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감자먹는 사람들>은
고흐의 그림 중에서
비교적 덜 알려진 작품이다.
꽤 늦은 시간인 듯
어두운 실내의 조명과
허름한 차림새
고기까지는 아니라 해도
변변한 스프나 구운 빵도 없이
감자 몇알로 차려진
초라한 식탁...
2.
영어 속담에
‘A picture says thousand words’
라는 게 있다.
우리식으로 하면
‘백문이 불여일견’ 정도로
쓰이기도 하고
직역하면
한 장의 그림에
수천마디의 말이 담겨있다,
혹은,
어떤 상황을 글로 자세히 형용하려면
많은 문장이 필요하지만
그림으로는 한장에 담을 수 있다는 뜻이다
3.
때로는 지친 표정보다
무표정이
힘듦을 더 진하게 표현한다는 것을
고흐는 알고 있었을까?
그렇다면, 이 작품 속 인물들의
하나같은 무표정은
고흐가 의도한 것일까?
하루의 고된 노동을 마치고
호롱불로 겨우 어둠을 걷어내고
비로소 감자로
허기진 배를 채우는 사람들,
이 작품을 보면서 나는
이들이 다시 내일을 준비하기 위해
(비록 그 내일 또한 힘들지는 몰라도)
한알, 두알
감자를 먹고 있다고 느꼈다
결국 고흐는 이 작품에
단순히 농민 노동자의 수고를
담고자 한 게 아니라
'감자를 먹는 행위'를
서로를 위로하며
내일을 위해 다시 힘을 내는
상징으로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내가 고흐의 작품
<감자먹는 사람들>을 보며
느끼는 것들이다.
물론 이것은 나의 느낌일뿐
사람마다 다를것이다
4.
학교때
국어책에 실린 시를 배울때는
운율이 어떻고, 음수율이 어떻고
시어에 은유와 비유가 있네 없네
작가는 고향이 어디고 등등
그런 이상한 교육을 받았었다
거장의 그림들을 보면서
야수파니, 인상파니,
20색상 순서는 팔강 다홍 주황...
그런걸 외우도록 강요받았었다.
시험점수를 잘 받으려면
작품을 가슴이 아닌 머리로
읽고 보고 외웠다.
5.
그런 시각에서 벗어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이제는
미술이건 음악이건 다른 장르건
예술작품에서
정답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그 안에 작가가
무슨 코드를 심어두었는지
알기 위해 애쓸 필요도 없고
어떤 느낌을 얻을지는
오롯이 관객의 몫이기 때문이다.
사실 작가의 코드가
뭐 그리 중요한가?
마치 소리굽쇠처럼
작품과 내 감성의 공명 (resonance)이
의미가 있고
그 안에서 어떤 '느낌'을 받으면
그걸로 충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