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결과와 과정 중에 무엇이 더 중요한가(조경화)
요즘 청소년들을 보면 대부분 어떻게 하든지 원하는 것을 얻는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하여 어떤 과정을 겪어야 하는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자주 듣는 말이 있다. 빨리 어른이 되어서 공부를 안 한다는 것이다. 어른들도 거친 과정이고 잘 보냈기에 사회에서 중요한 삶을 이뤄가고 있다는 것을 말해 주기도 한다.
2009년 6월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청소년 부패 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30%는 ‘정직하게 사는 것보다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응답하였다. 이는 청소년들의 윤리의식이 심각한 수준으로 결여되어 있음을 보여 준다. 우리 사회가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데서 온 현상일 것이다. 물질만능주의로 인해 불안한 사회가 조성된다. 갈등이 발생하고 심하면 살인도 일어난다. 남의 것에 대해 쉽게 다가가려 한다. 이는 우리 사회가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요하게 부각시켰기 때문이다. 쉽게 생긴 물질은 의미없이 새어 나간다. 반면 노력의 대가로 생긴 물질은 값지게 쓰여진다. 누구나 돈을 많이 벌고 싶어한다. 하지만 개인능력, 배경 등과 같은 차이 때문에 격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차이는 당연한 현상임을 인지시킬 필요가 있다.
성적위주의 교육도 등수라는 결과에만 집중되기 마련이다. 청소년들에게 등수보다는 평균을 확인하며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지난 번보다 향상되었다면 그것으로도 상 받을 만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사회를 이끌어 갈 청소년들에게 풍요롭고 따뜻한 사회를 물려 주는 게 어른의 몫이라면 결과를 판단하기 전에 과정을 격려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2. 과정이 없다면 결과도 없다.(이명화)
내가 대학생 시절에 있었던 일이다. 2학년 1하기를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인터넷으로 확인해 본 성적이 눈 뜨고는 못 볼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되돌아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공부보다는 도서관에서 친구들과의 수다나 야식 먹기에 한참 열을 올렸기 때문이다. 그 후 2학기가 되었을 때, 나는 전과 다르게 성실히 시험공부를 했다. 술술 작성되는 답안지와 껑충 뛴 성적, 그 후로 나는 꾸준히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에 다녔다.
만약 내가 전과 변함없이 수다와 야식에 빠져 있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결과는 불을 보듯 뻔했을 것이다. 내가 원하고자 하는 것을 얻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의 과정이 저런 결과를 불러오지 않았나 싶다. 결국 결과를 통해 과정을 되돌아 보는 계기를 가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만큼 결과를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한다. 노력이 결과를 위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노력하는 과정은 결과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열심히 공부해서 내가 원하는 성적을 얻었던 것처럼 과정이 어떠냐에 따라 결과가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혹여 결과가 맘에 들지 않는다면 스스로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면 방법을 수정하는 과정을 거칠 수도 있다. 이렇게 결과를 움직일 수 있는 것은 과정뿐이다. 그런 과정을 과연 중요하지 않게 생각할 수 있을까?
요즘 결과만을 중요시 여기는 경우가 많다. 헌데 그것이 비윤리적으로 이루어낸 것이라면 그 결과가 과연 좋은 것일까? 결과가 과정을 되돌아보게 하는 잣대로 활용할 때는 분명히 중요한 부분도 있지만, 지나치게 결과에만 집착한다면 분명히 문제가 있다. 요즘 모든 것이 결과 지상주의로만 바라보는 시각 때문에 각종 사회 문제가 일어나는 것을 볼 때 가급적 결과보다는 과정을 되돌아보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3. 좋은 과정이 좋은 결과를 만든다.(한정혜)
물리학자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화가 피카소(Pablo Ruiz Picasso), 애플사의 스티브 잡스(Steve Paul Jobs)….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각자 살던 시대도 다르고 활동한 영역도 다르지만, 그들의 업적은 세상을 놀라게 했다. 과거에는 그들의 업적(결과) 자체가 중요하게 다루어졌지만, 최근 그들이 놀라운 결과물을 낼 수 있게 된 원인과 과정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루트번스타인 교수는 이들이 이토록 놀라운 결과물을 탄생시킬 수 있었던 과정을 연구하였고 “생각의 탄생”이라는 책을 통해 창의적인 사람들의 생각하는 다양한 과정들을 소개하였다.
올해 3학년이 된 큰 아이의 학습에 대해 남편과 지난 겨우내 고민을 나눈 끝에 우리 부부는 시험 성적(결과) 보다는 좋은 학습 습관(과정)을 길러주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학습지, 학원 등 문제 풀이 위주의 학습법 대신 가족이 모두 노력하여 자기 주도 학습이 가능하도록 지도하기로 했다. 교과서를 중심으로 예습과 복습을 꾸준히 할 수 있도록 멘토링을 진행하였다. 아이의 학습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 부부도 예습과 복습을 꾸준히 해야만 했다. 국어와 사회는 아이가 잠자기 전 교과서를 동화처럼 읽어주었고 수학은 설거지 구구단, 과학은 “골든벨 퀴즈” 등 즐겁게 공부하는 법을 아이가 스스로 터득할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아이는 즐기기 시작했고 집중력도 높아졌으며, 특히 자신감을 많이 획득했다. 다소 걱정하긴 했지만 중간고사는 의외로 매우 우수한 성적을 거뒀고 아이의 만족도는 얼굴에 보조개가 들어갈 정도의 환한 웃음으로 나타났다. 나와 남편은 학습과정을 꾸준히, 그리고 즐겁게 소화해 낸 아이의 노력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이가 평소 성적이 안 좋았기 때문에 학습법을 바꾼 것은 아니었다. 지금의 우리 사회에서 아이가 적어도 12년을 반복해야할 학습과정을 어떠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걸어갈 것인가가 더 중요했다. 하물며 이제 그 문턱에 들어선 아이가 학습도구인 책과 문제집을 자신을 괴롭히는 괴물처럼 여기고 거부한다면 그 긴 시간을 어떻게 버텨나가겠는가? 숨 쉴 틈 없이 학원을 오가고 어깨가 아프도록 문제집을 풀어 좋은 성적을 거둔다고 한들 아이가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좋은 결과만을 위해 과정을 소홀히 한다면 과연 나쁜 결과에 대처하는 방법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모로 가도 서울만 가는 시대는 끝났다. 중요한 것은 가장 옳은 길을 택할 수 있는 지혜를 기르고 선택한 것을 충실하게 이행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좋은 과정이 좋은 결과를 만든다.
4. 과정과 결과의 답(신은주)
사람들을 좋아하고 만남을 즐기는 나, 남자들 못지 않게 모임이 많다. 합창, 골프, 동창, 친구, 즐거운 인생, 동아리, 끼리끼리 등. 닉네임도 설정해 취지도 다 다른 모임들, 년간 월별 분기 벙개 만남의 차이가 있지만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친목도모는 생활의 활력소를 촉진해주는 톡 쏘는 탄산수와 같다. 모임을 하면서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듯이 과정과 결과도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내가 갖고 있는 모임 중에 죽고 못사는 뭉쳐야 산다는 각오로 맘 맞고 좋은 취지로 만든 모임이 어느 순간부터 소리없이 흩어지는 뜻하지 않은 결과도 초래하게 되는데, 반면 낯설음을 딛고 한두 명 맘 열고 다가와서 만든 모임이 어느새 서로를 아끼고 이해하며 감싸주고 보듬어 주며 따뜻한 정을 나누며 유지되어 가는 모임도 있다. 내가 속한 모임이 어느 초점에서 어떻게 이끌어 가야 하는 과정 속에 답이 있고, 답 속에 결과가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모임뿐만 아니어도 목적과 목표를 갖고 무엇이든 최선을 다했다면 과정도 결과도 모두 중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지금 공부하면서 모인 여성문화대학 4기 선생님들과의 만남도 목적을 갖고 시작되었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해 유지해 나가길 바라며 또 하나의 모임을 만들어 가 볼 생각이다.
5. 마지막 손짓(조미애)
지난날을 돌아보며 누군가는 어떤 일을 해놓고 돌이키며 후회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어떤 이는 그 일을 이루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나 스스로 잘했다고 자기 자신을 격려하며 세워주는 경험들을 각자를 통해 들어 볼 수 있다. 나도 이와 같은 경험들이 있는데 그 중 후자의 경험을 통해 배우고 느낀 것을 기록하려 한다.
4형제 중 막내로 자란 나의 남편은 결혼 전까지 어머님, 그리고 할머님과 함께 생활했다. 결혼하던 그해 겨울 미끄럼 사고로 허리를 다친 어머님은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게 되었고, 그 동안 병원과 혼자 계신 할머니에게 오가며 지내게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그 당시 단칸방 집에서 둘째 아이를 막 낳고 살던 우리는 할머님만 먼저 모셔오게 되었고 얼마 간의 시간이 지나 앞집으로 이사하면서 어머님도 함께 지내게 되었다. 우리는 말로만 듣던 4대의 대가족이 된 것이다. 놀이방을 계획하며 이사한 집은 부랴부랴 칸막이로 방을 더 만들어 어른들과 같이 지내게 되었고 지역에서 작은 영향력을 끼치고 싶었던 놀이방의 꿈은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 당시 다리가 약해져 누워만 계시던 할머니는 치매로 인해 수없이 퍼붓는 온갖 욕설과 대소변을 벽에 바르는 일들로 내 삶은 지쳐가기만 했다. 어렵기만 한 가정형편인 줄 알면서도 돌아보지 않는 가족들과 착한 남편에게조차 서운한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힘이 들 때 호스피스 교육을 접하게 되었다. 그것은 다른 사람의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것뿐만 아니라 나 자신의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계기와 생각의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다. 그로 인해 긍휼의 마음과 사랑으로 할머니를 섬길 수 있게 되었다. 몇 년이 지난 어느 추운 겨울 아침, 김장을 준비하며 절여진 배추를 씻기 위해 나가다 말고 할머니 방문을 열어보니 상태가 어제와 또 다르다. 가족들에게 연락한 뒤 찬송가를 불러 드리며 할머니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나는 주체할 수 없이 흐르는 눈물 속에 할머니를 향한 죄송한 마음과 보고 싶은 마음, 그리고 아쉬움이 담겨 있었다.
돌아가시기 며칠 전 제 정신이 돌아왔을 때, 말없이 손짓으로 나를 부르는 그 부름에 “왜요? 할머니, 뽀뽀해 주시게?” 라고 했더니 고개를 끄덕이신다. 때로는 싫은 소리도 하고 짜증도 부렸는데 고맙다고 하신다. 그렇게라도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으셨나 보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할머니의 손짓과 고마움을 표현하고픈 그 눈빛은 잊혀 지지 않는 그리움으로 내 뇌리에 박혀있다.
이 경험을 통해 결과 못지않은 과정이 나를 더 성숙하게 만들고 인내를 가르쳐 주었음을 고백한다.
6. 잘못된 과정의 결과(이지미)
아이들 데리러 학교에 갔다. 그런데 이 녀석 뜬금없이 내게 받아쓰기 시험을 얘기를 하는 것이다. “엄마, 나 받아쓰기 시험 50점 맞았어요.”하며 고개를 떨구는 것이었다. 나는 그냥 대수롭지 않게 받아 들이면서 다음에는 잘 보면 된다며 위로를 해 주었다. 그랬더니 내게 되려 화를 내며 “엄마, 왜 화 안 내요? 50점이면 굉장히 못 본 건데 왜 화 안 내냐구요. 다른 엄마들 같으면 막 화 내고 혼내준다는데.” 그래서 나는 항상 결과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열심히 공부했던 과정도 중요하다고 얘기를 해 주었다.
정말 우리가 살아가면서 과정이 중요한 걸까? 아님 결과가 중요한 걸까? 난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결과가 좋으면 좋겠지만 그래도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난 중요한 한 가지를 놓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과정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해 보지 않았던 것이다. 열심히 노력하였으나 모든 일을 실행하는 과정이 잘못되었다면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단지 열심히 하는 과정에만 내 스스로가 만족해서 결과야 좋든 말든 난 열심히 했으니까 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아이에게 받아쓰기 시험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바른 방법으로 지도를 해주었다면 결과도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과정 중에 나와 아이와의 소통이 월활하지 못했거나 문장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상황에서 무조건 시간과 노력만을 투자해서 외우게 강요를 한 것은 아닐까 라는 의문을 가지게 한다.
결과는 내가 이루고자 했던 목표를 향해 얼마나 열심히 제대로 했는가를 말해주는 증거이다. 목표를 향해서 달려가는 과정을 거치는 동안 아무리 열심히 했더라도 잘못된 과정으로 목표를 향했거나 열심히 하지 않았다면 좋은 결과는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좋지 않은 결과를 보고 나는 힘들었으니까 난 열심히 노력했으니까 라고 생각하는 것은 나 자신을 위한 마음의 위로가 아닐까 생각한다.
결과와 과정 중에 무엇이 중요하냐고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딱 잘라서 얘기하긴 어렵겠지만 이번을 일을 겪으면서 느낀 생각으로는 이렇다. “앞으로 결과에 좀 더 비중을 두렵니다. 결과는 과정이 옳은지 그른지 현재 내가 살고 있는 방향이 옳은지 그른지 살펴 볼 수 있는 잣대가 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7. 규칙을 지키기 위하여(윤영휘)
사람은 그 모습과 생각이 다르듯 살아가는 방식 또한 남들과 다르다. 우리집은 그래서 몇 가지 규칙을 세워 잘 지킬 경우에는 한 달에 한번 선물을 사주기로 약속을 했다.
1. 서로 싸우지 말고 협동하기 2. 책 읽기 3. 밥 잘 먹기 4. 방학 숙제하기 5. 부모님 도와주기. 큰애, 작은애 모두 애 쓰는 모습이 참 기특할 정도이다.
아이들이 3~4세경 때 새벽에 깨어 동화책 읽어달라고 울고불고하던 때가 새삼 떠오른다. 고사리 손으로 열심히 자르고 붙이고 하며 하나의 작품을 완성했을 때 서로 환호성을 지르고 좋아했던 때, 그때가 참 뿌듯하다. 아이들의 특성이 다 다르듯 발달 과정에 따라 모두 다 다르게 반응하던 아이들, 작은애는 가르쳐 주면 다 흡수하는 스폰지 같은 아이라서 한글과 수가 초등 1년생 수준이고 책 읽기를 유난히 좋아하는 아이답게 이해력과 표현력이 뛰어나다. 하루에 책을 이십 권도 모자라 더 읽어 달라던 아이. 학교 다니는 오빠보다 계산력이 빠르고 읽기가 빨라 취학 전 학습이 이미 끝난 상태이다. 반면 큰애는 작은애과 반대이면서도 책 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래서 규칙을 내세웠을 때 두 아이가 쉽게 이해를 했고, 엄마와의 약속을 곧 선물과 연결된다는 걸 알고는 다른 때보다 열심인 것도 사실이다. 이제 작은애는 2가지를 했고, 큰애는 4번을 준수해 벌써부터 들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걸쳐 하나의 목표에 도달할 때 그 기쁨은 아마 해 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5가지의 규칙 중 4가지만 지켰을 때 결과는 어떠할까? 규칙이 반 이상 지켜졌으니 상을 줘야 하는지 생각해 볼 때 그건 아니다. 왜냐하면 목표는 과정에서 조금도 빠져서는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잘 지켰지만 그 나머지 부분이 빠졌을 때 나는 완벽한 결과라 보지 않는다. 과정도 언제나 결과를 위한 것이고 그것들 뒷받침 하는 것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오늘도 아이들은 규칙을 지키고 있다. 선물이라는 목표를 향해 지금도 열심히 뛰고 있는 것이다. 선물이라는 성에 도달하려고 그 어려운 규칙을 이겨내고 있다.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결과 없는 내용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그것은 알맹이 없는 껍데기라고 생각한다.
8. 결과보다 나은 과정(주경자)
세상에는 둘 사이에서 어떤 쪽이 참인지, 또 어떤 쪽이 거짓인지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것들이 있다. 예컨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것이나, 과정이 중요한지 결과가 중요한지 하는 문제들이 그것이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이 있다. 이는 과정이야 어떻든 좋은 결과만 나오면 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윤리적이지 못한 잘못된 과정이라면 그 결과만 가지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어떤 기업인이 비자금을 조성하여(과정) 막대한 부를 축적하였다면(결과), 과연 그 기업인이 올바르다고 할 수 있겠는가?
나의 남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남편은 뒤늦게 철이 들었는지, 올해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야간대학교에 편입학을 했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 공부하는 것이 힘이 들 것인데, 단 한 번의 결석도 없었다. 시험기간에는 한 달 전부터 주말에도 회사에 나가 공부를 했다. 나는 그냥 졸업장만 따면 되지 쉬엄쉬엄 하라고 했지만, 남편은 함께 다니고 있는 직장 후배들보다 떨어지면 창피하다며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러나 설상가상 중간고사 기간에 내가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어 남편은 아이들까지 돌보며 공부를 했다. 고진감래라고 했던가. 1학기 성적 1등을 하였고, 장학금으로 수업료 전액 면제의 좋은 결과를 얻었다.
진인사대천명 - 인간은 그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 하늘을 뜻을 기다려라-라는 말처럼 과정에 최선을 다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9. 교육의 방법과 시작은?(김정자)
딸아이는 자주 책을 읽어 달라고 한다. 책을 좋아하는 딸에게 직접 책을 읽도록 한글을 빨리 가르쳐야 하나? 요즘 열성 엄마들은 일찍부터 아이에게 한글과 외국어를 시작한다.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에 비해 뒤처지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언젠가 유치원 선생님께서 창의성과 전두엽 발달을 높이기 위해서는 글자로 먼저 책을 파악하기보다는 그림을 통해 상상하고 생각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니 너무 강요하지 말라는 조언을 듣고 흥미를 느낄 때 시작하려고 했다.
그런데 얼마 전 EBS에서 영재를 키우는 방법이 방영되었다. 카이스트 영재인 10살된 남아가 15개국 언어를 구사하고 현재 대학 4학년이 다루는 수학 논물을 공부하고 있었다. 17개월에 한글을 깨우친 이후 꾸준한 독서를 위해 주변환경을 책과 가까이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어 독서하면서 문제를 풀고 스스로 찾아보고 기쁨과 만족을 느끼며 책과의 친밀감을 높이는 게 중요했다라고 영재의 아버지가 얘기했다.
한글을 깨우친 이후 영재가 되기까지 과정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과정이 있기에 결과가 있고, 그 좋은 결과로 좋은 과정의 예가 되었던 것이다. 결과는 하나의 잣대이기 때문이다. 만약에 한글을 깨우치고 부모가 방관하여 아이가 해로운 책을 읽었다면 카이스트 영재가 되었을까? 또 한글 배우는 평균 연령이 30개월이라고 하는데 창의성을 고려해 30개월부터 한글공부를 시작하고 독서에 유익한 환경을 만들어 준다면 창의력 있는 영재가 될지도 모르겠다. 그럼 내 딸도 영재가 될 가능성을 기대해 볼까?
이처럼 과정은 좋은 결과의 밑바탕이다. 이러한 인재들이 올바른 인성교육과 함께 성장한다면 좋은 지식인으로 사회에 큰 공헌을 할 것이며, 우리 나라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결과보다는 매 순간 과정을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10. 결코 후회는 없으리(강안순)
인생은 끝없이 펼쳐진 과정의 연속이다. 그 과정은 언제나 어떤 결과를 가져다 준다. 결과나 과정 중에 무엇이 중요한지를 딱 잘라 말하기는 곤란하지만 성실한 과정은 결과도 좋지만,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아들 둘이 있다. 큰 아이는 어릴 적부터 가진 온화하고 순진한 성격에 공부도 잘하고 성실해서 보는 사람마다 칭찬을 하는 아이다. 대입을 앞두고 현명한 선택을 위해 고민하면서 내신에 중점을 두고 아빠는 고등학교를 기숙사가 있는 시골학교로 보냈다. 아이는 잘 적응했고 기대에 어긋나지 않은 성적을 보여 주었다. 그런데 고3이 되면서 성적이 떨어지더니 교과진도도 늦어져서 대입을 준비하는데 매우 어려운 과정을 겪었다. 결국 지방대학에 들었다. 아쉬움 백 배, 서로에게 따뜻한 위로가 필요했다. 그러나 그때의 선택은 최선의 선택이었기 때문에 후회하지를 않는다. 고맙게도 아이는 학교에 잘 적응했고 아쉬움을 극복하고 현실에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둘째아이는 공부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성격이 강하고 욕구가 많으며 가정과 부모에게 불만을 자주 표시해서 내 속을 뒤집어 놓고 많이 울게 했다. 그래서 속만 안 썩이고 자라주면 그것으로 고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고3이 되면서 아이는 변하기 시작했다. 평소에 많은 대화를 하고 엄마의 마음을 열어 보이고 속상하고 화가 나지만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자주 표현하며 아이와의 좋은 관계를 가져왔던 과정의 결과랄까? 공부에 방해되는 주변을 다 정리하고 학업에 몰두하는 아이가 신기할 정도였다. 성적이 계속 오르고 있었다. 얼마 저에는 틈틈이 써 오던 육아일기장을 보게 되었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때의 일들도 간간히 적은 일기장이었다. 수능의 압박도 뒤로 하고 독서하듯 일기장을 읽은 아이는 “엄마, 저 키우시느라 진짜 고생하셨네요. 잘 키워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중학교 때는 왜 그랬을까요? 그땐 정말 반항기였었나 봐요.” 한다. 그러면서 내 등에 가만히 대는 손이 살며시 떨리며 눈에 눈물이 글썽한다. 울컥 쏟아지려는 눈물을 삼키며 “못해 준 게 더 많지. 태권도도 못 보내 주고, 피아노도 못 가르치고….” 했더니 “괜찮아요.” 한다. 나는 둘째아이를 키우면서 불안하기도 했고 울기도 많이 했다. 그런데 한 과정 한 과정을 지나 오면서 아이는 아주 건전하게 사랑스럽게 변해 있었다. 밤 열한 시까지 야간 자율학습하고 집에 와서는 또 새벽까지…. 아침에 깨울 때면 의식이 없는 것처럼 지쳐 있는 아이가 안쓰럽기 짝이 없다. 설사 원하는 대학에 못 간다 해도 지금처럼 성실하게 공부하는 모습은 결코 후회스럽지 않게 하리라. 그리고 고민을 친구에게 말하기보다는 엄마에게 말하는 것이 더 편하다는 아이는 아빠에 대한 존경심도 자주 표현하고 자기의 생각을 진실하게 내어 놓는다.
유명한 사람, 훌륭한 인물이 못 되도 괜찮다. 자기 삶에 성실한 아이들의 모습에서 희망을 보고 내가 살아 온 삶도 되돌아 보면서 이런 과정 안에서 얻는 결과가 돋보이지 않더라도 괜찮다. 나의 삶과 우리 아이들의 삶이 후회 없는 성실하고 진실한 과정을 살고 있음에 만족한다.
11. 새로 산 작은 레깅스(배순순)
마침내 레깅스를 샀다. 여름이 시작되기 전 아이의 치마 밑에 예쁜 레깅스를 입힐 생각으로 시장에서 몇 번을 둘러 봤지만 매번 살까말까 고민에 고민을 하다가 옷만 만지작 거리고 사지 않았던 레깅스를 50% 세일이라는 문구에 마음이 확 꽂혀 앞뒤 생각 없이 여름이 꽉 찬 지금에서야 사고 말았다. 벌써 아이의 입이 활짝 벌어지며 좋아할 생각에 마음이 들떠 유치원에서 돌아오기만 기다리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아이의 손을 잡아 끌고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마침내 짜잔 낮에 사두었던 레깅스를 펼쳐 보이며, 한껏 들떠 외쳤다.
“예쁘지? 마음에 들어?”
쉬지 않고 질문을 퍼부었다. 과연 예상대로 수줍게 입을 헤벌죽 벌린 채 아이도 마냥 신나서 입어 봐도 될까? 나에게 꼭 맞을까? 이리저리 살펴보며 재잘대다 입어본다. 그러나 이럴 수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가 나오고 말았다. 어떻게 내가 아이의 사이즈도 제대로 모른단 말인가? 큰맘 먹고 산 레깅스가 그만 작다. 아이의 몸에 꽉 끼어 불편해 보인다. 아이도 내심 실망한 표정으로 무릎 쪽이 좀 불편하단다. 괜히 미안했다. 엄마가 돼서 어떻게 아이의 사이즈도 몰랐단 말인가? 애써 아이가 방학 동안 많이 커서 그런 거라고 위로해 보지만 미안한 마음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다. 실망한 아이에게는 내일 다른 걸로 바꿔 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다시 가방에 챙겨 넣으며 생각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늘 수많은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내가 선택한 그 순간만을 이 선택이 최상일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좋은 결과를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그런데도 뜻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결과만으로 선택의 순간이, 노력이 잘못되었다고 단정짓기도 한다. 부정하지도 못할 결과에 대한 우리 모두의 대답이기도 하다.
우리가 그동안 배워 온 역사 또한 늘 승자의 눈으로 보여지고 써지듯이, 모두들 노력한 과정에 대해 충분한 격려가 주어지기도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노력했다고 하더라도 결과가 좋지 않다면 그 격려마저도 슬프고 미안함이 되기도 한다. 한 달여 동안 망설이고 또 망설여 예쁜 레깅스를 입히고자 했던 나의 노력이 과정이라면 결국 입었을 때 작아서 실망하고 입지 못한 결과로 인해 나의 노력이 빛이 바랜 것처럼.
12. 결과와 과정(홍은숙)
과정이 중요한가 결과가 중요한가의 판별기준은 목표와 관점에 따라 다르다. 비윤리적이거나 미흡한 과정일지라도 결과를 중요시 하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또한 노력과 윤리적인 과정일지라도 성과여부에 따라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몇 달 전에 조리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원 수강을 한 적이 있다. 조리사 합격 기준은 1차이론 시험합격자에 한해 2차 시험까지 통과하면 자격증이 주어진다. 15명이 같이 시작을 하였다. 1차 시험에 한 번에 통과한 사람이 절반 정도 되었다. 그 중에 1차 시험만 3번 떨어진 사람이 중도 포기를 선언했다. 같이 시작한 사람들의 만류로 한 번 더 시험에 응시를 했는데 다행히 통과를 했고, 2차 시험에서 한 번에 합격을 했고 원하는 곳에 취직을 했다. 그런데 1차 시험에 합격한 다른 사람들은 2차 시험에서 여러 번 떨어져 수강기간 내에 자격증을 못 받을 경우가 있다. 그 중에는 계속 응시해서 자격증을 받은 사람도 있다.
자격증이라는 것은 그 사람이 열심히 노력한 과정보다는 점수 안에 들어서 합격을 했을 때 주어지는 결과물이다. 사회에서 자격증으로 판단하는 것은 그 과정보다 결과물에 대한 평가라고 본다. 그래서 사회는 자격증을 요구한다. 과정을 같이 한 사람들은 그 사람의 노력을 알 수 있지만, 자격증을 원하는 곳에서는 과정을 인정받기는 어렵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기준에 맞추어 준비하고 살아간다. 그러므로 노력하는 과정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쉽게 얻어지는 결과보다는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해서 노력하는 과정을 통해 일구어낸 결과는 더욱 값진 것이 될 것이다.
13. 내 마음에서 오는 것(박은영)
누구나 어느 것에 결정을 하고 생강을 한다면 많은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어떤 결정이냐에 따라 내가 해온 과정이나 결과가 바뀔 수도 있다. 이런 일은 비단 내 문제만은 아닐 것 같다. 누구나 겪고 의식하는 일일 것이다.
아이들에게 “아빠가 좋으니? 엄마가 좋으니?” 물으면 어느 아이는 엄마라고 대답한다. 일부의 아이들은 아빠라고 대답하는 경우도 있다. 눈치가 있는 아이 같으면 둘다 좋다고 하는 아이들도 있다. 예전에 아이들에 그런 걸 물어보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지금은 정말 아이들에게 부담을 주는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27개월의 내 아들부터도 난해해 하며 나와 남편을 번갈아 본다. 그러다가 기특하게도 “아빠 좋아요”, “엄마 좋아요” 한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과정과 결과는 너무나 어려운 문제이다. 단지 어떤 것을 선택해서 결정지을 수 있는 문제는 아닐 것 같다. 차곡차곡 쌓여지는 것이 과정이라 한다면 쌓여지는 있는 것이 결과이다. 모든 것은 과정이 있어 결과에 다다른다. 내 아들을 보면 그렇게 말해 주어서 남편과 내가 너무나 행복했다. 예쁘게 말해준 것이 과정이 되어 우리 부부가 행복해진 것이 결과가 되었다. 나는 모두 소홀이 생각할 수 없다. 그것은 내 마음과 각자의 마음인 것 같다. 누구나 보이는 것이 아닌 마음가짐의 따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둘을 나누어 중요함이 나누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묶여서 보았으면 좋겠다. 개인에 따라 어떤 마음이냐에 따라 결과와 과정이 나뉘는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긍정적인 마음을 가진다면 과정과 결과가 하나가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내 마음인 것 같다.
첫댓글 선생님들께서 수업시간에 말씀하신 대로 수필화 된 경향이 보이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구체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읽는 맛을 내게 한 글들입니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선생님들께서 갈고 닦은 내공으로 앞으로 논설문을 쓸 때는 개인적인 경험은 가급적 객관화시켜서 활용하는 노력을 하신다면 더욱 설득력 높은 논술문을 작성하실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읽고 보니...수필이네요. 논술문 답게 쓰신 우리 선생님들이 존경스럽습니다. 공부한거 다 잊어먹고...부끄럼...
항상 작아지는 내글.....왜 이리 수줍고 자신이 없는지 마냥 창피할따름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