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수녀님은 제가 좋아하는 시인 가운데 하나이죠. 세례명이 아마 클라우디아죠?
어디서 퍼온 글인데 장르 상관없이 도움이 될 듯해서 올려봅니다.
<해인글방의 글쓰기>
컴퓨터가 발달하면서 요즘은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쉽게 글을 쓰고 편집해서 책을 펴내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글을 쓰는 이들은 날로 많아지지만 참으로 잘 익은 글을 발견하는 일은 그리 쉽지 않은 듯합니다. 갈수록 글쓰는 일이 어렵다는 걸 절감하는 나이기에 누가 도움말을 부탁해도 설명할 수가 없었는데, 오늘은 내 경험을 바탕으로 부분적으로나마 몇 가지 이야기하니 읽는 이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면 좋겠습니다.
글감 모아두기
글의 소재가 될만한 것들을 모아두는 자기만의 바구니를 만듭니다. 노트, 일기장, 메모장 등에 자연을 관찰한 것,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오는 느낌, 특별한 꿈, 책․ 영화 ․ 연극에서 얻은 감동, 기도나 명상에서 건져올린 내용 등등 무엇이라도 좋으니 부지런히 적어두었다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쓰면 좋습니다.
방향 설정
쓰고 싶은 글의 제목을 일단 정한 뒤 내용 전개를 위한 구성을 하고 계속 궁리하며 깊이 익혀가는 작업을 합니다. 너무 잘 쓰려고 욕심을 부리거나 다른 이의 흉내를 내려하지 말고 자기만의 진실과 개성이 잘 드러나도록 방향을 정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초고 만들기
생각한 것들을 글로 옮겨 적을 때 유의할 점 몇 가지,
- 본인이 잘 모르거나 뜻이 분명치 않은 단어라고 여겨지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반드시 사전을 찾아보거나 알 만한 사람에게 물어서 꼭 확인해보고 씁니다. 새나 꽃을 묘사할 경우엔 도감이나 사전을 곁에 두고 특성을 읽어보면 표현에도 도움이 됩니다.
- 중복된 표현, 꼭 안 써도 될 외래어를 무심결에 썼는지 살펴봅니다.
- 문장에서 과거, 현재, 미래의 시제를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 맞춤법, 띄어쓰기, 앞뒤 문장의 흐름이 부자연스럽거나 어색하지 않은지 다른 사람에게 한 번 정도 읽어보길 권유합니다.
- 인용을 할 때는 그 자리에 꼭 필요한 것인지 심사숙고하고 제대로 인용하는 게 중요합니다. 특히 다른 사람의 글을 인용할 적엔 반드시 출처를 밝히는 예의를 지켜야 합니다. “어느 책에서 읽었던가?”, “누군가 말했는데….” 하며 대충 얼버무리는 식의 표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인터넷에 들어가면 이름난 작가들의 잘 알려진 글들이 아무런 출처도 없이 하도 많이 떠다니니 혼란을 가져오기 쉽습니다. 출처가 분명해야 다른 사람이 그 글을 다시 인용해도 무리가 없으며 공들여 글을 빚은 작가에 대한 예의도 되는 것이지요. 글을 쓸 적에 다급하며 여기서 조금, 저기서 조음 좋을 글귀만을 뽑아다가 짜깁기하는 이들도 있는데, 이는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방법적으로도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성당의 축하식 행사에 갔다가 거의 나의 시들로 재구성한 축사를 들은 일이 있는데 “설마 그 자리에 오실 줄 몰랐다.”면서 그 글을 낭송한 청년이 내게 사과 전화를 해온 일도 있습니다.
- 시를 빚을 때는 너무 설명적이 되지 않고 간결하게 절제된 상징 언어를 쓸 수 있도록 한껏 노력해야 합니다.
- 글에서 타인에 대한 언급은 신중하게 해야 합니다. 어느 글에서든지 남에 대해 이야기할 땐 좀 더 겸허하고 진지해야 할 것입니다. 말과 달리 글은 오래 남는 것이기에 어떤 특정한 사람이나 상황을 언급할 때는 함부로 속단하는 일이 없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속사정을 깊이 알지도 못하면서 단편적으로 드러나는 한 부분만 보고 어떤 사람을 마구 비난한 글을 읽으면 마음이 언짢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는 이런 행동을 많이 하기에 늘 겸손하게 깨어 있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중간 점검
초고를 만들어 잠시 다른 곳에 두고 잊다가 다시 꺼내서 되풀이해 읽다 보면 고쳐야 할 부분이 새롭게 눈에 띄곤 합니다. 어느 글이든 여유 있게 시간을 두고 손질해야 설익은 것을 최대한 줄일 수가 있습니다.
마무리
마지막 정리를 하고 나면 자기가 쓴 글의 독자가 되어 천천히 소리를 내어 읽어봅니다. 객관성을 지니고 냉정하게 관찰하면 내용상, 표현상의 부족함을 다시 발견할 수 있으므로 마지막 손질을 좀더 낫게 할 수 있습니다. "내 능력에서는 최선을 다했다."는 확신이 들면 비로소 마무리를 합니다.
<퍼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