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 적 봉(吹笛峰,728.2m)’
<강원도정선군남면 덕우리>
* 예전에는 사람이 살지 않던곳, 나라에 죄를 지으면 귀양살이 1순위로 점쳐졌던 첩첩산골 호랑이나 살던곳, 길도없고 물을 건너야만 하는 섬같은 곳들이 20세기에 들어서는 상전벽해(桑田碧海)의 자연순리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며, 곳간(돈)이 넉넉하면 적당한 크기의 땅을사서 등기를 하고 신선처럼 살려고 다툼을 하는 곳이 되었다. 예전 같으면 그냥 줄테니 살라고 해도 마다하던 곳이었다.
정선땅 취적봉도 그 중 한곳으로 조선조 비운의폭군으로 알려진 ‘연산군’의 네아들들이 이곳으로 유배되어 초근목피로 연명하다 중종에 의해 사약을 받고 죽은 곳으로 그뒤 아들들의 혼령이 매일밤 피리를 불고 갔다는 전설과, 앞쪽 지족산에서 보면 마치 동자가 피리를 불고있는 모양과 같다하여 붙혀진 이름으로 전하고 있다.
취적봉은 백두대간상의 금대봉(1418m)에서 발원하여 천상(天上)의 화원(花園)인 대덕산(1310m)을 지나 길게 북으로 뻗어나가다가 화암동굴로 유명한 각희산(1083m)에서 서쪽방향으로 잔맥을 늘어뜨리는 어천(魚川)가에 마지막으로 세운 뼝대가 일품인 봉우리다.
특히 취적봉이 세간에 알려진것은 월간산(山)지에 소개도 되었지만, T.V프로 1박2일에 방영된후 전국으로 소문이 퍼져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또한 고양산과 각희산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북동리에서 부터 덕산기 마을을 지나 백평마을까지 구절양장을 만들면서 천연트레킹 길을 만들었다. 전에는 비가 오고난뒤 수량이 많으면 열 번도넘게 계곡을 건너야 했다.
지금은 그 시절도 격세지감이 되어 무척 아쉬움이 남는 추억의 길이 되었다. 길을 넓히고 다리를 놓고(교량과 잠수교) 여름피서지로 관광객을 끌어 들이는 바람에 순수했던 오지길은 옛날얘기로 묻혀졌다. 덕산기계곡은 북동리 하북동에서부터 덕우리 백평마을 앞까지 약 10Km의 계곡을 말한다. 왕복으로 대략 5~6시간이 걸리는 백패킹코스다.
피서객은 백평마을앞에서 시멘포장길인 차단기가 있는 곳까지 사이에서 물놀이를 즐긴다.
산행마니아들은 산과 연계해서 코스를 선택하는데 대다수 정선읍과 동면경계지점인 덕우리 삼거리에서 하돌목교를 깃점으로 취적봉을 오르고 동쪽으로 능선을 오르내리다가 덕산(德山,884m.)정상에서 덕산기마을 앞으로 내려선뒤 계곡을 따라 백평마을까지 걷고 산행을 마친다.(덕산을 또다른 이름으로는 군인산 또는 구진병산으로도 부른다.)
두 번째는 백평마을에서 1박2일로 유명세를 타고있는 휴게소앞 교량을 건너기 전에서 우측으로 계곡을 건너 뼝대능선으로 취적봉을 오른뒤 앞서의 순서대로 산행후 원점회귀하는 방법이 있다.
세 번째는 초심자코스로 덕우삼거리 하돌목교에서 시계바위(일명,사모바위)를 거쳐 취적봉정상에 오른뒤 뼝대능선으로 하산하여 덕우8경을 확인하면서 하돌목교로 원점회귀하는 3시간정도의 여유로운 산행길이다.
덕우8경은 낙모암,제월대,구운병,옥순봉,반선정,운금장,백오담,취적대로 각각의 전설과 사연이 있으나 지면상 생략한다. 이중제1경은 옥순봉이다. 아직 미비한 곳이 있으나 마을에서 조만간 고증을 바탕으로 복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1박2일에 소개된 덕산기계곡은 초입새 백평마을 낙모암앞 자갈밭에서 거의 촬영을 하였기에 제대로 덕산기계곡이나 취적봉은 아예 소개도 되지 않았다. 수박겉핥기 식이다.
T.V에 소개된 덕산기계곡 초입은 이제 옛스러움은 없어졌고 피크때는 남대문시장 격이다.
예전에 ‘6시내고향’에 처음 백평마을이 잠깐 소개 되었을때만 해도 어릴적 할머니가 사시던 시골을 연상케 했다. 하늘만 빼꼼하게 보이고 산으로 둘러쌓여 땅이라고는 백평(百坪)쯤 된다고 하여 부르던 마을이름이다.
이제 첩첩산골이니 호랑이가 나왔다느니 하는곳은 전국에 거의 없다고 봐야한다. 길이 좋아지고 차량성능이 좋아지고 매스콤이 한몫을 거드는 바람에 시골처녀 바람나듯 짧은시간에 순수는 사라지고 흥청망청 먹고 마시고 노는 장소가 되었다.
정말 웰빙이 무엇이고 힐링이 무엇인지 안다면 자연에 손을 대서는 안된다. 가끔 외국의 산과 자연이 소개되는 프로그램을 보면 부러운 생각이 든다. 있는 그대로 놓아두고 사람의 손길은 아주 최소한의 생명과 직결되는 부분만 간섭하고 있다. 인위적인것은 거의 배척하는 행정을 펼치기 때문이다.
덕산기계곡은 교량도 놓지말고 시멘트포장도 하지말고 자연그대로 두었어야 했다. 다만 백평마을 부근에 작은주차장 하나정도 만들어 낙모암부근에서 아이들과 물놀이를 즐기는 장소로 제공하고 계곡트레킹은 청소년들의 호연지기와 체력을 단련시키는 자연학습장으로 활용했어야 했다. 또한 산행인들에게는 산과물을 동시에 즐기는 순수한 자연을 맛볼수 있는 곳으로 남겼어야 했다.
한번 파괴되고 변형된것은 돌이킬수 없다. 한국의 미니그랜드케년으로 불러도 손색없는 덕산기계곡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더 이상 사람의 손길을 뻗쳐서는 안된다.
취적봉산행코스는 지금의 옥돌목교 원점회귀코스가 그나마 다행이며 정선땅의 작은전설이 있는 덕우8경를 찾을수 있는 것만으로 잠시 여가선용의 즐거움을 권하고 싶다.
- 정산 이 연 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