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5404]姜柏年,羅湜,郭再祐,金湜,金得臣,南趎[남추]의 시
1,山行 설봉 / 姜柏年
十里無人響 십리를 가도록 사람소리 하나 들리지 않고
山空春鳥啼 빈산에 봄을 맞이한 새소리만 들리더라
逢僧問前路 스님을 만나서 길을 물어 보았는데
僧去路還迷 스님이 가고나니 길이 다시 아리송 하네
2,題畵猿(제화원)(원숭이)
羅湜(나식, 1498~1546)
老猿失其群 늙은 원숭이 한 마리가 제 무리를 떠나
落日孤査上 해질 무렵 홀로 나뭇가지에 앉았는데
兀坐首不回 꼿꼿이 앉아 머리도 돌리지 않는 모습
想聽千峰響 온 산의 울림소리를 듣고 있는가 보다
(노원실기군 낙일고사상 올좌수불회 상청천봉향)
늙은 원숭이가 그 무리를 벗어나 해질녘 홀로 등걸에 꼼짝 않고 앉아
머리도 돌리지 않고 온갖 봉우리의 메아리를 듣고 있는 것 같구나
*査(사) ; 여기서는 나뭇가지의 뜻으로 씀(=槎), 등걸 楂(사)
*兀(올) ; 우뚝하다, 움직이지 않다
어떤 짐승이건 마찬가지지만 촐랑 방정 원숭이도 늙으면 지혜가 생기고 영험해지나 보다. 사람도 젊어서 오두방정으로 경박했다가도 나이 들면 어느 정도 중후해지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이 시는 나식(羅湜)이 원숭이 그림에 화제로 즉석에서 지어 써넣었다. 이 자리에는 신광한, 정사룡 등 당대 유명 시인들이 함께 있었는데 모두들 감탄하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전해온다. 그림에 어울리는 화제(畵題)는 그림을 돋보이게 하며 그림을 감상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이달은 이 시를 ‘그림 속에 다시 그림이 있다’라고 평가했다.
*畵題(화제) ; 그림에 써넣는 글
4,歸江亭[귀강정] "강가 정자로 돌아갑니다"
郭再祐(字季綏,號忘憂堂,1552-1617)
곽재우 (자는 계수, 호는 망우당, 1552-1617)
誤落塵埃中,三千垂白髮。
秋風野菊香,策馬歸江月。
티끌먼지 속으로 잘못 떨어져
흰 머리털을 삼 천 길 늘어뜨렸습니다
가을 바람 들국화 향기 속에
말을 달려 강 위의 달로 돌아갑니다
3.廓再祐- 歸江亭
誤落塵埃中 잘못 속세에 떨어져
三千垂白髮 삼천길이나 백발 드리웠네
秋風野菊香 가을바람에 들국화 향기롭고
策馬歸江月 말을 채찍질하여 강월로 돌아오네
4.金湜- 君臣千歲義
日暮天含黙 해저무니 하늘은 어둠을 머금고
山空寺入雲 산속의 빈 절로 구름이 날아든다
君臣天載義 군신의 의리는 천년을 가는데
何處有孤墳 어디에 외로운 무덤을 둘고
5, 栢谷/ 金得臣 1614~1684
古木黃雲裏 찬 구름 속의 고목
秋山白雨邊 흰 비 내리는 가을 산
暮江風浪起 저문 강에 풍랑 일어
漁子急回船 어부 급히 배를 돌리네
6. 西溪/ 南趎[남추] - (남곤의) 불의를 질타 함
一朶盆莖弱 한포기 분에 심은 소나무 줄기는 약하지만
千秋雪態豪 천추에 백설에는 그 자태 씩씩하네
誰能伸汝曲 누가 능히 네 굽은 것을 펴서
直拂暮雲高 저녁 구름위로 높이 곧게 펴게 하겠는가?
남추(南趎) 趎=.(뛰어가는 모양 주)2.(사람 이름 추)
남추는 자는 계응(季應)이며, 호는 서계(西溪), 또는 선은(仙隱)이요, 본관은 고성(固城)이다. 곡성(谷城)에 살았으며, 갑술년에 문과에 장원 급제하자 명성이 매우 자자했다. 남곤이 공을 끌어다 추천하려고 초청하여 말하기를, “내 들으니 그대의 문장이 남보다 뛰어나다 하니, 시 한 편을 보기 원한다.” 하고, 화분에 심은 소나무를 가리키며 시를 짓게 하니 즉시 부르기를,
한 그루 분에 꽂힌 줄기는 약하다마는 / 一朶盆莖弱
천추에 눈을 견딜 그 자태 씩씩하다 / 千秋雪態豪
구부러진 너의 몸을 누가 능히 펴주어 / 誰能伸汝曲
높이 낀 저문 구름을 곧추 올라 헤치게 할까 / 直拂暮雲高
하니, 남곤이 크게 노하여 드디어 끊었다. 벼슬하지 않고 영광(靈光)의 삼계(森溪)로 물러가 살았다. 나이 28세에 전적(典籍)으로 죽었다. 그 누이가 또한 시에 능했는데, 남추가 일찍이 눈[雪]을 두고 시를 짓게 하되 홍(紅)과 녹(綠) 자로 운자를 부르니, 누이가 즉석에서 짓기를,
땅에 떨어지매 소리는 누에가 푸른 잎 먹는 것 같고 / 落地聲如蠶食綠
공중에 흩날리매 모양은 나비가 붉은 꽃 엿보는 것 같다 / 飄空狀似蝶窺紅
하였으니, 또한 뛰어난 재주이다. 《기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