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핑크돌핀스의 해양동물 이야기 2] 한국 바다 최후의 대형고래 밍크고래의 씨가 말라가고 있다

[핫핑크돌핀스]

네이버 동물공감에 연재하고 있는 핫핑크돌핀스의 해양동물 이야기 두 번째 글입니다.

http://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9495725

한국 바다에 남은 마지막 대형 고래, 밍크고래의 씨가 말라가고 있다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바다 속을 헤엄치는 밍크고래. 플리커

밍크고래는 최대 크기가 약 9미터 정도로 보통 대형 고래라고 칭하는 수염고래들 가운데서는 가장 작은 축에 속한다. 하지만 다른 수염고래들이 모두 과도한 포획으로 사라진 한국 바다에서 유일하게 남은 대형 고래가 바로 밍크고래다. 초기 포경의 역사에서 밍크고래는 다른 수염고래들보다 크기가 작다는 이유로 포획을 면했는데, 이것이 역설적으로 밍크고래가 유일하게 개체수를 보전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목숨을 부지해온 밍크고래의 운명이 풍전등화다. 고래연구센터는 한국 바다에 남은 밍크고래의 개체수를 2015년 1,600마리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서해안에 1천 마리, 동해안에 6백마리 정도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매년 한국에서 혼획과 불법포획으로 죽는 밍크고래가 2백마리 정도이니, 지금은 더 줄어들었을 것이다. 이 고래들은 한국에 130개 정도로 집계된 고래고기 식당에서 판매되고 있다. 국제포경위원회(IWC)는 2012년 연례회의에서 고래 몸속에 수은 같은 중금속과 오염물질이 다량 축적돼 있는 점을 근거로 ‘고래고기는 건강에 해롭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핫핑크돌핀스가 정보공개 포털을 통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7년 1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만 8개월간 한국 해역에서 혼획된 밍크고래는 공식적으로 해경에 의해 보고된 건만 48건이다. 매주 1건 이상의 밍크고래가 한국 해역에서 혼획되고 해경의 허락을 얻어 팔려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2017년 한 해 혼획되어 시장에 유통되는 밍크고래 숫자는 70여 마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합법적으로 유통된 밍크고래는 2011년 95마리, 2012년 79마리, 2013년 57마리, 2014년 54마리 그리고 2015년 97마리로 최근 5년간 한 해 평균 76마리인 것을 감안하면, 올해 들어서도 밍크고래 혼획 숫자는 전혀 줄어들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핫핑크돌핀스는 급감하는 밍크고래를 보호하기 위해서 정부가 보호종으로 지정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고래고기 유통 금지와 관리 대책을 묻는 핫핑크돌핀스의 공문에 2015년 6월 답변서를 보내왔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정부는 고래 관리 조치를 철저히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죽은 사체를 처리하기 곤란하고, 수요도 있기 때문에 고래 고기 유통을 금지하기는 어렵습니다.’

이것은 변명에 불과하다. 죽은 사체 처리 방법은 소각, 해양생태계 환원, 연구기관 증정 등의 방법이 있다. 고래고기 역시 시중 유통 3분의2 정도가 불법임을 감안하면 강력한 행정조치로 수요 자체를 줄여야 함이 명확하다. 최근 고래고기로 팔려나가는 밍크고래는 성체 한 마리 가격이 5천만 원을 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여수에서 6월 혼획된 밍크고래는 3,800만원에 낙찰되었고, 울산에서 8월 19일 혼획된 밍크고래는 6,800만원에 팔렸으며, 지난 9월 3일 강원도 양양 앞바다에서 통발에 걸린 채 발견된 밍크고래는 8,950만원에 팔려나갔다. 수요는 그대로인데 공급이 줄어들다보니 가격이 더 치솟고 있다.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한국 바다에서 밍크고래는 씨가 마를 것이 분명하다.

밍크고래를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하는 것은 단순히 한 종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다른 대형 고래들이 돌아올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밍크고래의 보호종 지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국립수산과학원이 2008년 한국계 귀신고래를 사진으로 찍으면 500만원, 그물에 걸리거나 좌초한 개체를 신고하면 1000만원을 주겠다고 포상금을 내걸었지만, 아직 상금을 탄 이가 없다. ‘살육터’를 떠나버린 귀신고래는 영영 돌아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한국 해역에서 자취를 감춘 참고래, 북방긴수염고래, 대왕고래 등도 다시 돌아오지 않고 있다. 밍크고래를 더 이상 잡(아먹)지 않고 잘 보전하겠다는 메시지를 대내외에 선포하고, 바다를 잘 가꿔나가야 사라진 대형 고래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