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후 잠깐 들린 카페에서 느닷없이 고백을 당했다. 나를 좋아한다고… 진지한 만남을 이어나가고 싶다고 … 나는 진지한 적이 없었음에도 그녀는 진지한 만남을 이어나갈 수 있다고 여겼던 모양이다. 우리는 회사의 부속품이었던 사이었고, 나는 그 이상의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았기에 정중한 거절을 건냈다. 그녀의 다시 한번 생각해달라는 이야기는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할 뿐이었다. 내가 그녀에게 어떤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녀의 거짓말은 팀의 불화의 원인이었고, 논리적이지 않은 고집은 같은 동료들을 괴롭게 만들었다. 노력없이 요령만으로 남들에게 돋보이고 싶은 욕심만 가득한 사람이었다. 이 곳을 ‘일하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 싶은 나의 입장에서는 그녀는 눈속에서 빠지지 않은 눈썹같은 존재였다.
사랑은 교통사고와 같은 것이라고 배웠지만, 그녀의 일방적인 돌진은 뺑소니일 뿐이었고 서로에게 불편한 감정만을 남기게 된 것이다. 이런 나의 고민과는 별개로 내 지인들은 속 없는 소리를 한다. ‘니가 배가 불렀구나’, ‘니가 그 사람을 갱신시켜 볼 생각은 없느냐’ 소음들… ‘사람은 고쳐 쓸 수 없다’는 말에는 동의하는 사람들이 타인의 상황에서는 어찌 낭만만을 이야기 한다는 말인가? 그저 나의 당황스러움과 괴로움이 잠깐의 가십거리일 뿐이었다.
만일 그녀가 다정한 사람이었더라면, 좀 더 일에 능수능란한 사람이었더라면, 인정받는 것보다 제대로 하는 것에 초점을 두는 사람이었다면, 내가 마음을 받아줄 수는 있었을까? 사랑은 오래참고, 온유하며, 시기하지 않고 서로를 격려하는 것, 무례하지 않고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않는… 즉,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능동적이고 공격적인 것이라고 머리로는 배우긴 했지만 무례하고 이기적인 마음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그를 받아줄 여유는 내게 없다.
타인도 나를 그렇게 생각할지 모른다. 사랑받을 만한 구석이 없는 사람이라고, 억지로 노력하지 않으면 힘든 사람이라고, 이것이 오늘의 공격이 뼈아프게 다가오는 이유이다. 내가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