부츠의 무게가 과중하였던 것이다. 그녀의 날개는 일곱 개의 화면을 거치면서 추락할 때의 충격으로 인하여 구부러지고 휘었다. 그녀는 바닥에 몹시 구겨진 채 거의 죽은 상태로 나동그라졌고, 적들이 다가와 그녀의 몸에 코를 대며 냄새를 맡고, 갉아먹기도 하다가 급기야는 생명수를 삼켜버리려고 하였다. 그녀의 날개는 나머지 게임 시간 내내 깃털이 하나도 안 남을 때까지 뭉텅이로 빠지면서 안으로 말려져 수축되고 서서히 퇴화되어갔다. 그런데 이들 깃털들은 떨어져 두 개가 짝을 이루어 반짝거리며 게임하는 사람이 알 수 있도록 길을 표시하기도 하는 등 신호가 되었다. 그제야 조슈아의 아빠는 말했다. “이거 정말 실감나는 게임이네!”
얼마 후 그들은 얼음 묘약을 발견했다. 그것은 뿔과 튼튼한 날개를 가진 앨리시아를 닮은 형상의 주전자에서 파란 묘약이 되어 흘러나왔다. 얼음 묘약은 그녀의 혈관과 체액 속에서 수정으로 변해서 그녀는 예전처럼 빨리 달리거나 검을 휘두르거나 총을 빠르게 뽑을 수가 없었다. 조슈아 또한 근육에 통증을 느낄 정도로 온 신경을 긴장하며 같은 방향으로 나아갔다. 그들은 어느 날은 새벽 두 시까지 굶주린 보라색 요물들과 독이 되어 녹아 뚝뚝 떨어지는 종유석 물방울에 의해 온통 구멍이 뚫린, 지도의 우측 하단에 그려져 있는 검은 동굴을 더듬으며 올라간 적도 있었다. 이 지역의 우두머리는 끈끈한 피부를 가진 벌레였는데 한 번 달라붙으면 독침이나 요물 따위 등 적이나 위협물들을 꼼짝 못하게 했다. 조슈아는 그 벌레를 죽일 수 없었는데 앨리시아의 날개가 없이는 달라붙는 다양한 형태를 가진 장애물을 뛰어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조슈아의 아버지는 그를 무릎에 앉히고 조종기를 빼앗아 앨리시아의 검을 이용하여 싸움을 끝냈다. 다음 방에서는 온통 캄캄한 가운데 커다란 푸른 암석만이 있었다. 그들은 아더왕을 위한 선물로 그 검을 그곳에 두고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조슈아의 아버지가 B 버튼을 눌렸을 때, 앨리시아는 암석을 내리쳤는데 순간 칼은 산산조각이 나서 손잡이와 작은 칼날만 남았다. 폭파된 파편들이 밤하늘의 별처럼 또는 폐차장의 파편처럼 공중으로 날아 튀었다.
“어떻게 우리는 적을 무찌를 수가 있죠?” 조슈아가 물었다.
“우리는 아직 총이 있어.” 아버지는 조슈아의 등에 가슴을 대고 얼빠지고 힘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에도 질 것 같아요.“ 조슈아가 말했다.
“그러면 그냥 도망칠 거야.“ 아버지가 말했다.
조슈아는 아버지의 머리가 많이 빠진 것을 보았다. 그리고 아버지의 피부가 게임 속의 종유석처럼 핼쑥하다고 느꼈다.
그들은 함께 요리를 만들었다. 그들은 27% 지방이 들어간 소고기와 크래커 가루를 섞어서 미트로프를 만들었다. 그들은 간 쇠고기와 나마지 첨가물을 맨손으로 섞었다. 그리고 페이퍼 타올로 손을 닦은 후 손을 씻어 분홍색 끈적거리는 고기 잔여물을 마저 없앴는데 조슈아는 한동안 그 느낌이 마치 게임의 그 끈끈이 벌레 같았다. 그들은 케첩과 흑설탕을 녹여 그레이즈를 만들고 미트로프 위에 얹어 흑색의 과자껍질처럼 만들었다.
그들은 계란을 풀어 프라이팬에 볶았는데 너무 간장이 많이 들어가서 짰다. 그들은 마카로니를 후라이팬에 볶은 후 그 위에 세다치즈 조각을 뿌려서 녹여 마카로니 카세롤을 만들었다. 그들은 마리나라 소스와 모젤리아 치즈, 페페로니 등이 들어간 피자 베이글도 만들었다. 그동안 3일 연속 베이글 위에 피터 버터만 발라 먹었던 것이다. 조슈아는 아버지가 게임을 탐색하는 동안 카우치에 베개를 끼고 누웠다. 그들은 흙덩어리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가 그 흙더미로 무엇을 할까요?” 조슈아가 말했다.
“나도 몰라.” 아버지가 말했다. “그것을 먹을 수도 있지.”
“왜 그녀가 그것을 먹는 것이 문제되죠?”
“너 흙을 먹어본 적이 있니, 조쉬?”
조슈아는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다.
“그게 그녀를 병들게 할 수도 있어.” 아버지가 말했다. “그건 하나의 시작일 뿐이지.”
“내가 생각하기에 흙덩어리로 그녀의 눈을 가릴 수도 있어요.” 조슈아가 말했다. “또는 그녀는 그것을 입에 넣고서 삼키지 않고 있다가 그것으로 콧구멍을 막을 수도 있죠. 그러면 그녀는 비명을 지를 수도 없고 항상 그 맛을 맛볼 수 있을 거예요.” 그는 그의 입안이 꽉 찬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산 채로 매장된 것처럼 말이야.” 아버지가 말했다. 아버지는 조슈아의 머리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기분 괜찮아, 친구?”
“괜찮아요.” 조슈아가 말했다. “내가 이 방 그림을 지도에 그려봐도 되요?”
아버지는 그러라고 했다.
아버지가 말했다. “우리는 게임의 70%를 지도에 표시했어. 그러나 아직도 우리는 아이템의 절반밖에 갖지 못했어.”
아버지는 카우치에서 잠이 들었다. 티비의 화면이 아버지의 안경에 비춰져 어른거려 게임에서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아버지가 깨어 있는 듯이 보이게 했다. 조슈아는 아버지의 무릎에 앉아 조종기를 쥐었다. 그는 지폐와 동전들이 사방에서 날아와 앨리시아의 몸에 초록색의 날개만 살짝 드러낼 정도로 달라붙는 상업의 방의 가짜 바닥 밑에서 흙덩어리를 발견하였다. 그 흙덩어리는 비슷하게 보이지만 조금 작은 몇 개의 다른 흙덩어리와 함께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일어나 봐요,” 조슈아는 아버지를 깨웠다. 아버지가 눈을 떴다.
“그것을 발견했니?”
이것이 바로 그녀가 흙덩어리를 가지고 한 일이었다: 그녀는 흙덩어리를 발라 몸을 더럽게 하고 윤기를 없애면서 그녀의 몸을 갈색으로 위장하였다. 먼지 구름이 그녀의 몸 주위에 맴돌았다.
“어허!” 아버지는 잠시 놀랬다가 도로 잠이 들었다.
조슈아는 아버지의 옷과 자신의 옷을 살펴보았다. 옷들은 치즈 조각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고 크란베리 쥬스가 여기저기 묻어 얼룩져 있었다. 그들이 옷을 세탁한 지는 거의 한 달이나 된 것 같았다. 조슈아는 빨래 후 옷을 개는 것은 싫어했지만 사람들이 학교나 다른 곳에서 그의 옷을 쳐다보는 것은 더욱 싫었다. 그의 진 바지는 무릎과 허벅지가 드러날 정도로 낡아 있었고 팔소매는 이미 너덜너덜해졌다. 그는 게임을 중단하고 뭘 좀 먹으려고 부엌으로 갔다.
싱크대에는 기름때가 번들거리는 그릇들로 꽉 차 있었다. 식탁에는 반쯤 마시다만 음료수 깡통이나 빈 깡통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골드 짐이나 엘에이 피트니스 무료 사용권이 트럼프 카드처럼 나동그라져 있었다. 찬장에는 마카로니나 호박파이 통조림 외에는 텅 비어 있었다.
조슈아가 수화기를 들기 전에 전화벨이 두 번 울렸다. 그는 전화벨이 울리기도 전에 전화가 올 것을 미리 알았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가 전화기를 쳐다보자 벨이 울렸기 때문이다.
“여보세요?” 조슈아가 말했다.
“미안해요,” 여자의 목소리였다. “전화를 잘 못 건 것 같아요.”
“누구야?” 잠을 깬 아버지가 물었다.
“어떤 여자에요,”조슈아가 말했다. “잘못 걸었대요.”
“미친 년” 아버지가 말했다. 그리고 다시 눈을 감았다.
조슈아는 오래전 전화응답기에 녹음된 엄마의 목소리나, 혹시 다른 곳에 녹음된 엄마의 목소리를 찾으려고, 그래서 혹시 조금 전의 목소리와 같은 목소리인지 알아내려고 그 이후 잠을 잘 수 없었다.
다음 날 그들은 아침 식사로 상표도 없는 시리얼을 먹었다. 조슈아의 아버지는 헬스클럽 쿠폰 위에 우유를 흘렀다. 쿠폰은 주름이 생기고 갈색으로 변했다. 시간이 지나면 식탁 위에 접착제로 붙여놓은 듯 달라붙을 것 같았다. 쿠폰 위에 구멍이 생길 것이다. 아버지가 말했다. “우리는 작은 아파트로 이사 갈 거야.”
조슈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가 말했다. “좀 싼 방세로.”
조슈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가 말했다. “게임할 더 많은 돈이 필요해.”
지도의 좌측 맨 위에 있는 콘서트홀에서 그들은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죽이고 지휘대를 처부시고 연 후 그 안에서 소리가 흘러나오는 귀마개를 발견하였다. 앨리시아가 귀마개를 쓰자 게임은 조용해졌다. 그녀의 발자국 소리와 적들의 발자국 소리가 나지 않았다. 음악도 없었다. 조슈아는 그녀의 총을 발사했다. 총탄이 터지는 소리는 더 이상 나지 않았다.
“계속 이런 식으로 나가야 할까요?”
“그래.” 아버지가 말했다.
그들은 새 아파트로 이사했다. 아버지 친구들 중 아무도 도와주러 오지 않았다. 그들은 빌린 픽업트럭에서 짐을 내린 후 파란 색 게토레이 음료수를 나눠마셨다. 조슈아의 아버지는 맨 먼저 서쪽 벽에 있는 유리 창문 위에 지도를 붙였는데 지도는 거의 벽 전체를 차지해 버렸다. 지도는 계속 커지고 있었다. 그것은 카펫 위에 마치 멍든 것처럼 어둡고 희미한 여러 색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 그림자는 그들이 남쪽 벽 쪽에 밀어놓았던 카우치에 드리워져 주름을 만들었다. 그들은 티비를 카우치 반대편에 설치했고 냉장고에 이사 오면서 꺼냈던 식품들을 도로 채워 넣었다. 마요네즈 병, 피클 몇 개, 립튼 차, 아직도 축축한 봉지들, 감자 자루, 흰 빵 등. 아버지가 말했다. “너 카우치에서 잘래? 아님 침실을 쓸래? 조슈아는 대답을 하려고 아버지의 얼굴을 살폈다. 아버지는 정말 그것이 궁금해서 그에게 묻는 것 같았다. 그가 원하는 곳을 말하는 것이 가능한 것 같았다. 그는 말했다. ”카우치를 쓸래요.“
“오케이.” 아버지가 말했다.
그들은 아직 포장도 뜯지 않은 운동 기구와 아버지의 옷들, 몇 개의 구두 상자 등 박스에 넣고 테이프로 부쳐놓은 아버지의 짐들을 침실로 옮겼다.
날이 저물었을 때 그들은 게임을 작동시켰다. 게임이 켜지자 부엌 전체와 그들의 얼굴은 지도의 사각형 격자무늬가 그림자를 드리우며 밝게 빛나고 있었고, 격자무늬 속에는 크레용이 녹은 것 같은 밝은 상처 또는 안개가 있었다. 조슈아의 아버지의 얼굴에는 게임 속의 호수와 독약의 색깔인, 푸른색과 노란색이 드리워져 있었다. 조슈아의 손에는 초원지대의 녹색이 드리워져 있었다. 왕실은 냉장고 쪽으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그들은 앨리시아를 왕실 출입구에서 빠져나와 그녀의 몸에 바른 흙이나 다른 약점들 때문에 문들이 쉽게 열리는 통로로 내려가게 조종하였다. 조슈아가 감자 칩 한 봉지를 뜯으려 하자 아버지는 나중을 위해 아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곧 그들은 오렌지 코르크의 방을 발견하였다. 조슈아의 아버지가 B 버튼을 누르자 앨리시아는 코르크를 얻었다. 그녀는 영상이 보여줄 수 있는 한 최대한으로 엄숙하게 권총을 꺼냈다. 그녀는 발사 후 아주 작은 섬광만 보이도록 코르크를 총구 깊숙이 끼여 넣었다.
“이제 발사가 안 되나요?” 조슈아가 말했다.
아버지는 안 된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무방비 상태군요.”
아버지는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게임은 일종의 탈출이 되었다. 앨리시아는 여전히 숨을 수 있었고 점프할 수도 있었다. 그들은 전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사다리를 타고 오르기도 하고, 바위 뒤에 숨기도 하면서, 다른 루트를 찾으면서 적들을 피해서 달아나느라 온밤을 꼬박 새웠다. 그들이 괴물들을 피할 수 없을 때, 그들은 머리를 들고 괴물들에 부닥친 후 순간 보호 기능을 사용했는데, 이렇게 하면 다른 방으로 피할 수 있게 되었고, 그들은 또 그 방에서 그러기를 반복하였다. 조슈아의 아버지는 자주 게임을 중단 하였다. 그는 조종기를 조슈아에게 넘겨줄까 물었는데 그때마다 조슈아는 거절하였다. 그들은 모두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몇 시간 후 조슈아가 일어났다. 그는 아버지 바지의 무릎에 흘린 침을 닦았다.
“일어났구나.” 아버지가 말했다. “내가 발견한 것을 보아라.”
“그녀가 바닥에 있네요.” 조슈아가 말했다.
“내가 납으로 만든 벨트를 발견했지. 보이지?” 그것은 앨리시아의 허리에 감긴 가는 밴드였다. 그녀는 다리는 구부린 채 무릎을 바닥에 대고 팔꿈치로 바닥을 지탱하고 있었다. 벨트의 버클(이 버클은 보이지는 않았지만 조슈아는 매뉴얼과 공격 방식을 미리 읽어봐서 알고 있었다.)은 바닥에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녀를 바닥에 눕히게 한 것이 이 버클의 무게였다. “내가 공격하려고 할 때마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거야.” 그의 아버지가 말했고 그녀는 힘없이 팔을 뻗쳤으나 힘이 약해 검에 도달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공격이라기보다는 한 번 시도에 불과했다. “그녀는 기어갈 수 있어.” 그는 그녀를 기어가게 만들었다.
“우리는 곤경에 빠졌어요.” 조슈아가 말했다. “아빠, 이 상태로는 아무데도 갈 수가 없어요. 우리는 여전히 선글라스가 필요해요.”
“아마 우리가 이길 수 없을지 몰라.” 아버지가 말했다. “인생 또한 그렇듯이.”
어떻게 그들이 그 방을 빠져나올지 확실하지가 않았다.
바닥을 어느 정도 기다가 그들은 벽면에서 벽돌을 발견했는데 그녀의 무딘 칼로도 부셔버릴 수 있는 낮은 벽돌이었다. 게임의 세계는 기어 다니기에 충분한 넓은 터널들로 가득 찼고 도처에 바닥이 이런 터널들로 파헤쳐졌다. 이러한 터널들은 때로는 게임을 하는 사람에게 보이기도 했지만 대부분 그렇지 못했다. 자주 그것들은 바위나 나무뿌리, 또는 용암이나 하천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여전히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주 느린 화면의 움직임뿐이었다. 조슈아가 말했다. “터널들이 어디에서 생겼나요?”
“끈끈이 벌레가 만든 것 같아.” 아버지가 말했다.
베어서 쌓아놓은 나무들과 그루터기들. 꺼지지 않고 불타는 초. 동굴과 기암괴석들. 그들은 그들이 봐왔던 것을 새로운 각도에서 보았다. 조슈아는 지도에 터널들을 그렸는데, 이제는 그래프 종이가 온통 터널들로 가득 찼다. 그 터널들은 조슈아의 아버지가 방향을 잡은 대로 지도의 중심부를 향해서 나아가는 나선형의 검은 선들이 되었다. 그러나 끝이 막힌 터널들도 많았다. 아버지와 아들은 조종기로 아무리 해도 더 이상 나아가지 않을 때 터널이 막혔다는 것을 알았다. 그때는 그들은 다시 돌아왔다.
조슈아가 다시 깨어났을 때 카우치에는 그 혼자만 있었다. 그의 다리는 외로운 늑대 그림이 있는 담요 속에서 엉겨 있었고, 신발과 양말은 벗겨져 있었다. 그는 턱 밑에 흘린 침과 콧물을 닦았다. 카우치의 팔걸이에는 그가 흘린 콧물 자국이 흥건했다. 그는 화장실로 갔다. 전에 살던 세입자는 그레타 가르보가 담배를 피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화장실 벽에 그대로 남겨놓고 갔다. 그녀의 모자에는 작은 공작새 깃털이 꼽혀 있었다. 그녀는 행복해 보였다.
조슈아의 아버지는 그들이 방학 때 갈 수 있는 여행 장소들에 대해서 말했다. 인디아나의 산타크로스가 제일 첫 번째로 꼽혔다. 거기에는 놀이공원이 있는데 지금은 수상 놀이공원까지 갖췄다. “세계에서 제일 큰, 나무로 된 롤러코스터가 있지.” 그의 아버지가 말했다.
“정말이에요?” 조슈아가 말했다.
“게임할 충분한 돈”이란 결국 공과금을 제 때에 내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 드러났다. 아버지와 아들은 거의 식물성만 섭취하는 다이어트를 시도하였다. 피넛 버터 젤리와 칩이 단골 메뉴였고 햄버거와 생선 튀김은 하디 식당에서 세일하는 금요일에만 먹었다. 그들은 일주일에 두 개의 비디오를 블록버스터에서 빌릴 여유가 있었는데, 한 개는 아빠를 위한 성인용인 R 등급 영화였고, 한 개는 조슈아 것이었는데 13세 또는 그 아래의 아이들이 어른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였다. 아버지는 항상 벽을 돌아가며 진열대에 진열된 신간 비디오만 빌렸고 조슈아의 비디오는 안쪽으로 들어간 진열대에서 골랐다.
가끔 조슈아의 아버지는 조슈아가 알아차리지 않도록 노력하면서, 친척에게 전화해서 조슈아의 엄마에 대해서 말했다. 그는 암호를 써서 말한다고 생각했다. “여왕”이나 “공작부인”이라고 그녀를 불렀던 것이다. 조슈아는 그녀가 어디 살고 있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단서를 찾으려고 세심하게 귀를 기우렸다. “(어떤...)공중전화...” 그의 아버지가 말했다. “”(어떠 어떠한) 애틀랜타”
애틀랜타는 조지아 주의 수도였다. 아주 큰 도시였다. 이것으론 전혀 충분하지 못했다. 조슈아는 <침묵의 전설>에서조차 그의 길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들의 지도는 거의 완성되었다. 석양이 커피 테이블과 그들의 신발들과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옷가지에 길게 그림자를 드리웠다. 곧 그들은 게임을 마칠 것이다. 조슈아의 아버지는 게임의 마지막 단계를 녹화하기 위해 닌텐도 게임기를 비디오에 연결했고 공 테이프를 샀다.
그의 아버지는 좀 난처한 시간에 조슈아의 견해를 물었다. 조슈아는 아버지가 문을 두드렸을 때 화장실에 있었던 것이다. “좀 바빠요.” 그가 말했다.
그의 아버지가 말했다. “결코 네가 받아야 할 대가 이하로는 해결하려고 하지 마라. 그러나 네가 무엇을 얻을 수 있다 해도, 언젠가는 그것 전부를 돌려줘야 한다는 것을 이해해라. 네가 최대한 많이 돌려줄 수 있도록, 그러기 위해 네 자신을 준비해야 한다.”
“알았어요.” 조슈아가 말했다.
“알았지.” 아버지가 말했다. “너는 용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버지가 그런 여유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알았다.”
그들이 선글라스를 발견했을 때, 그들은 왕실 바로 위에 있는, 지도의 중심에 거의 다가서 있었다. 이것이 그들이 필요한 마지막 일이었다. 조슈아의 아버지는 조슈아를 무릎에 바짝 끌어 당겼다. 그는 조종기를 조슈아의 손에 넘겨주었다. 조슈아는 B 버튼을 눌렸다. 앨리시아가 선글라스를 섰다. 화면이 어두워졌다. 그녀는 지도의 중심으로 기어갔다. 그녀가 기어가자 화면은 검게 변했다. 그녀는 마치 없는 것처럼, 아주 희미해지고, 어떻게 기어가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너무도 조용히 기어서, 문을 열고 출입문을 통과하였다. 그녀는 승강구를 통해서 왕실로 떨어졌다. 왕실은 더 이상 왕실이 아니었다.
“왕실이 변했어.” 아버지가 말했다. “지도의 그림을 바꿔야 해.”
그는 검은 사피 매직펜을 사용할 것이다. 화면이 지금은 검은 색으로 변했다.
화면의 중심에서 하얀 막대(커서)는 워드 프로세서에서처럼 깜박이고 있었다. 잠시 시간이 흐른 후 화면에는 뚜렷한 흰 글씨가 나타났다.
너는 열반에 있다. 너는 열반에 있지 않다.
너는 여기에 너의 적을 죽이러 왔다. 너의 적은 열반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다. 너의 적이 열반에 있는가? 대답하라. 그런가? 아닌가?
“아니요.” 아버지가 말했다. 조슈아는 아니라고 키를 눌렸다.
“아니야” 게임이 말했다. 너의 적이 열반에 없다면 너 또한 없다. 너는 없다.
“어떻게 된 거죠?” 조슈아가 말했다.
아버지는 조슈아를 바짝 끌어 당겼다. 그는 닌자 거북이 셔츠 위로 조슈아의 배를 쓰다듬었다.
너는 너의 적을 추적하였는지도 모른다. 게임이 말했다. 너는 진실로 너의 적을 추적하는가? 대답하라. 그런가? 아닌가?
“어떻게 생각하니?” 아버지가 물었다.
“아니에요.” 조슈아가 말했다. “우리는 우리의 적을 추적하지 말아야 해요.”
“좋아.” 아버지가 말했다. 조슈아는 아니라고 키를 눌렸다.
“아니야.” 게임이 말했다. 너에겐 적이 없다. 너는 너가 없다. 미로는 사라졌다. 네가 짊어진 모든 짐이 너에게서 사라졌다. 너의 육신은 너의 영혼으로부터 떨어졌다. 너의 영혼은 네가 없음으로 자유이다. 네가 없음은 네가 아니다. 너는 두렵느냐? 그런가? 아닌가?
“너 두려우니?” 아버지가 말했다.
“예” 조슈아가 말했다.
“너는 두려움을 잊을 것이다. 너는 사랑하는가?
“예” 아버지가 말했다.
“예” 조슈아가 말했다.
“너는 사랑도 잊을 것이다.”
축하한다. 네가 이겼다.
“게임이 끝났나요?” 조슈아가 말했다.
“그런 것 같구나.”
아버지는 조슈아를 꼭 껴안았다. 조슈아는 지금 그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잠시 어리둥절해졌다. 마치 그가 유리잔을 밟았을 때 엄마가 핀셋으로 피부에 박힌 유리 조각을 하나하나 뽑아주었을 때 느꼈던 그런 절실한 느낌을 받았다. 엄마가 아버지에게 이제 아버지의 손을 꼭 잡을 준비가 되었다고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조슈아는 어금니를 꼭 깨물고, 눈을 감고, 그리고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