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 제안] 시, 읽고-쓰기
안녕하세요. 땡땡 조합원 윤정기입니다. 땡땡이가 된 지 꽤 지났는데, 책 읽기 모임 제안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군요.
시(詩) 읽고-쓰기 모임을 제안합니다.
시, 하면 손과 발이 오그라드는 분들도 있으실 듯해요. 저도 시를 전공하지 않았고(학부 때 국문학을 부전공으로 잠깐 공부하긴 했습니다만은...) 거의 독자로서만 시를 접해 왔습니다. 창작보다는 비평에 관심이 있었죠. 하지만 제가 아는 어떤 시인이 예전에 말했습니다. "비평가도 시를 써야 한다." 그 시인은 아마도 문단 권력이나 꼰대 비평가를 싫어했던 거 같아요. 저는 (지금은 좀 많이 퇴색했지만) 비평만이 가진 일종의 동력이 있다고 믿는 부류여서 당시에 그 시인의 말에 완벽하게 동의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생각이 좀 많이 바뀌어서, 그가 한 말이 어떤 의미로든 제게 유효하다고 믿습니다. 아니, 유효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시 '읽기'를 모임의 정체성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저는 함께하는 분들에게 시 '쓰기'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얘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따라서 이런 부분을 기대하시거나, 거룩한 시 공동체 등을 상상하시면 (절대, 네이버) 안 됩니다.ㅠㅠ 제가 이 모임에서 기대하는 유일한 것은 구성원들이 시 '읽기'에서 '쓰기'로 방점이 조금씩 이동하게 되는 상황이고 그 상황을 지속하게 되는 일입니다. 물론 타인에게 자신이 쓴 시를 보여주거나 낭독하고, 심지어 그걸 평가받는 일은 꽤 힘들고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저도 겨우 한두 번 해봤는데, 힘들더라구요. 그래서 부담스러우신 분들이 있다면 우선 모임을 '읽기'에만 집중해서 진행하려고 합니다. 말씀드렸듯, 이 모임의 우선적인 목표는 "시를 읽자!"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왜 시를 읽고 써야 하나요?' 하고 묻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마르크스의 <자본>처럼 머리 맞대고 독해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혼자 골방에서 이불 덮고 읽어도 충분할 시집을 왜 함께 읽어야 하냐는 거죠. 이에 대해서 제가 명확한 생각을 갖고 이 모임을 제안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각각의 시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 속의 불가해하고 슬프고 아름다운 모든 것들을 조금씩 다른 위치에서 바라보는데, 이 '시차(視差/詩差)'를 조망하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함께 바라보면 뭔가 보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 것이죠. 그러다 보면 저절로 쓰게 될 수도 있고요.
그동안 유명 시인 위주로 소비가 집중되었던 시는, 최근에도 소설에 비해서는 크게 두각을 보이지는 않지만 예전보다는 비교적 대중적인, 심지어 '힙한' 장르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젊은 시인들의 활약과 더불어, 시집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기적(?)을 보여주기도 했고요. 그리고 앞으로도 시는 점점 더 많이 읽히게 될 것 같습니다. 이상한 낙관이기는 하지만, 제 생각은 그래요. 해서, 제가 생각하는 시 읽기-쓰기 모임의 얼개는 아래와 같습니다.
1. 한 달에 2회(읽기 1회, 쓰기 1회) 만나며, 모임 날짜는 유동적으로 한다.
2. 읽기와 쓰기 모임은 하나로 진행하지만, 참가 인원의 결정에 따라 '쓰기'는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
3. 읽기 모임은 시집 한 권을 읽고 서로 시집(시인)에 대해 이야기한다. 읽기 모임의 시집은 모임 구성원이 돌아가면서 선정한다. 이때, 선정자에게는 시집 선택과 관련된 권한이 부여되며, 선정자는 모임 당일 선택한 시집에 관해 간략한 소개를 한다.
4. 쓰기 모임은 본인이 쓴 시를 모임 구성원에게 공유하고 합평한다. 쓰기 모임은 각자 한 달에 최소 두 편 이상의 시를 별도의 게시판(카페) 등에 업로드하고 미리 다른 구성원의 작품을 읽어본 후 이에 대해 비평한다. 모임 날에는 각자 쓴 시 한 편을 낭독한다.
(5. 가능하다면, 쓰기 모임의 시를 선별해서 한정판 출판물로 만든다.)
※ 모임은 땡땡 아지트가 있는 망원, 혹은 합정/홍대/상수 근방의 모처에서 진행됩니다. 그냥 차 한잔 하면서 이야기하는 조용한 공간이면 어디든 될 것 같아요.
어쨌든 모임은 최대한 가볍게 진행될 예정이고, 뭔가 억지로 짜내는 모임이 되지 않기만을 바랍니다. 이건 이론을 공부하는 세미나가 아니니까요. 저 또한 시에 관해선 어줍잖은 가치관조차 지니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모든 이유에도 불구하고 알튀세르가 "자본을 읽자!"라고 한 것을 쓸데없이 변주해서 제가 "시를 읽자!"라는 청유문을 쓰는 이유는, 그것이 시급한 정세의 돌파구이기 때문이 아니라 부러 피해갈 이유가 없는 효율적인 독서 취향의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잡스러운 긴 글이 되었지만, 요점은 이렇습니다.
"그냥 같이 모여서 시 읽고, 쓰고 놀아요."
모임 참여 의사는 댓글로 달아주셔도 좋고, 제 연락처(010-3069-7228)로 알려주셔도 됩니다. 아마 첫 모임은 2월 말쯤 되지 않을까 예상해요. 첫 모임의 시간과 장소는 모임의 성사 여부(...)를 보고 공지하겠습니다. 모임은 3명~6명 정도의 규모로 생각하고 있어요. 아, 그리고 모임 참여는 땡땡 조합원이 아닌 경우라도 가능합니다.
그럼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ㅋㅋ
다들 즐거운 하루 되세요~
첫댓글 안녕하세요. 시 모임에 관심 있는데 주로 무슨 요일에 모임이 진행되는지 궁금하네요.
안녕하세요. 시모임은 모임원끼리 따로 카페를 만들어 놓고 있어서 답변이 늦었습니다. ^^ 지금 예정되어 있는 날짜는 13일과 27일 수요일이에요. 13일에는 읽기 모임이고요. 27은 쓰기 모임입니다. 멤버가 완전히 같지는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