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천은
토함산 동쪽을 감싸고 나온 물줄기가
함월산 기림사 쪽에서 흐르는 물줄기와
합쳐져 양북면 일대의 넓은 들을 지나
대왕암이 있는 동해 바다로 흘러드는데
이것이 대종천이다.
대종천은 대왕암, 감은사, 이견대를
감싸안고 , 그들 유적지를 살아 숨쉬는
역사현장으로 증명하고 있는 대종천이지만,
지금은 과거의 영광이 빛바랜 세월 속에
시들어가듯 말라 한갓 시냇물줄기에 불과하다.
더욱이 1991년 여름의 홍수와 산사태로
대종천은 그 바닥을 높이 드러내고 있다.
토함산을 감싸돌아 동해 바다로
흘러드는 대종천은 황룡사 대종이
지나갔다고 해서 대종천이라 부르게 되었다.
그러나 동해 용이 된 문무왕의
넋을 부지런히 실어나르던 대종천은
강바닥이 높고 낮아지는 것과는 상관없이
그 이름에 얽힌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고려 시대의 일이다.
고종 25년(1238) 몽골의 침략으로
경주 황룡사의 구층탑을 비롯한
문화재가 많이 불타버릴 때였다.
황룡사에는 에밀레종(성덕대왕신종)의
네 배가 넘는, 무게 100톤에 가까운
큰 종이 있었는데
몽골군들이 이 종을 탐내어
그들 나라로 가져가기로 했다.
뱃길을 이용하는 것이 당시로서는
가장 효과적인 운반수단이어서
토함산 너머에 있는 하천을 이용하였다.
그러나 문무왕의 화신인 호국용은
몽골병들이 큰 종을 내가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배가 대종천에 뜨자
갑자기 폭풍이 일어나 종을 실은 배는
침몰되면서 더불어 종도 바다밑에 가라앉았다.
이후 큰 종이 지나간 하천이라고 해서
‘대종천’이라는 이름이 붙게 된 것이다.
그 뒤부터는 풍랑이 심하게 일면
대종 우는 소리가 동해 일대에 들렸고
몇 년 전만 해도 주위 마을의 해녀들이
대종을 보았다 하여 탐사하였으나
끝내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물결이 일렁일 때마다
은은히 울리던 종소리의 주인공은
황룡사에 있던 종이 아니라
감은사의 종으로 임진왜란 때
왜병들이 빠뜨린 것이라는 일설도 있다
대종천 (답사여행의 길잡이 2 )
(경주, 초판 1994., 개정판 23쇄 2012.한국문화유산답사회, 김효형, 박종분, 김성철, 유홍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