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녹유 총회는 베를린에서 열렸습니다. 이번 총회는 특히나 더 참석하고 싶었지만, 귀국을 앞두고 있어 여의찮아 온라인으로 본회의만 참여했습니다. 유럽 전역에 살고 있는 당원들이 일 년에 딱 한 번 모이는 날이라 이것저것 신경 써야 할 게 많을 텐데, 한 사람의 온라인 참석자를 위해 하이브리드 총회를 개최해 주신 운영진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2013년 7월 부푼 꿈을 안고 녹유 프랑크푸르트 창립총회에 참석했던 게 생각나요. 당시 저는 한국에서 독일 유학을 꿈꾸며, 현실은 80만 원 월급을 받으며 석사과정 연구보조원 신분으로 주말도 없이 생활하고 있었어요. 녹유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페이스북 그룹에 가입해, 독일 지역모임과 총회 준비 소식을 들을 때마다, 나도 어서 빨리 녹유 모임에 함께하고 싶단 생각을 했었어요.
2박 3일간, 창립총회는 비행깃삯, 체류비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유럽 각지에서 다양한 이유로 살고 있는 녹색당원들을 보면서, 나도 이곳에서 새로운 도전을 해볼 수 있겠구나, 그리고 이분들과 함께라면 외롭지 않게 외국 생활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제 예상은 맞았습니다. 녹유는 제게 가족이자, 집이자, 친구였습니다.
지난 총회들에 모두 참석하진 않았지만, 2박 3일 매번의 총회는 말 그대로 쏜살같이 지나갔던 것 같아요. 자는 시간이 아까워 새벽까지 이야기했기 때문에 0박 3일이라고 해야겠네요. 매번의 0박 3일 녹유 총회를 통해, 저는 페미니스트가 되고, 소수자가 됐으며, 동물권과 비거니즘, 기본소득을 배웠고, 생활 속에서 녹색을 실천할 수 있는 용기를 내게 됐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GMO를 두고 밤새 얘기 나눴던 총회가 있었습니다. 좀처럼 좁혀지지 않은 주장이 날카롭게, 때로는 거칠게 오갔던 밤으로 기억되는데, ‘우리가 녹색당으로 모였지만 생각과 입장은 다를 수 있구나’ 떨리는 마음으로 대화를 듣고 있었던 게 생각납니다. 그런 토론의 과정이 우리 녹색당 안에도 꼭 필요하구나 생각했고요.
물론 총회 때 늘 심각한 얘기만 했던 것은 아닙니다. MBTI를 주제로 맴버들의 MBTI에 대해 애정어린 핀잔을 주고받으며, 1년 중 제일 크게 웃었던 밤도 있었습니다. 올해 총회 밤에는 ‘신앙과 동성애’ 키워드로 밤새 이야기한 당원들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어떤 대화였을지 너무너무 궁금합니다. 그리고 녹유 페미니즘 모임 ‘그페미’에서 저출생을 주제로 워크숍을 진행하셨는데, 광주광역시에 적합한 저출생 정책 패키지로 어떤 정책들을 제안해 주셨을지도 궁금합니다.
이곳 광주는 “자랑스러운 광주의 딸, 한강 작가” 현수막으로 가득합니다. 제 이름으로 현수막을 걸어주는 사람은 없지만ㅎ 녹유분들의 응원으로 저는 20년 만에 고향 광주에 돌아와 광주녹색당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지난 주말에 광주녹색당 총회도 열었고요. 오신 분 중에서 일곱 분이나 운영위원으로 마음을 내주셨습니다. 녹유에서만 들리던 “저요! 저요! 저 할래요(태선님 목소리 지원)!” 소리를 이곳 광주에서도 듣게 되는 것 같아 참 반가웠습니다.
이곳에서도 저, 계속해 보겠습니다!
첫댓글 어진님 총회에서 못 뵈어 너무 아쉬웠어요! 이렇게 남겨주신 후기를 보니 그리움이 더해지네요. 광주녹색당에서 운영위원부니 일곱 분이나 마음 내주셨다니 너무 잘 되었습니다:) 모쪼록 어진님과 광주 녹색당이 번창하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