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18일은 우리민족의 명절인 한가위이다. 한가위를 앞두고 천주교의 상제례 문화에 대해 알아본다.
천주교회의 장례예식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말씀의 전례 형태인 밤샘기도와 장례미사, 고별식과 기타 무덤 축복식이다. 이중 연도는 밤샘기도 부분에 해당한다.
그리스도의 지체인 신자가 선종하였을 때 교회 공동체는 밤을 지새우며 기도하였고 이것은 1세기 초대교회부터 이어온 가톨릭의 보편적 전통이었다.
<연도>
연도(煉禱)란 ‘연옥(煉獄)에 있는 영혼을 위한 기도(祈禱)’라는 뜻으로 연옥의 연(煉)자와 기도의 도(禱)를 합쳐 만든 것이다. 우리나라 천주교회의 상제례 문화는 연도의 문화이다. 예로부터 초상이 나면‘연도났다’고 하고, 문상을 갈 때도 연도하러 간다고 할 정도이다. 또한 명절이나 제사 때 연도를 바친다. 이렇게 우리는 연도라는 말로 상제례를 대신할 정도로, 연도는 우리 신앙 생활에 토착화된 기도이며 노래이고 봉사의 행위와 함께하는 상제례문화인 것이다.
** 연도는 크게 5가지로 구성된다. 1. 죄의 용서와 자비를 구하는 2편의 시편을 교대로 합송한다. (시편 129, 50편) 2. 성인 호칭기도를 통하여 성인들의 통공을 간구한다. 3. 자녀들의 기도 -상주(喪主)가 죽은 부모를 위해 기도를 바친다. 1988년 이후 주교회에 상정한 상장례 예식서에는 위령기도는 신앙공동체의 기도이므로 자녀가 없이 임종한 이를 위해 친구나 이웃이 임종자의 구원을 위해 기도할 수 있도록 일반기도(문상객의 기도),자녀의 기도, 친구의 기도를 첨가하였다. 4. 찬미기도- 하느님의 구원사업의 내용과 의미를 담고 있는 교리이며, 함축적인 노래로 교송으로 부른다. 이 기도는 연도를 바치는 믿는 이들에게는 교리 교육적이며 믿지 않는 이들에게는 선교의 시간이 될 수 있다. 5. 주님의 기도 6. 마침기도 - 성부를 향한 기도이며 성자의 수난 공로와 성인들의 통공을 통하여 임종자가 영원한 안식과 기쁨을 누리길 간구하며 살아있는 모든 신앙인들을 위한 기도를 바친다. 연도는 세례를 받지 않은 비신자를 위해서도 바칠 수 있다.
<연령회>
조선 교회는 1886년 한불조약을 계기로 신앙의 자유를 얻게 되었다. 이 시기에 이르러 교회의 많은 부분이 변화되었는데 장례 봉사의 경우도 이전의 환난상구 단계에서 단체화의 단계로 변화가 나타난다. 대구의 로베르 신부는 1886년도 보고서에서 장례사업이 전교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하였고, 전라도는 1891년경 전동본당에 연령회가 조직되어 활동하고 있었다. 또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1894년 이전에 서울과 제물포에도 교회에서 장례사업을 시작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러한 기록들은 1886년 이후 연령회가 설립되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1910년대에 이르면서 연령회는 좀더 다양한 성격을 갖게 된다. 노동력 제공을 주로 하던 단계에서 기도와 미사 봉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단계로 발전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1914년 로베르 신부의 보고에 따르면,‘경상남북도의 몇몇 본당에 있는 연령회는… 해마다 회비를 거둡니다. 회비는 적립하여 그 이자로 각 회원이 죽었을 때 그리고 그후 매년 기일에는 회원 각자의 몫으로 정해진 횟수의 미사를 드려줍니다’라고 했다.
따라서 이 시기에 이르러 연령회는 장례봉사는 물론, 금전적인 부조를 위한 계의 형태의 조직화, 기도 및 미사 봉헌 등 오늘날의 연령회의 모습을 모두 갖추게 된 것이다.
<레지오>
1952년 목포의 현 하롤드 주교는 한국에 레지오 마리애라는 평신도 사도직 단체를 설립했다. 6.25전쟁으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상황 속에서 상가 봉사와 연도는 한국 레지오의 중추적 활동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는데 외국의 레지오 마리애 활동에서는 이러한 활동을 찾아볼 수 없다. 한국 레지오의 커다란 성장요인 중 1순위는 바로 이러한 상가봉사와 연도 바치는데 있다. 레지오의 빠른 성장과 함께 연도는 각 본당에서 더 많은 이들과 함께 봉헌할 수 있는 기도로 전파됐다.
형제들의 죽음 앞에서 우리는 죽은 자들을 위한 기도로서 죽음이 끝이 아니고 새로운 생명으로 옮아가는 여정이며 부활의 시작임을 고백하였다. 그러므로 연도는 죽은 자들의 구원을 위한 통공이며 동시에 살아 있는 이들의 신앙고백의 장(場)이 됐다.
<천주교식 차례절차>
* 준비 *
1. 집 안팎을 깨끗이 정돈하고 차례 지내는 방을 잘 정돈한다. 2. 목욕재계하고 단정한 옷으로 정장한다. 3. 고해 성사로써 마음을 깨끗이 한다 4. 정성껏 차례상을 차리되 형식을 갖추려 하지 말고 평소에 가족이 좋아하는 음식을 차린다. 5. 차례상에는 촛불(2개)과 꽃을 꽂아 놓으며 향을 피워도 좋다. 6. 벽에는 십자고상을 걸고 그 밑에는 선조의 사진을 모신다. 사진이 없으면 이름을 정성스럽게 써 붙인다. 7. 차례상 앞에는 깨끗한 돗자리 또는 다른 깔개를 편다.
* 차례*
1. 성호 2. 성가: 가톨릭 성가에서 하나를 선택해 부른다 3. 독서: 아래 성서 구절 중 하나를 선택하여 봉독한다. 4. 가장의 말씀 : 선조들을 소개하고 가훈, 가풍, 선조의 말씀을 전한다. 5. 큰 절 : 서열순으로 남녀 구별 없이 영전에 큰 절을 드린다. 6. 사도 신경, 부모를 위한 기도, 가정을 위한 기도 등을 바친다 7. 참석자는 모두 보편 지향기도를 바친다. 8. 성가 : 가톨릭 성가 중에서 하나를 택한다. 9. 주님의 기도를 다 함께 바친다. 10. 식사: 차례음식을 나눈다(음복)-사랑과 일치의 식사 11. 성호를 긋는 것으로 모든 예식이 끝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