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학예연구사와 함께 떠난 거제 문화유산 여행
거제 학예연구사와 함께 떠난 거제 문화유산 여행
거제시 문화재를 담당하는 부서가 있나요? 누가 관리를 하나요? 거제시에는 2명의 학예연구사가 있습니다. 거제시 문화예술과 문화재팀에 있습니다. 이들은 거제시 문화재를 보존하고 관리하며, 연구하고 활용하는 업무를 합니다. 류선영 학예연구사는 고고학을 전공하고 2015년부터 일하고 있고, 이진욱 학예연구사는 사학을 전공한 뒤 2020년부터 일하고 있습니다. <함께거제>가 거제시 학예연구사와 함께 옛이야기를 찾아 문화유산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문화유산 여행 코스 거제 옥산성⇒거제 기성관⇒외포 석조약사여래좌상⇒아주동 고분군
#거제 옥산성
류선영, 이진욱 학예연구사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거제 옥산성’입니다. 누런 들판과 푸른 바다가 탁 트인 전망이 너무나 아름다운 곳입니다.
옥산성은 둘레 약 780m, 최고 높이 4.7m, 폭 3m, 면적 1만 570㎡ 규모의 성으로 얼마 전까지도 조선시대 처음 쌓은 성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1월 정밀 발굴 조사에서 삼국시대에 처음 쌓은 성을 고려시대에 일부 수축하고 조선시대 다시 지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삼국시대 때 만든 연지에 이어 연대를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연지가 하나 더 나왔고, 조선시대 때 만든 것으로 보이는 여러 건물터도 나왔습니다.
남쪽 성벽 위쪽의 풀을 모두 베낸 뒤 많은 것이 드러났습니다. 언제인지 알 수 없지만 큰 바위를 세로 방향으로 쪼개 놓았는데 제를 지낼 때 제물을 바치는 제단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성 위쪽으로 가기 위해 건물터 사이로 계단도 나왔습니다. 성 정상부에는 왜구가 침입했을 때 무기로 사용하던 돌무더기도 있습니다. 성 정상에 있는 ‘금성루’는 1980년대 지은 것인데 처음엔 나무로 지었다가 태풍 ‘매미’ 때 모두 부서진 것을 콘크리트로 다시 만든 것입니다.
류선영 학예사는 “옥산성은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의 성 축조법을 한 곳에서 볼 수 있고, 두 개의 집수지가 있는 등 발굴할수록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는 아주 재밌는 성”이라면서 “그동안의 발굴 조사 등을 분석해 경상남도 기념물에서 사적으로 승격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귀띔했습니다.
거제 옥산성 거제면 동상리 산28
#거제 기성관
거제도에 하나밖에 없는 보물인 ‘거제 기성관’을 찾았습니다. 지방을 여행하는 관리나 사신의 숙소 등으로 이용된 기성관은 1664년 거제현관아를 고현에서 거제면으로 옮기면서 새로 지은 것입니다.
건물은 정면 9칸, 측면 3칸의 직사각형 평면을 갖는 단층 팔작집입니다. 중앙의 3칸 앞 지붕은 다른 쪽보다 조금 높게 만들어 앞에서 보았을 때 ‘솟을지붕’으로 돼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뒤쪽은 ‘솟을지붕’이 아닌 일자 형태로 돼 있습니다. 객사 건물 중에 앞쪽은 ‘솟을지붕’, 뒤쪽은 ‘일자 지붕’으로 다르게 돼 있는 건물은 거제 기성관이 거의 유일합니다.
1918년쯤 조선총독부 자료 사진에는 기둥 사이에 벽이 있었는데 1974년 해체 복원하는 과정에서 벽을 없앤 것으로 보입니다. 이진욱 학예사는 “객사 건물이 전라도 등에 몇 군데 있지만, 읍을 다스리는 건물이 많이 있지 않은데 거제 기성관은 1974년 원형 그대로 해체복원을 잘했고, 거제만의 특성, 지역색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아 보물로 지정됐다”라고 말했습니다.
거제 기성관 거제면 읍내로2길 22
#거제 외포리 석조약사여래좌상
외포 석조약사여래좌상은 외포리 소계마을에서 시방리로 가는 길 왼쪽 30~40㎝ 떨어진 논두렁에 가로 126㎝, 세로 150㎝의 석굴 안에 있었습니다. 논 언덕의 사면을 깎아 양쪽에 활석을 쌓고 그 위에 큰 돌 하나로 뚜껑 돌을 얹어 그 가운데 72㎝ 높이의 석불이 모셔져 있던 것을 2007년 8월 지세포 영은사로 옮겨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 불상은 이목구비는 크게 훼손돼 알아볼 수 없지만 한 손은 약이 들어있는 약통을 들고 있고, 다른 한 손은 항마촉지인(손가락을 땅을 가리키는 모양․모든 악마를 물리치고 성취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의 표현법이 서투른 것도 특징입니다.
이진욱 학예사는 “숭유억불 정책이 한창이던 고려 말 조선 초에는 불상이 많지 않아 희소성이 있고, 치밀하고 정밀하지 않은 서툰 조각 수법이 오히려 그 가치를 인정받아 경상남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됐다”라고 했습니다.
외포 석조약사여래좌상 일운면 지세포3길 98(영은사)
#거제 아주동 고분군
청동기 시대 고인돌과 신라의 무덤이 섞여 분포하고 있는 곳입니다. 2019년 발굴 결과 모두 27기의 무덤이 발굴됐습니다. 16기는 기원전 5~6세기 청동기 시대의 고인돌(지석묘)이고, 나머지 11기는 신라시대 무덤으로 성토해서 잔디를 심어 관리하고 있습니다.
다른 곳은 확인되지 않고 있는데 아래에서 보면 왼쪽 가장 위쪽에 높은 봉분 주위에는 호석(주위에 묘를 보호하는 의미를 갖는 둘레돌)이 확인됐습니다. 호석은 삼국시대 고분군의 전형적인 형식입니다.
이 무덤이 지배자의 무덤이었다면 권력이 가장 높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내부 발굴을 하면 주변에 다른 무덤도 나옵니다. ‘배묘’라고 하는데 이 봉분처럼 권력이 높을수록 순장의 경우처럼 배묘가 더 많이 나옵니다.
류선영 학예사는 “신라시대 문무왕 때 군현제를 했는데 이 고분군이 당시 거제도에 아주현이 있었다는 기록을 뒷받침하는 결정적인 증거”라면서 “거제시의 무덤 연구에 꼭 필요한 중요한 문화유산”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주동 고분군 아주동 산22
#뒷이야기
짧지 않았던 이틀 동안의 문화유산 여행. 바쁜 시간을 쪼개 옛이야기를 찾아 들려주려는 두 명의 학예연구사에게 먼저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느낀다고 했던가요. 학예사와 함께 한 문화유산 여행은 확연히 달랐습니다. 문화유산이 가지는 의미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됐고, 이런 흔적을 남긴 선조들의 삶에 나를 투영해보는 아주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과거의 삶과 현재의 삶, 그리고 미래의 삶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문화유산이 아닐까 싶습니다.
류선영 학예사는 “거제시 1호 학예연구사라는 부담감이 지금까지 있지만 올바른 지식으로 체계적으로 문화재를 관리해 거제시에 남은 문화유산이 후세에까지 잘 보존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진욱 학예사는 “일반 학예연구사와 달리 행정업무를 하면서 문화재 보존과 개발 사이에서 발생하는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율하고 피해를 최소화할지가 어려운 부분이지만 거제의 문화유산이 시민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열정을 쏟겠다”라고 전했습니다.
거제시에는 거제의 역사와 문화(재)를 연구하고, 그것을 알리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거제를 아끼고 사랑하는 그 마음 <함께거제>는 잊지 않겠습니다. |
첫댓글 거제시학예연구사님들과 함께 거제지역문화탐방에 참여하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