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날 - 시화마을을 가다
1897 개항문화거리를 벗어나서 소년 김대중의 공부방을 찾느라 골목 오르막 내리막을 걷고 난 이후, 체력은 방전되기 시작했다.
중간에 <농협은행>을 발견, 들어가서 시원한 에어컨 아래서 물도 마시고 숨을 돌렸다.
더위 피하는 데는 역시 은행이 최고.
목포 근대 역사관 1관.
한적한 개항문화거리와는 달리 사람들이 북적이며 활기를 띤다.
모름지기 관광지는 이러해야 한다는 그 느낌.
어른 한 명당 2,000원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간 역사관 내부는 발 내딛기가 힘들 만큼 복닥인다. 더위를 피해 냉방 빵빵한 실내로 피신하듯 들어온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옛 일본영사관을 이런 저런 용도로 사용하다가 현재 역사 박물관으로 쓴다는 바로 이곳.
하지만 역사적 의의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사료들이 눈에 잘 들어오지는 않는다.
유리관 속에 박제된 박물관을 좋아하지 않는 개인적인 취향 때문에, 그리고 땀냄새를 공유할 만큼 복닥대는 사람들이 불편했다.
한바퀴 삐잉 돌듯이 둘러보고 서둘러 나왔다.
숨막히는 더위가 오히려 숨쉴 만한 느낌.
역사관 앞 도로가 널찍반듯하게 길게 잘 닦여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너른 길과 그 위 파란 하늘. 이유모를 감탄이 나온다.
< 저기 저 길좀 봐봐>
일본이 침략과 수탈을 위해 이렇게 너른 길을 번듯번득 닦아 놓았구나싶다.
길의 이면을 보지않고 액면만 보면 < 식민지 근대화론>이라는 망발이 나올법도 하겠다.
근대 역사관 내부에서 찍은 몇 안되는 사진.
방 하나의 한쪽 벽은 삼일 만세운동을 , 맞은 편 벽은 드라마 <호텔 델루나>를 그림과 사진으로 표현하고 있다.
까맣고 반득하게 생긴 모자가 있길래 일본순사 코스튬 모자인줄 알고 모자 쓰고 태극기 들고 사진 찍었다.
드라마 소품 모자였다.
근대 역사관 1을 본 것으로 2는 패스.
시화마을로 건너갔다.
체력이 방전된 상태라 과연 시화마을 까지 갈 수 있을 지, 아니 갈 지 말 지가 고민되는 상황.
덥고 지쳐서 안가고 싶은 마음 반, 근데 안 보면 후회할 듯한 마음 반..결국 가기로.
음료수 한 병씩 사들고 뚜벅 뚜벅...터덜터덜 걸어갔다.
초행길이라 어버버하다가 결국 도착한 시화마을.
벽화마을이 아닌 시화마을 맞네.
골목골목 뻬곡하게 시가 적혀있다.
어르신들이 쓴 시가 정겹다.
일곱아이를 낳아 기르는데 본인은 한 것이 없고. 돈 잘 벌어다준 남편 덕에 편히 살았다는 86세 어르신의 시.
그러고보니 우리 엄마 나이도 80이 넘었네.
시화마을 골목은 접고 구불구불하다.
지도한 장 없이 걸으니 입구와 출구도 모르겠고, 그냥 보이는 대로 걸었다.
고양이들이 왔다리 갔다리 하는 인적 드문 골목길이 평화롭고 나른하다.
완만한 오르막 골목길이 아늑해 보여서 사진 한 장.
덥고 습하고 가방은 무겁고 다리는 더 무겁고..그래도 목포를 골목골목 다녀봐서 뿌듯하긴 하다.
목포를 말하면 머리와 몸이 기억하는 무수한 이미지와 생생한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잠이 와서 오늘은 여기서 시마이~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