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08 예향 진도신문 게재 원고
『藝都(예도) 珍島(진도)』를 가꾸려면
박영관
필자는 2020. 01. 21. 본지에 『藝都(예도: 문화예술의 수도 : 도읍지) 珍島(진도)』라는 글을 썼다. 짧은 생각으로 쓴 글에, 관심을 가진 애독자들이 격려 전화와 동감의 문자로 깨우쳐 주어 감사드린다.
전고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진도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과 향토문화유산 등 특별한 유․무형유산을 보존하고 있는 빼어난 고장이다. 시·서·화·창을 비롯한 풍부한 문화예술 자원의 가치를 높이고 이를 체계적으로 전승·보전시키며, 강강술래와 아리랑 등 무형문화재가 많아 2013년 전국 최초로 『민속문화예술특구』로 지정되었다.
올해는 『2020 무형유산도시』로, ‘신비의 바닷길 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 ‘2020∼2021년 정부 지정 명예 문화관광축제’에, 경사가 겹쳐 국토교통부가 주최한 ‘대한민국 국토대전’에서 마을가꾸기 사업으로 경관행정 부문 우수상으로 선정된 자랑스러운 고장이다. 세월호 사고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진도군수를 중심으로 일치된 군민의 힘이 바탕이 되어 슬기롭게 극복했다.
최근에는 가수 송가인이 혜성처럼 등장해 국민의 가슴을 날로 파고들고 있고, 대명콘도의 자회사인 진도 쏠비치에는 관광객들이 북적인다. 침체에서 허덕이던 진도군의 경제가 지역 출신 트로트 가수 ‘송가인 효과’와 진도 쏠비치의 유명세로 기지개를 켜고 있다.
그러나 현재에 만족하면 더 이상의 발전은 기대하지 못한다. 『藝都(예도)』로 이어가려면 어떤 생각을 가져야 하는지 고민해 보자.
진도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신바람 나는 문화예술이다. 그런데 진도의 문화예술인들은 어르신들이 대부분이다. 진도 인구는 2020년 6월말 현재 30,461명이며 이중 65세 이상이 10,211명으로 33.52%가 넘는 수치다. 진도는 이미 초고령사회를 넘어섰다. 인간문화재들이 고령화되어 가는 데 문제는 이들에게 배우고 익혀가는 전수생들이 드물거나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10년 후 20년 후에는 현재의 찬연한 문화예술을 감상할 수 있을까? 더군다나 청소년들이나 학부모들이 배우기를 꺼리고 등한시하니 걱정이다.
『藝都(예도)』로 진도의 문화예술이 발전하고, 끊임없이 演行(연출하여 행함)되려면 어떤 제도가 필요할까? 필자의 생각으로는,
첫째, 교육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유·초·중등교육부터 지역화 교재로 진도의 문화예술 교육이 교육과정에 편성되어야 한다. 진도교육지원청의 진도교육 2020을 살펴보면 ‘마을과 함께하는 교육공동체’와 ‘예향 진도의 전통 예술 교육’이 눈에 띈다. 진도의 예맥을 이해하고 선정된 역점과제와 특색교육이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 진도의 문화예술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심도있게 지도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학교마다 진도 문화예술을 교육과정에 반영하고, 교육활동 공개회는 물론 진도군의 축제에는 학생들도 참여하도록 한다. 사회교육 일환으로 전남대학교 평생교육원이 운영되고 있는데 그 프로그램에도 소통과 공감의 장으로 진도 문화예술 영역이 녹아 들어가야 한다.
나아가 마을별로 진도 문화예술 분야를 선정하여 공연할 수준이 될 수 있도록 평시에 연찬 활동을 한다. 1년에 한 번씩 하는 마을총회 때에는, 유·초·중등학생부터 어른들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장기를 발표하고 작품도 전시하여 서로 격려하는 장으로 발전하도록 한다. 우수자는 이장명으로 표창해준다면 금상첨화다. 소규모 마을은 인근 몇 개의 마을이 공동으로 행사를 주관하면 더 좋다. 면민의 날 행사나 군민의 날 행사에 마을별로 참여하는 경연대회와 작품발표회를 개최하여, 전 군민이 흥겹게 어울리는 축제로 발전되도록 함께 이끌어 가자. 관광객이 특정 마을을 방문하면 언제든지 공연할 수 있게 연마한다.
우리 군에서는 인재장학회를 운영하고 있는데 문화예술 활동 수상자를 우선하여 장학금을 지급하고, 문화예술 활동으로 괄목할만한 성과를 올린 학교는 군청 지원금을 우선하여 지급한다는 정관 삽입도 검토해 볼 만하다.
둘째, 일자리를 국가에서 지정하는 ‘공공형 일자리’와 ‘민속문화예술 특구형 일자리’로 나누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공공형 일자리’는 그대로 가고 진도는 『민속문화예술 특구』이니만큼 민속문화예술인들이 활동하면 지원하는 방법을 연구해 보자.
또한, 진도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藝都(예도) 진도 ○○○」으로 상품명을 붙여 판매한다면 지리적 표시 로고로 확장되어, 지역의 특성화 상품으로 거듭나 돋보이게 수익률이 높아질 수 있다.
셋째, 진도를 살기 좋은 곳으로 알고 새로운 보금자리를 꿈꿔 찾아온 귀농 귀촌인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귀농 귀촌을 경제적 관점으로만 접근하였다. 그러나 문화적 방식으로 접근하여 이들의 특장점을 살려, 지역에 봉사하고 함께 문화예술 활동을 하며 풍요로운 삶을 찾는 길을 모색해보자. 삶을 근본적인 차원에서 다시 디자인하는 것과 그 삶의 배경을 변화시키는 노력은, 사람을 귀한 중심체로 바라보며 동참해 가야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說文解字(설문해자)』에서는 사람은 ‘천지의 생명 중에서 가장 귀한 것이다[天地之性最貴者也(천지지성최귀자야)]’라 하였다. 어디라도 그렇겠지만 특히 진도는 사람이 보배다.
다문화 가정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타국에서 용기를 갖고 보금자리를 찾아온 사람들에게 애정의 눈길을 보내자. 그들의 문화도 이해하며 우리 문화를 충돌이 아닌 조화로운 문화로 함께 이어갈 수 있도록 문화이해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자. 이들과 함께 『藝都(예도) 진도』의 세계화를 위해 진도 민속문화예술 분야 중 세계화가 가능한 종목으로 주제를 선정하여, 가칭 진도 국제문화축제(Jindo universal culture festival)를 개최하면 어떨까?
마지막으로, 문화예술 활동을 하는 단체들, 군민,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우리 고장의 문화예술을 집대성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필요가 있다. 이곳은 어느 특정 단체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고 진도와 대한민국 문화예술을 대표할 수 있는 웅대한 장소로, 총체적이며 복합적인 문화예술 공간이 되도록 하고 프로그램도 개발해야 한다. 그곳에 가면 진도의 민속문화예술(문학, 서예, 그림, 창, 민속...) 등을 한걸음에 보거나 체험하며 힐링(healing)하는 신바람 나는 장소가 되도록 자리매김했으면 한다.
지금까지 『진도민속문화예술특구』를 『藝都(예도)』로 가꾸기 위한 제도 몇 가지를 제언했다. 실행하려면 어려움이 많을 수 있다. 그러나 뜻을 모아 실천한다면 민속문화예술이 나날이 暢達(창달)되어 『藝都(예도) 진도』의 꿈은 이루어질 것이다.
사람에게는 꿈을 이루려는 자유의지가 있다. 그 의지는 외부에서 적정한 자극과 여건을 조성해 주면 개개인의 창의력이 크게 신장되고 창조되어, 새로운 문화예술 세계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예부터 이어온 민속문화예술을 갈고 닦아, 명실공히 藝都人(예도인)의 자부심으로 서로 북돋아 가며 활기차게 삶의 여정을 수 놓아 신명나는 『藝都(예도) 진도』의 미래사회를 견인해 보자.
우수영초등학교장 정년퇴임
사)한국문인협회재정협력위원
문학박사
진도문화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