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창 (2001.9.10)
문학축제 - 이재창
가을이다. 열대야로 밤잠을 설치던 때가 바로 엇그제 같은데 벌써 처서(處暑)가 지나고 백로(白露)가 지났다.
가을은 수많은 사람들이 한해 결산을 준비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계절이다. 젊은 선남선녀들에게는 낭만의 계절, 센티멘탈한 감성을 추스르는 추억의 계절이기도 하다.
그러나 가을엔 뭐니뭐니 해도 축제의 계절이다. 초․중․고 각급학교와 대학에서 벌어지는 가을 축제는 뭇사람들의 가슴마저 설레이게 만든다.
이 지역에도 봄가을 할 것 없이 수많은 축제들이 꼬리를 물고 잇달아 열린다. 각 시군별로 지역에 맞는 가장 특색있는 주제를 정해 축제를 치르기 위해 많은 홍보와 인력을 동원해 세를 과시하고, 그 축제에 참여한 관광객의 인원수가 얼마냐에 따라 축제의 성패를 가늠하기도 한다.
아쉬운 것은 그 많은 인원과 돈을 들여가며 축제를 벌이면서도 문학을 위한 축제는 찾아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가장 적은 돈을 들이고도 가장 큰 홍보효과를 올릴 수 있는 문학인 축제가 버림받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경남 진해시의 경우 우리나라 불교계 시문학의 거장 월하(月下) 김달진(金達鎭․89년 작고) 선생을 추모하는 김달진 문학제가 오는 22일과 23일 시의 사활을 걸고 열린다고 한다.
또 강원도에선 인제가 낳은 국내 대표적 모더니즘 시인인 박인환(朴寅煥)문학제를 내달 열기 위해 군 전체가 부산히 움직이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완도군이 조선시대 국문학사상 찬란히 빛나는 어부사시사(漁父四詩詞)를 창작했던 고산 윤선도(尹善道) 선생의 역사적 자취와 얼을 되살려 자연과 시가 함께 하는 문화축제를 동백꽃이 만개하는 오는 10월 보길도에서 개최한다니 면피를 한 셈이다.
이미 전국적으로 알려져 있는 유명 작고 문인들이 광주․전남지역엔 수없이 많다. 타시도에 알려져 있지 않는 테마로 지역축제를 치르다 보니 많은 홍보비와 인력을 낭비하고, 전국적 이미지를 가진 문학인들의 가치마저 과소평가 하고 있지 않나 하는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