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예순 여덟 / 이향미
살가운
목숨 하나
거두며 사는 동안
숫자 하나
나이 라며
들락 날락 하더니
이제는
저가 주인 인양
내 안에 영 드러 눕네.
잊혀진 이름/ 이향미
날 잊고
이사 갔네
연락처도 안 남기고
네 안에
나는 이제
바람이 머무는 곳
꽃으로
지우려므나
향기의 그 꽃말을.
국화 앞에서 /이향미
고뇌의
달콤함을
번뇌도 그리 하여
담금질
뼈대 세워
더 없는 경지로
한 자락
고운 목숨이
거듭 앉는 이 고요.
감상 한줌/ 이향미
오늘은
이유 없이
내 맘 문득 고와져
풀잎 같은
이들의
안부가 그립다.
까마득
영영 잊힌듯
내 안에서 사는 사람.
애틋한 당신/ 이향미
평생을
논 밭에서
공 들여 살던 엄마.
꽃 같던
고운 이마
저절로 땅에 닿아
입맞춤
왜 눈물 난다.
울 엄마의 슬픈 연애.
민들레 서시/ 이향미
틈 조차
아까와라
한채 집 지어놓고
오는 구름
가는 바람
머물다 가시라네.
깃 들곳
없는 이름들
눈썹 아래 재운다.
순리 / 이향미
봄 뱌람
몹씨 분다.
씨앗 품고 늦잠 자는
대지를
깨운다
진통이 시작 된다.
한송이
풀도 그렇게
아프면서 태어난다.
빈집 거기 서서 / 이향미
꽃이라
불리 던게
잡초라 불리는 집
적막이
살고 있는
처마 밑이 슬프다
발자욱
설레던 마당
바라보면 볼수록.
보름달 / 이향미
기댈곳
없는 이들
한칸의 집이 되어
떠도는
슬픔의
고향이 되어
등 하나
저리 밝히고
그 주소가 되는 이.
치매 / 이향미
과부하
현상이다.
견딤도 한계 있고
참음에도
도가 있다.
지우개 하나 나와
쓰으윽
쓱 문지른다
생각 그릇 말갛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