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어느 봄날
흰 지팡이로 복도 난간을 긁으며
그믐밤을 몰고 가는 그녀
저 홀로 허리펴고 누워 있는 복도
걸음따라 난간동맥도 오톨도톨 따라 간다
안녕하세요?
아~ 녜, 봄냄새가 참 향기롭지요?
살갗에 닿는 바람이 비단 같아요
순간!! 시인~~~
2호에서 8호까지 손과 감으로 재단하며 찾아갔다.
또 그녀와 마주친 어느날
빈 화분들이 나와 있다.
언니 죄송한 말씀인데 이것 좀 버려주시면 안될까요?
수고비는 드릴께요
다섯 개나 되는 저 큰 화분을
솔직히 내키지 않는다
잠시 오락가락
고민 고민 끝에 수락한다
이튿날 화분을 모조리 깨어서
흙과 화분 조각을 분리해 버렸다
손으로 바닥을 흝으며 처리됨을 확인하고
고마워요, 언니, 정말 고마워요
미안한 듯 내미는 칠만 원 봉투
이러지 마세요, 저 이거 안받고 싶어요\
장애인이라고 동정하시는 거예요?
제가 몇 시간 언니를 고용했는데
당연한 것 아닙니까?
받자니 약자에게 돈벌이하는 것 같고
안 받자니 무시하는 것 같고
살면서 이처럼 어려운 입장은 처음이다
할수 없이 받아든 봉투
그 집 앞을 지날 때마다
미안함이 늙지 않고 뒷꿈치를 깨물며 따라온다
카페 게시글
우리들의 이야기
진퇴양난
예인
추천 0
조회 20
24.10.19 03:26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