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바람을 보았나?
바람은 뜰에서도 불고, 마음에서도 분다. 뜰에 부는 바람은 자연 바람이고, 마음에서 부는 바람은 ‘바라다’는 동사의 명사형인 ‘바람’이다. 발음이 같다 보니 말놀이로도 쓰인다. 가령 바람(風)맞은 바람(願)은 바람든 바람(願)인가, 바라던(願) 바람(風)인가? 태양열을 받아 데워진 대기는 기압 차가 생겨 더운 공기는 위로 오르고 차운 공기는 아래로 내려오는 흐름이 생긴다. 이것을 대류현상이라 하는데 이것이 ‘바람’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바람의 주된 원인은 태양열이다. 그와 같이 마음에 부는 바람도 갈망이라는 일종의 감정적 발열에서 일어난다. 그 열이 적당하면 따뜻하다가, 지나치면 뜨거워져서 종내는 불을 일으킨다. 그래서 마음에 열불이 난다고 표현한다. 마음에 불을 일으키는 원인은 갈망이라는 불길이다. 갈망을 渴愛갈애라고 일컫는다. 애착하는 대상을 향해 갈증 난 듯이 갈구하는 마음의 불길이다. 불길이 부는 곳에는 수분(자애와 연민, 관대함과 용서)을 증발시켜 메마르게 만들고 곧 불을 붙여 태워서 없애버린다. 그리고 그 치열한 열감에 화상을 입고 고통을 당한다. 갈애의 불길은 마음을 태워 열에 들떠 벌겋게 달아오르게 만든다. 가슴이 타고 입이 마르고 열이 머리 위로 치솟는다. 보이는 것, 들리는 것이 모두 불만족스럽고 화 나게 한다. 정서가 불안정해져서 말이 뻗 나가며 행동이 걷잡을 수 없다. 갈애의 불길은 화염방사기처럼 주위를 태우듯 관계하는 사람들을 다치게 한다. 물론 불길을 내뿜는 자기 몸부터 먼저 다치겠지만. 갈애의 불길이 고통스러운 것처럼, 분노의 불길, 무지의 불길도 무섭기는 마찬가지다. 이 세 가지 불길이 완전히 꺼진 상태를 일러 완전한 마음의 평화 즉, 열반, 吹滅취멸(훅 불어서 불길이 꺼졌음, 그래서 쾌적 안온해짐)이라 하니 과연 그럴듯하다.
그런데 마음속에 살랑이며 부드럽게 불던 바람이 어떻게 마음을 태우는 불길로 바뀌게 되었을까? 바람은 애초부터 아무 죄도 없다. 몸으로 드나드는 바람은 자연스러운 생명현상이다. 바람이 콧구멍을 통해 몸으로 들어와 전신을 두루 채우며 운행한다. 이를 생명의 바람, 즉 氣, 혹은 생기, 요가에서는 쁘라나prana라고 한다. 생명을 살리는 네 가지 요소를 사대, 四大 four elements(땅의 요소 地大, 물의 요소 水大, 불의 요소 火大, 바람의 요소 風大)라 하는데 바람의 요소는 風大풍대, vayu와유 라고 한다. 바람의 요소는 생기를 실어 날라 생명을 살리는 기능을 한다. 그래서 네 가지 요소가 몸 안에서 균형을 이루며 원활하게 돌아가면 안락한 삶을 누리게 된다. 그런데 어떤 인연으로 애착하는 대상을 향해 갈애의 바람이, 미워하는 대상을 향해 악감정과 분노의 바람이, 무지의 힘이 일으키는 무지의 바람이 강하게 불면 풍대가 뜨거워지면서 화대와 뒤섞여 불을 일으키는 바람, 불타는 듯한 바람, 불같은 바람(fiery wind)으로 변한다. 이것이 고통을 일으킨다. 그러니 우리가 이 세 가지 불길에 데이지 않으려면 바람이 불길로 변하는 순간을 알아차려야 한다. 그래야 마음의 화재를 미연에 막을 수 있다. 그러려면 자기 몸에 운행하는 바람의 요소를 항상 알아차리고 있는 것이 좋다. 이것을 네 가지 요소 알아차림(catu dhatu vavatthana)이라 한다. 티베트 금강승 수행체계에서는 룽셈(rlung sems)이라 해서 생기 에너지(rlung)와 아는 마음(sems)은 서로 떨어지지 않고 상응한다. 그래서 호흡과 자세와 관상(觀想, visualization)으로 룽(rlung)을 중앙에너지 채널(中脈)로 끌어들여 사대를 정화하면 안락-평정의 경지를 누린다. 이는 周流無滯주류무체, 두루 원활하게 흘러 체함이 없게 하라는 도가수련의 요점과도 통한다. 그런데 사대의 순환과 정화에 앞선 문제가 있으니, 그건 마음 씀의 일이다. 요컨대 용심을 잘해야 한다. 마음 쓰는 대로 기분과 감정이 일어나고 그에 상응하여 氣가 발동하기 때문이다. 수레가 가지 않을 때는 소를 먼저 때려야 수레가 움직이듯 生氣생기를 중맥으로 끌어들이려면 분노와 탐욕을 먼저 정화해야 한다. 그러므로 바람의 요소를 정화하여 평정과 안락을 누리고 싶다면 먼저 일상생활에서 삼독의 마음 즉, 탐욕과 분노, 무지를 알아차려 그 힘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 그와 더불어 삼독심이 본래로 空性공성, 텅 비었음을 직관해야 한다.
恬淡放鬆 염담방송. 담담하고 고요하게 마음 쓰며 몸에 긴장을 내려놓아라.
放下心身 방하심신. 몸과 마음이 내 것이라는 짐을 내려놓고 텅 빔에 머물라.
心身脫落 심신탈락. 몸과 마음이 껍질 벗어지듯 떨어져 나가니, 이것이 무엇인고?
누가 바람을 보았나?
-크리스티나 로제티
누가 바람을 보았나?
나도 아니고 너도 아니네,
하나 나뭇잎들이 매달려 떨고 있을 때,
바람은 지나가고 있네.
누가 바람을 보았나?
너도 아니고 나도 아니네,
하나 나무들이 고개를 숙일 때,
바람은 지나가고 있네.
Who has seen the wind?
-Christina Rossetti
Who has seen the wind?
Neither I nor you:
But when the leaves hang trembling,
The wind is passing through.
Who has seen the wind?
Neither you nor I:
But when the trees bow down their heads,
The wind is passing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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