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9. 12. 목.
교수님 외 10명 참석.
"처음" 은 설레임과 동의어인가보다.
몇 시간 자다깨다 나온 눈꺼풀의 무게감을 지탱하던 이마 근육도, 성판악 주변의 비와 안개를 헤치며 운전에 집중하려는 뻐근한 뒷목도, 집결장소를 못찾고 관음사길을 돌며 초조함에 연신 운전대에 틱틱거리던 손톱도 산천단 주차장으로 드디어 들어서는 순간,
하아~
눈이 번쩍!
목이 바로!
미소가 자동형성!
누가누가 왔나 빠르게 스캔하는 나의 맑눈광.
아~ 이게 설.레.임.이구나.
산천단과 곰솔에 대한 이야기가 내 귀를 깨우기 시작했다.
한라산 산신제를 높디높은 산정상에서 하다보니 사람이 다치거나 죽는 등 문제가 생겨서 신령한 터인 산천단에 제단을 설치하여 제를 지내고 그 주위에 신령함을 더하는 곰솔을 심었다한다. "곰솔"의 '곰'은 검다 =신령스럽다 의 의미가 있으며 해송, 흑송이라고도 불린다.
몇 백년의 시간이 만들어낸 기둥의 거대함과 가지의 짙은 굴곡에 감탄하다 9:40에 세미오름으로 출발!
(어, 준비운동도 없이 바로 직진이네?)
두세달동안 야외활동이 없던 나는 남모르게 숨을 몰아쉬었다.
걷다보니 잘 조성된 숲 안쪽에 봉긋한 어두운 지형이 보이는 곳에서 멈췄다. 소산이라한다. 솟은오름이라고도 한다.
제주의 혈을 다 끊어버리라는 진시황의 명을 이행한 무리가 떠나려고 배를 탔는데, 여기 우리의 정기가 남아있다며 산이 솟아오르고 바람이 일고 풍랑이 표효했다한다. (저렇게 아담한데 그랬다구? )
드문드문 놓인 평상과 말끔히 깔린 멍석길로 사람들에게 휴식과 활력을 제공하는 편백나무 숲의 끝에서 우리는 배낭을 내려놓고 서로 손을 잡고 빙 둘러섰다. 산행을 위한 몸풀기 체조를 충분히 하고 박수와 웃음이 섞인 구호를 외쳤다.
" 오늘 하루 행복 하자 "
우리는 세미오름을 간다.
⛰ 오름이 뭘까?
'오름'은 제주 화산섬 위에 흩어져 있는 독립화산체를 말한다. 오름은 '조그만 산'을 뜻하는 제주어이다.
오름이란 명칭을 갖기 위해서는
*분화구를 가지고있고
*화산쇄설물로 이루어져 있으며
* 화산구의 형태를 갖추고 있어야한다.
< 오름에 오르면 제주가 보인다. p13>
⛰ 세미오름은 산정상부에서 샘솟듯 물이 흘러내리기에 유래된 이름이다.
이렇게 샘을 품고 있는 오름이 37개가 된다고 한다. 세미오름, 안세미, 밧세미처럼 오름 이름 자체에서 샘을 갖고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는 것들이 많다.
< 오름에 오르면 제주가 보인다 p16>
⛰세미오름은 화산이 분출할 때의 모양을 그대로 유지한 원형화구를 갖고있다.
제주 오름의 분화구 형태별 분류.
* 말굽형 화구: 174개
* 원추형 화산체: 102개
* 원형 화구 : 53개
* 복합형 화산체: 39개
<오름에 오르면 제주가 보인다 p17>
⛰이 길을 따라 다녀왔다.
⛰ 숨소리 편히 내기에는 아직 어색한 우리들을 미소짓게한 첫 주인공은 물봉선화였다.
이뻤는데 '손 대면 톡하고' 꽃송이가 뎅강 떨어졌다. 미얀해, 얘야~.
⛰ 찻길을 건너 나무 숲을 지나니 계곡이 나왔다. 며칠 전 내린 비로 물이 맑지는 않았지만 반짝이는 윤슬조차 아기자기할 정도로 작고 오소록했다.
세미오름은 표고574m, 비고 139m로 제주오름 368개 중 높이로는 상위 10% 내이다.
* 표고: 해발 높이를 말한다.
세계 곳곳에 해발 기준인 바다를 지정했는데 우리나라 해발의 기준은 인천앞바다이다.
*비고: 주변 평균으로부터의 높이.
⛰ 나무 계단을 여럿 올라 걸음이 무거워짐을 느낄 때 쯤 우리는 교수님 주변에 모여 섰다.
물이 흐른다는 표현과는 어울리지않는 적은 수량이지만, 물이 흐르고 있는 곳이였다.
나의 귀호강은 계속 됐다.
여기 이렇게 물이 흘러내려서 이 오름 이름이 세미오름이다. 저 위에서부터 물이 내려오는 것이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이 나무를 봐라.
이 나무가 자귀나무다. 일명 귀신나무. 잠자는 귀신이란 뜻~
귀신을 불러온다고해서 제주도에서는 집 안에 심지않는데 중국에서는 부부금실을 좋게 하는 나무라해서 인기가 높다. 결혼예식에서 합환주잔을 이 나무로 만들고 , 부부 침대의 재료로도 사용한다. 이 나무 잎이 낮에는 활짝 피었다가 밤에는 포개어져 뗄려고해도 딱 붙어있다.
그래서 흠..흠...
( 어... 이 해설사과정이 성인인증했어야하는거였나요? ㅋㅋ)
⛰ 땀이 흐른다. 팔토시를 벗고 오르다보니 정상이다.
북쪽으로 세개의 오름과 제주시원도심이 보인다.
앞쪽으로 보이는 3개의 오름은 왼쪽이 어머니 오름(사라봉), 오른쪽이 아버지오름(별도봉), 그 가운데가 아기오름( 알오름) 이다. 저 셋 중에 가장 오래된 것은? 가운데 가장 낮은 알오름이다. 알오름이 먼저 생기고 그 옆에서 사라봉과 별도봉이 생기면서 알오름이 상대적으로 낮아보이는 것이다.
⛰ 자, 이제 간식 먹읍시다!
한라산개미목이 시원하게 보이는 팔각정에 둘러앉았다.
어머♡우리 회장님께서 간식을 바리바리 챙겨오셨다! 여기저기 배낭에서 나온 과일과 떡들, 과자와 커피로 푸짐히 배를 채웠다.
회장님! 이렇게 많이 갖고오신 줄 알았으면 저~~ 아래에서 미리 먹고 올라올걸 그랬어요!! ㅋ~감사하단 말씀이여요^^
⛰ 배도 채우고 여유도 챙기니 이제 움직일 타임.
올라올 때보다 내려갈 때 실수나 사고가 생기는 경우가 많으니 집중해서 조심히 내려가라는 교수님 말씀대로 계단 하나하나 꼭꼭 밟고 내려오니 아까 물이 흐르던 지점에 도착했다. 세미오름이 원형화구임을 한번 더 상기하고 다음으로~
⛰고사리 평원이다.
⛰ 산수국을 자주 만났다.
생명체의 목표는 종족보전과 번식이다.
산수국이 수분을 위해 벌과 나비를 유인하는 방법은 헛꽃이다. 중심부의 진짜꽃은 너무나도 작아 곤충을 불러들이기에는 역부족이다.
진짜꽃이 피기전에 헛꽃이 진짜꽃 가장자리에 먼저 핀다. 널찍하게 핀 헛꽃을 보고 날아든 벌과 나비가 진짜꽃과 수분을 하고나면 헛꽃은 제 소임을 다하였으니 제 몸을 비틀어 뒤집어진다.
여기저기 찾아보니,
이렇게 헛꽃이 제 몸을 뒤집는 것은 곤충들에게 보내는 신호라고한다. "이제 이 곳은 너희들이 필요로하는 것이 없으니 헛심 쓰지말고 다른 곳으로 가렴"
⛰ 방목하는 말과 소들의 울타리 역할을 하는 쇠울타리를 넘으니
둘셋이 소근소근 이야기하기 좋은 돌길,
무더기로 보기는 어렵다는 좀비비추 더미,
사랑의 불시착 드라마 촬영지인 크은나무( 이름이...?),
일본군 진지동굴 근처,
칡꽃이 햇살을 가려준 짧은 시멘트길,
해외에서 생태교란종 활약을 하는 싸리나무,
시간이 멈춘 듯한 편백나무 숲 속 평상,
땀으로 젖은 누군가의 뒷모습을 보고 나도 땀흘렸음을 비로소 느낀 그 길 등...
어멋! 다 내려왔네요!
시계를 보니 12:50.
첫 오름 탐방을 마치며 단체사진도 찰칵!
⛰교수님께서는 매 오름 탐방에서 오름 3개, 나무 3개, 들꽃 3개를 기억하라고 하셨다. 걸을 때는 앞사람과 3보 정도의 거리를 유지해야 길을 잃지않는다 하셨다.
⛰앞에서 미처 소개하지못한 나무와 풀들이다.
⛰ 푸짐한 식사와 시원달달한 음료, 그리고 기분 좋은 대화들~
⛰ 이 글에 사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하신 여러 분께 감사드립니다.
⛰ 오름해설사의 소양에 대해 공유합니다.
< 오름에 오르면 제주가 보인다. p31>
" 오름에 대한 지식을 해설하는 역할도 중요하지만 스스로가 자연의 다양한 모습에 감동을 느끼는 감수성을 갖고 사람들에 대한 인간애를 해설에 접목하는 역할을 수행해야한다."
첫댓글 그날 생생하게 기록되었어요
후기 감사합니다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르네요 어찌 이리 깔꼼하게 정리하셨어요? 혜선 총무님 감사합니다
와우~~^^ 감동 감동합니다
수고많으셨네요
총무님 텐션 따라 후기도 팍팍
질러 정리를 하셨네요 ㅋ
교재도 벌써 완독 하셨는지
주요 내용을 잘 요약 해 주셨네요
수고하셨습니다~^^
총무님..
뭐든 능력자이시네요
글이 눈에 쏙쏙들어옵니다
내 차례가 벌써 긴장되네요^^;;
잘 읽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