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간의 짧은 일정으로 홋카이도를 다녀왔다. 2010년 7월의 부산대 AMP 졸업여행 이후 근 8년 만이다. 이번에는 부산은행 퇴직자 모임인 동우회소속이었다. 해서 은행 재직 시의 상사, 선배, 동료 그리고 후배가 함께 한 자리였는데, 60대 초반임에도 소장파였다.
따뜻한 옷을 준비하라는 여행사 직원의 안내에 현지의 날씨와 기온을 확인하고, 내복과 조끼까지 챙겼다. 과연 北海道이라 그런지 신치토세(新千歳) 공항에 내리는 순간 한기가 몰려왔다. 봄의 나라에서 겨울나라로 순간이동한 셈이다. 4월 중순임에도 곳곳에 눈이 쌓여 있었다. 산봉우리는 물론이고 산간마을을 지날 때 보니 치우지 않은 눈이 승용차의 높이를 넘어서고 있었다. 가이드 이야기도 여기에선 트럭에 눈을 잔뜩 싣고 내다버린다고 한다.
점심 후 오타루(小樽)로 향했다. 이전에 왔을 때는 서점에 들린다고 삿포로(札幌)에 혼자 남았었기 때문에 오타루는 첫걸음이었다. 그래서 운하도 처음이었고, 오르골당(オルゴール堂)도 그랬다. 딸들의 신청으로 홈페이지에서 미리 찍어둔 오르골사진을 폰에서 찾아 곧장 직원을 찾았다. 그렇지 않고는 2만 5천여 점이나 된다는 오르골 중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하나하나 찾기란 불가능에 가까울 터였다. 내 것까지 포함한 3점을 쿠폰을 사용해 13%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했다.
삿포로로 돌아와 오오도리(大通) 공원에서 비를 맞으며 구경을 하고 사진도 찍었다. 저녁은 3종류의 게요리에 사케와 맥주를 곁들였다. 호텔로 가 짐을 푼 후 번화가에서 수면안대와 파스 종류 등을 샀다. 그리고 룸메이트와 은행 친구의 친구, 그 룸메이트 이렇게 넷이 다루마(だるま) 본점에서 30여분을 기다린 후 징기스칸(ジンギスカン)이라는 양고기요리에 삿포로 클래식 생맥주를 먹고 또 마셨다. 고기는 부드러웠고 생맥도 잘 넘어갔다. 나올 때 보니 대기줄은 더 길게 늘려져 있었다. 소문을 듣고 찾아온 한국인들도 꽤 많았다.
다음날 아침 하늘은 맑게 개어 있었다. 여행하기 좋은 날이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홋카이도 구청사 앞에서 사진을 찍고, 버스 안에서 홋카이도 시계탑을 보았다. 노보리베츠(登別)에 도착해 지옥계곡으로 향하자 유황냄새가 자욱했다. 이번엔 계곡까지 가지 않고 주차장 건너편에 있는 다이이치 다키모토칸(第一滝本館)을 가리키며 예전에 여기서 이틀을 머물렀다고 했다. 에도시대(江戸時代, 1603~1868) 민속촌인 지다이무라(時代村)에 가서는 오이란(花魁)쇼를 보고, 작은 정원과 닌자(忍者)나 에도시대 전시관을 둘러보았다.
도리무시(鳥蒸し)라 해 닭고기와 감자, 옥수수, 아스파라거스 등 채소 종류를 통에 같이 넣어 찐 것에 생맥을 곁들여 점심을 든 후, 도야(洞爺)로 이동해 유람선을 탔다. 이번에는 호수 안의 작은 섬인 나카지마(中島)에 내리지 않고 빙 돌면서 새우깡을 받아먹기 위해 따라오는 갈매기와 멀리 보이는 높은 산들의 설경을 구경했다. 그리고는 1943년에 밭에서 솟아올라 형성된 활화산인 쇼와신잔(昭和新山)을 보았다. 아직도 유황연기가 분출되는 곳이다. 길옆 공터에서 흔치 않은 꽃인 샤프란꽃을 보았다. 꽃의 암술대를 말려서 만든 향신료가 같은 무게의 금보다도 비싸다는 꽃이다.
다음에 들린 사이로(サイロ)전망대에서는 도야호수와 이를 둘러싼 눈을 뒤집어 쓴 산들을 조망할 수 있었다. 홋카이도가 농축수산업이 발달한 덕분인지 요구르트의 맛도 고소함과 진한 맛이 국내와는 비교자체가 안되었다. 다음에 홋카이도에 올 땐 큰 가방을 들고 와야지 다짐했다. 말의 태반으로 만들었다는 설화 마유(雪華馬油)도 하나 사고, 입구에서 씨알이 큰 검은 콩을 발견해 한 봉지 구입했다. 귀국 해 찾아보니 黒平豆(くろひらまめ, 雁喰豆) 였다. 키워 볼 요량으로 10알을 봉지에서 꺼내 물에 불리곤 모종포트에 심었다.
버스를 타고 해발 천고지나 되는 산길을 한참 달려 죠잔케이(定山渓) 온천에 닿았다. 노보리베츠와는 달리 한적한 온천마을이었다. 호텔의 음식도 다양했고 온천도 맘에 들었다. 저녁식사 후 온천을 하고 친구의 친구 방에 가 넷이서 한국 소주를 마시곤, 1층으로 내려가 생맥주를 마셨다. 다음날 아침에는 노천탕까지 나가 몸을 담그고 눈 쌓인 광경을 보았다.
공항으로 향하는 길에 면세점을 들렀다. 가져온 옷들과 구입한 오르골 3점으로 가방 안은 채워졌고, 배낭도 그다지 여유가 없었다. 딱히 살 것도 마땅찮은 데다 공항에서의 면세품 구입을 위해 참기로 했다. 공항에서는 삿포로 클래식 캔맥주대신 오토코야마(男山)란 고급 사케를 샀다. 그리곤 일본에 올 때마다 계속 샀던 시로이 고이비토(白い恋人)를 대신해 로이즈초콜릿을 샀다.
발권하면서 창가자리를 부탁해 비행기 안에서 눈 덮인 산들과 운해도 몇 장 찍었다. 도중에 기류를 만나 다소 흔들리기도 했지만, 예전만큼의 난기류(turbulence)는 아니었다. 그때는 정말이지 청룡열차를 탄 기분이었다. 한참을 지나 김해공항 착륙을 위해 접근한다는 멘트가 있고 나서, 비행기가 부산 앞바다를 시계방향으로 크게 돈 후 공항을 지나 상동까지 갔다가 기수를 돌려 거제도까지 보여준 후 김해로 가서는 평소와는 반대방향으로 착륙했다. 비행기가 30분 정도 연착하는 바람에 난 16시 29분 기차를 못 타고 18시 기차를 타야만 했다. 그래도 한 사흘 미세먼지를 안마시고 홋카이도의 맑은 공기 속에 깨끗한 물과 함께 맛있는 음식과 술도 마셨으니 참아줘야지.
여행이란 같은 장소를 또 가더라도 어느 때 누구와 함께 하는 지에 따라 확연히 다른 법이다. 오이란 쇼에서도 그랬고, 관람 후 들른 식당 벽에 적혀 있던 문구처럼 一期一会(いちごいちえ, 일생에 한번 뿐인 기회)이니…
첫날 점심식사한 식당 1층의 홋카이도 선물 순례 행사 포스터
첫댓글 악!
부산꺼 퍼 왔는뎅~~~
우째~~~홋카이도는 안 가봤어요~~~
감사합니당~~~
どうき님~~~
학우님도 건강 잘 챙기시고 부산회장님께 안부 전해 주세용~~~
다음 회장단모임은 대구에서 합니당!
김광석거리, 녹동서원(김충선묘)등 둘러 봅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