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9-06 17:01:45
장안문에서 광교산을 가다보면 보훈원 사거리가 나온다. 여기서부터 광교산 입구의 보훈로가 시작된다. 보훈원과 요양원 등 산하기관들이 있어 이곳을 지날 때면 숙연한 마음이 든다.
그런데 얼마 전 부터는 이곳 도로 양쪽으로 태극기 물결이 출렁이고 있어 국경일이 아니더라도 지나는 사람들의 마음을 새롭게 해준다. 태극기는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얼굴이며 어머니 품과 같은 마음으로 바라보게 된다.
보훈 로를 지나 반딧불이 화장실에서 광교산의 형제봉을 올라본 사람이면 누구나 쉽게 보았을 작은 태극기를 소개해보려고 한다.
팍팍한 다리를 달래며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면 6,25전사자 유해 발굴 기념지역 안내판이 보인다. 인천상륙작전 당시 유엔군과 국군이 이곳 광교산에서 적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며 전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완만한 등산로를 따라가다 보면 가파른 오르막과 내리막도 만난다. 그렇게 삼십 여분, 그 계단 길을 내려서면 등산로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나란히 작은 돌무덤 두 개가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있다.
국군 유해 발굴 터 제5호와 6호라는 내용이 적힌 이름표도 달고 있다.
나는 이곳 위치와 5,6호가 갖고 있는 숫자에 대하여 궁금한 마음이 들어 군 당국자에게 문의한바 있다. 광교산뿐만 아니라 칠보산, 수리산, 모락산, 청계산, 관악산 등을 망라해 부여한 번호라는 것과 위치 또한 발굴 현장에서 가까운 등산로 주변을 정했다고 했다.
광교산 형제봉 길은 등산하기 워낙 좋은 터라 수원시민뿐만 아니라 용인시를 비롯하여 인근의 많은 등산객들이 즐겨 찾고 있다.
나는 이곳에 있는 작은 돌무덤 두 곳을 지날 때면 그날의 아픔을 떠올려보곤 한다. 이 땅을 지키기 위해 산화한 붉은 청춘이 분토가 되어 빗물에 쓸리고 바람에 날리어 스며있을 것만 같다.
골짜기 하나, 등산로 하나, 어디라도 무심히 지나칠 수가 없을 것만 같다. 고귀한 희생이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다시는 이 땅에 그런 전쟁의 비극이 없게 하기 위해서, 여기 유해를 발굴하고 작은 돌무덤이라도 하나 쌓아 오늘의 산자들에게 그 뜻을 기리려 함이 아니겠는가.
누군가는 꽃 한 송이를 놓고 가고, 누군가는 간식으로 준비해온 과일이나 과자를 올리기도 하고, 누군가는 화랑담배 연기 속 전우였을 것만 같은 권연을 향불로 피우기도 한다. 모두가 그런 마음들이 하나같이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아니겠는가. 이 땅의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이 아니겠는가.
산에서 바라보는 태극기는 더 애틋하고 새롭고 나를 되돌아보게 한다.
그러나 아침저녁 올리고 내리는 가슴 벅찬 태극기를 이제는 볼 수가 없다. 애국가를 불러본지도 참, 옛날이 되었다.
여기 작은 태극기가 바람에 흔들린다. 바람에 흔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