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이야기〛1
어느 날 친구 한백이 등산길에 수궁가로 흥을 돋우면서, 판소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젊었을 때는 팝송이 좋았는데 나이가 드니 판소리가 좋아요. 2022년도 전주대사습놀이 판소리 명창부의 장원은 박현영(33세)이 차지해 상금 7천만원을 받았습니다.
친구들도 판소리에 관심을 갖도록 이야기 몇마디를 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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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는 민중들의 애환과 한, 신명의 어울림이 섞여있는 우리의 독특한 민속음악이다. 그래서 1964년 정부는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로 지정했으며, 2003년 11월에는 유네스코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으로 선정되었다.
오페라의 경우 르네상스 시절 이탈리아에서 태동해 300년이 지난 지금에도 세계적인 예술의 한 장르로 자리 잡고 있다. 비슷한 시대에 등장한 판소리 역시 오페라에 못지않은 예술성을 가지고 있는데, 소리꾼이 3-6시간 동안 북 반주에 맞춰 노래하는 '솔로 오페라'인 것이다. 조선 말엽 서민 사이에서 시작되었으나, 양반과 왕까지 즐기게 된 것은 판소리의 선율 속에서 한과 신명의 정서를 함께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방탄소년단(BTS)에 관심을 가진 외국인들이 한글을 공부하게 되면서 한국문화에 빠져들고 있다.
국악의 매력을 알아가는 외국인도 늘고 있다. K-POP으로 높아진 한국의 위상에 따라 전통음악에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가요, 영화, 드라마에 이어 ‘K-뮤지컬’ 시대도 열릴 수 있을까?
이날치 밴드의 ‘범 내려온다’는 판소리 ‘수궁가’를 바탕으로, 연주하지만, 한국 고유의 흥과 신명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문화적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관광공사 브랜드마케팅 팀장은 "유튜브, 페이스북 등에서 6억 뷰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 중"이라고 설명했다. 판소리의 세계화 가능성을 보여준 놀라운 사례다.
최근 국악 공연장과 국립국악원을 찾는 외국인 관객도 증가하고. 장기 체류자들은 판소리, 한국무용을 수개월에 걸쳐 배우기도 한다.
앞으로 우리가 소득 5만불이 되기 위해서는 국악의 세계화가 필요하다. 과거 우리는 7-80년대에 가발, 신발, 2000년대 이후 가전제품, 자동차, 반도체, 선박 등을 수출했다. 그러나 최근 고부가 가치품목은 경쟁이 심하다. 그래서 앞으로 해답은 문화산업에서 찾아야 한다.
뉴욕의 타임스퀘어 광장에는 국악소리가 매주 울려 퍼지고 있다. 놀라운 일이다. 국악인 권칠성씨가 주도하는 한국전통문화교육센터는 가야금·거문고·해금, 판소리, 민요, 창작무용, 사물놀이 등을 연주하면서 국악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얼마 전 KOTRA는 미국 L.A, 일본 오사카의 한국 상품전에서 판소리 공연을 시작했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역시 판소리나 명창의 사적, 영화촬영지, 판소리 체험, 소리 축제 참가 등의 관광자원화를 모색하고 있다. 새로운 경제성장 엔진으로 인식한 것이다.
판소리만큼 인간이 오랜 연마를 거쳐야하는 예술 장르도 드물다. 성악은 목소리를 곱게 다듬어 노래하지만 판소리는 피를 토하는 연마 끝에 걸걸한 소리로 변해야 득음했다고 말한다. 서양에서는 성대가 이완된 상태에서 소리를 내며 공명이 강조되지만, 판소리는 코의 울림보다는 뱃속에서 바로 뽑아내는 통성으로 판소리 특유의 텁텁하고 껄껄한 소리를 토해 낸다.
소리꾼이 ‘독공’을 수행하는 것은 단지 좋은 성음을 얻기보다 스승에게 배운 소리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독특한 소리를 개발하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소리를 하다가 피가 터져 나오는 등 각고의 수련 끝에, 폭포수 소리를 뚫고 나와야 드디어 소리가 경지에 이른 것이라 했다.
19세기 전반기를 ‘전기 8명창시대’, 19세기 후반기를 ‘후기 8명창시대’라고 한다. 권삼득, 송홍록,·염계달,·모홍갑,·고소관, 주덕기, 박유전 등 전기 8명창들은 각기 특색 있는 창법과 선율을 개발해 양반들의 감상에 접근하려 했으며 각 지역의 민요 선율을 담아 표현력을 넓히려 했다. 박만순,·이날치,·김세종,·송우룡,·정창업,·정춘풍,·장자백, 김찬업 등 후기 8명창들은 전기 8명창들을 계승하였다.
관중들이 소리를 듣고 공감하고 비통하고 애절하다 못해 처절함을 느끼는 것은 서양 음악에서는 찾기 어렵다. 오직 한국의 판소리에서만 찾을 수 있다. 가장 비통하고 애절한 대목이 서편제 임방울 명창이 애창하였다는 춘향가의 “쑥대머리”였다.
판소리는 오랜 세월에 걸쳐 전승되는 동안 각기 노래의 흐름과 가창법이 확립되었고, 작은 유파들이 형성되었다.
동편제는 섬진강 동쪽인 운봉, 구례, 순창을 기반으로 웅장하고 씩씩하며, 기교가 적고 소박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남원의 송흥록, 충청도의 정춘풍, 전북 순창 출신 김세종이 대표적이다. 서편제는 섬진강 서쪽인 광주, 나주, 해남, 보성 등지에서 전승되는 소리로 박유전 명창을 표준으로 삼는다. 슬프고 원망스런 느낌을 애절하게 그려내며, 화려하고 감칠맛이 나는 소리였다. 중고제는 낮고 평평하게 시작해 곡조가 단조롭고 소박하다. 경기도, 충청도 공주, 강경 등에서 전승되었으나, 요즘 거의 전승이 끊어졌다.
고종 말기에는 일본에 갔다 돌아온 이인직이 신파극 운동을 일으키자, 1인창이던 판소리는 창극으로 변화되기 시작했다. 일제 강점기에 판소리는 창극으로 분화되고 산조 등으로 기악화 되었으며, 축음기의 등장으로 음반 취입이 성행하면서 대중의 취향에 의존하게 되었다. 지방의 명창들도 왕래하면서 유파 간의 구분이 약해졌다.
이 시기에는 박기홍·김창환 김채만·송만갑·이동백 유공렬·전도성·김창룡·유성준·정정렬 등이 활약했는데 이들을 근대 5명창이라 불렀다. 근대 5명창 이후에는 장판개·이선유·김정문·정재근 정응민 이화중선·등이 활약했다.
해방 후에 판소리는 동편제, 서편제의 유파간 경계가 무너졌으며, 여성 명창이 등장하였다. 후대의 명창으로는 박녹주 김연수·임방울 정광수·김여란·박초월·박동실 김소희 박봉술 박동진 정권진·한승호·한애순·장영찬 등이 있다.
쇠퇴기에 접어든 판소리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게 되자, 60년대부터 정부는 김소희·박초월·박동진·박봉술·박녹주·김연수·정광수·김여란·정권진·한승호를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했다. 이후 1세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명창들이 작고하면서 조상현·박송희·송순섭·성우향·성창순·오정숙·한농선·남해성·신영희·김일구 등이 2세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최근에는 정순임·김수연·김영자·이난초·정회석·윤진철 등이 3세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현재는 유수정, 왕기철, 왕기석, 채수정, 유미리, 이주은, 염경애, 장문희 명창이 활동하고 있다.
판소리를 주제로 한 영화는 《서편제》(1993년), 《휘모리》(1994년), 《천년학》(2007년) 《소리꾼》(2020) 이 있다. 국악은 전체 공연시장에서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입장권 판매는 지난해에 비해 6배 증가하며 전 장르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