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 16장17-20] 바울의 경고
♣ 하나님은 어떠한 분이십니까?
17-20: “형제들아 내가 너희를 권하노니 너희가 배운 교훈을 거슬러 분쟁을 일으키거나 거치게 하는 자들을 살피고 그들에게서 떠나라”
바울은 마지막 문안 인사 끝에 갑자기 로마교회를 향하여 경고의 말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 부분은 후대에 추가되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지만, 로마교회의 사정을 익히 하는 바울의 입장에서는 거짓 선생들에 대해서 엄격한 제재를 당부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닙니다. 바울이 쓴 편지에서는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문구이기 때문입니다(빌 3:2-21 참조). 본문에서는 “분쟁을 일으키고 거치게 하는 자들(17)”이 누구인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로마서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에 바울의 선교를 방해하는 무리들로서 보수적인 유대주의자들일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그들은 믿음의 법으로 구원을 받는다는 선포를 값싼 복음으로 치부하면서 할례와 율법 중에 음식과 의식법의 준수를 강요하였던 자들입니다. 그래서 바울은 이런 자들을 의도적으로 떠나라고 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주 그리스도를 섬기지 않고 자기들 배만 불리는 자들로서 교활한 말고 아첨하는 말로 순진한 신자들의 마음을 미혹하게 만들기(18)” 때문입니다.
그들은 전혀 그리스도에 대한 사랑도 없고 종으로서 섬길 마음도 없는 자들입니다. 자기중심적이며 자기 열심에 도취되어 남에게도 이를 강요하는 자들입니다. 그들은 또한 매우 친절하고 상냥하며 거침없는 말솜씨로 순진한 신자들의 마음을 빼앗는 자들입니다. 감언이설이나 미사여구로, 그럴싸한 성경구절을 인용하면서 사람의 마음을 농락하는 자들을 말합니다. 그러므로 마음을 빼앗기지 않도록 영적인 분별력을 키워야 된다고 하였습니다.
미혹 당하는 유형을 살펴보면, 순진무구한 신앙을 가진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믿음에 대한 열정이 도리어 미혹의 덫에 걸릴 위험도 있습니다. 때로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칭찬과 친절에 넘어가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허영과 허세 때문에 미혹의 덫을 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믿음은 신실함과 정직함, 그리고 거룩함에 기반을 두어야 합니다. 교회(지도자)가 무조건 순종하라는 말에 맹목적으로 순종하는 것이 믿음이 좋은 신자가 아닙니다. 순종하되 분별력 있는 순종이 되어야 합니다. 분별력은 어떻게 가질 수 있느냐 하면,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라 이는 너희가 드릴 영적 예배니라 /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롬 12:1-2)”
먼저는 산 제물로 드려지는 영적 예배입니다. 그런 다음에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의 능력으로 이 세대(세상)을 본받지 않고 마음을 바꿔서(가치관의 변화) 새 창조된 새로운 인격으로 변모한 다음, 하나님의 말씀을 배우고 익혀서 그분의 선함과 기뻐하심과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는 능력을 가지라는 말씀입니다. 분별력 있는 순종은 이러한 순서를 차곡차곡 밟고 난 후에야 가능한 영적 능력입니다. 그러니 예수 믿고 구원에 이른다는 것이 말같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최선의 노력과 열심과 그리고 지혜와 명철이 총 동원되어야 이룰 수 있는 자리입니다. 그만큼 사탄의 미혹이 절정에 다다른 말세지말의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맞서 단단히 영적 무장을 하지 않고서는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렇지만 “평강의 하나님께서는(20)”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죽으심과 부활로 말미암아 사탄을 이미 발아래 꿇게 하시고 그 머리를 쳐 치명적인 상처를 입혔습니다. 때문에 과거, 현재, 미래의 승리가 보장된 상황에서 그리스도 안에 있는 우리가 승리의 기쁨을 맛볼 수 있습니다. 바울은 거짓 교사들의 활동 배후에 잇는 사탄의 전략을 간파하고 있으며, 그를 완전히 멸절시키게 될 것임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초죽음이 된 사탄이 아직은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모양입니다. 최후의 발악을 하는 자리에서 괜히 얼쩡거리다가 상처받지 않기를 바란다는 것이 바울의 심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