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버지는 20년 정도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셨다.
내가 6-7살때도 우리 가족 4명이 오토바이 한대를 타고 놀러가곤 했고, 친척 할아버지 제사 등이면 아버지 뒤에 타고 30여분 정도를 달려 제사를 지내고 왔다.
아버지는 자주 음주운전을 하고 열두시 땡하면서 집에 들어오기도 하셨고.....
오토바이 센터에서 오토바이 한대 팔려나가면 "과부 하나 생기는군......"이라고 말할정도로 오토바이가 위험하다는데...
우리 아버지는 아직까지 생존해계시다... 물론 오토바이는 안타신지 꽤 되었지만......
내가 대학교 2학년이 되는 1994년 여름, 아버지는 나를 데리고 아시는 오토바이 센터로 가셨다.
그리고 오토바이를 사주셨다.
대림 VF.. 하얀색... 정말... 좋았다.
당시 이백만원이 약간 넘는 금액이었고, VF는 지금 시세가 50만원 정도 한다.
어머니 말씀에 의하면 아버지가 거의 몇년동안 모은 돈으로 사주셨다고 하셨다.
그 당시 나는 너무너무 기분이 좋았고.... 신나게 타고 다녔다.
몇번 넘어지기는 했지만 다치지 않고, 죽지 않고 탔다.
올 여름 동네 마실용으로 슬슬 타고 다니던 데이스타를 마지막으로 나도 오토바이를 접게 되었다.
아버지는 나에게 오토바이를 사주신 후 몇년 후인 97년에 쌍용의 대표적 자동차였던 무쏘를 구입하셨다.
그당시 나에겐 정말 어깨를 으쓱하게 만들어주는 차였다.
그 왜... 있지 않은가... 차에서 내리면 다 나를 바라보는 듯한 느낌....
나는 2002년에 트라제XG를 구입했고, 그대로 올해까지 쭈욱...... 아버지는 무쏘, 나는 트라제......
그러다가 트라제의 하체부식이 너무 심해 폐차를 해야한다는 진단이 내려져, 나는 새차를 알아보게 되었다.
그랜드카니발, 스타렉스, 랜드로버 등등... 평소에 관심많았던 차들에 대해 여기저기 알아보던 중에 그랜드 스타렉스로 정하게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아버지 생각이 났다. 어려운 경제사정에서도 아들에게 오토바이를 사주시던......
그러면서 무쏘에서 자랑스럽게 내리던 내가 생각나고...
그래서, 아버지에게 새차를 사드리자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아버지의 의견을 들어본 결과 코란도C로 결정...
나는 트라제를 폐차하고 아버지의 무쏘를 물려받기로...
2500만원...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을 수 있는 돈... 하지만 나는 아버지에게 새차를 사줬다.
부모님은 그걸 자랑으로 여기시고 주위분들에게 자랑을 하신다.... 주위분들은 덕담을 하시며 부러워하시고...
무쏘를 가져와 몇일 타보니..... 정말.... 승차감이 꽝이다..... 무쏘를 타다가 트라제를 타니 고급세단을 타는 느낌이다....
그래서 트라제 폐차를 중지하고 둘다 번갈아 가며 타고 있다.
어쩌자는 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