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새벽에 눈을 떴는데
구글 알림이 깜빡거리길래
뭔가 해서 클릭해보니
사진이었다.
구글의 타임리프가
몇년전 오늘 (6월 16일) 날자에
내가 휴대폰에 저장했던 사진들을 찾아서
띄워준 것이다
놀라운 것은,
그 폰은 고장나서 이미 버렸고
사진들도 당연히 없어졌는데
구글 클라우드에는 여전히 남아서
같은 날자에 추억을 소환해 주었다는 것.
2.
해마다 여름에 한번, 겨울에 한번
일년에 두번씩
일주일간 설악산 등반을 갔다
자일과 퀵도르 등 각자의 등반장비와
일주일간 마실 물 (1.5리터 패트병 7개),
빵과 쵸콜렛과 에너지바 같은 행동식,
텐트와 침낭, 여벌의 옷 등을 넣으면
배낭 무게만 30킬로,
빈몸으로 오르기도 힘든 길을
그 무게를 오롯이 짊어지고
산길을 걷고 (어프로치)
암벽을 올랐다 (클라이밍)
비선대 산장을 지나
아름다운 적벽과 삼형제길을 거쳐,
평생 바위와 등반을 사랑하다
끊어진 자일과 함께
바위에서 생을 마감한 젊은 연인들의
슬픈 사연이 깃든 석주길을 지나
마침내 비경의 천화대에 이르는
장장 20km의 바위길,
꼬박 5박6일간
설악의 품 안에서 비박을 해가며
오르고 내릭를 반복하는 등반 여정,
세수할 물?
무거운 배낭끈이 어깨를 파고드는데
그런게 어딨어
마실 물만 챙겨도 10킬로인데...
세수는 무슨,
물티슈로 대충 닦으면 되고
그래도 양치는 해야하니
겨우 칫솔만 챙기고
그람수 줄이느라
심지어 면도기, 로숀도 안가져 가는데
여기서 팁 하나 :
바위꾼들은 무게에 민감하다
자일, 퀵도르, 하네스, 하강기 등등
기본 암벽장비 무게만 7~8킬로,
여기에 물과 배낭 등을 합치면
당일치기 등반도
배낭무게는 보통 10킬로를 넘어간다
그래서 어떻게든
무게를 줄이려고 하는데
이것을 "그람수 줄인다"라고 표현한다
3.
간만에 그때 사진을 보니
세수도 안한 추접스런 몰골
땀에 쩔은 옷이며 그을린 얼굴하며
노숙자들이 따로없다 ㅋ
사진에서 꼬질꼬질한 땀냄새가,
거친 야생의 수컷냄새가
풀풀 나는것 같다 ㅎ
그래도 설악산에서만 볼수 있는,
설악을 찾은 바위꾼들만을 위한 선물
야생 솜다리 (에델바이스) 꽃을 들고
나름 요염한? ㅋ
장난스런 포즈도 취해보고 ^^
그립다.
설악의 그 길들,
그 시간들...
다시 가고싶다.
석주길을,
삼형제길을,
오르락 내리락 설악의
거친 바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