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 寒羹郞 庚辰 한갱랑 경진(1940년) 1)
世祖潛邸 欲謀廟位 韓明澮主其謀, 每至邸 謀諑軌移時 不去至飯羹冷却 厨婢每見韓澮至則 輒曰 寒羹郞至矣.
세조의 잠저에서 2) 왕위를 모의하고자 한명회가 3) 그 모의를 주동했는데, 매번 잠저에 오면 음모를 꾸미느라 식사를 하지 않아 밥과 국이 식어버려서 부엌의 여종이 매번 한명회를 볼 때면 갑자기 말하기를, “한갱랑 오셨습니다!”라고 했다.
(1)
韓郞每到謁公俟
한명회 올 때마다 군을 만나 기다려
何故君家有怨婢
무슨 연고로 대군 댁 여종 원망인가?
白日王門生殺簿
대낮 왕가에 죽고 사는 명부 만드니 4)
深深出自羹寒時
깊고 깊은 데서 국이 식었을 때였네.
(2)
慾火衝天忘大義
탐욕의 불 하늘 찔러 대의를 잊고
弑君殺弟忍何爲
임금과 형제 죽임 차마 어이 했나?
覆盃示意誰言險
잔 뒤집은 뜻은 누가 나쁘다 하나 5)
若比韓羹更不奇
한명회 찬 국에 비겨 또 이상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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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0) 한갱랑(寒羹郞): ‘찬 국 어른/ 젊은이’와 같은 뜻으로 국이 식도록 얘기하느라 식사를 하지 않아서 여종이 그런 일이 자주 있었던 사람에게 붙였던 별명이 되었다는 야사(野史). 여기서는 한갱랑이 한명회라고 했는데, 다른 얘기에는 한명회를 수양대군에게 천거한 그 친구 권람(權覽/ 1416-1465)이라고 한다. 권근(權近)의 손자인 권람이 단종 폐위 음모에 한명회와 같이 비밀리에 수양대군의 잠저에 와서 그런 일이 잦아서 권람을 두고 여종이 ‘한갱랑’이라 했다는 것이다.
721) 세조잠저(世祖潛邸): 세조(世祖/ 1417-1468, 재위 1455-1468)는 조선 제7대 왕으로 수양대군(首陽大君)으로 어린 조카 단종(端宗)을 폐위시키고 왕위를 찬탈했다. 잠저(潛邸)는 왕이 되기 전의 살던 집이나 그 시절을 말한다.
722) 한명회(韓明澮/ 1415-1487): 호는 압구정(鴨鷗亭), 사우당(四友堂)이고 수양대군을 도와 김종서와 여러 대신을 죽이고 단종을 몰아내는 데 공을 세웠고 후에 사육신 등의 단종 복위 운동을 좌절시키고 그들을 주살하도록 하였던 인물이다.
723) 생살부(生殺簿): 1453년 단종으로부터 왕위를 찬탈하기 위해 세종(世宗)의 고명대신(顧命大臣)인 김종서(金宗瑞) 등을 숙청한 계유정난(癸酉靖難)에 한명회가 대신들의 성분과 수양대군에 대한 협력여부며 설득가능성에 따라 죽이고 살릴 자를 구분하여 만든 명부를 말한다.
724) 복배시의(覆盃): 복배지수(覆盃之水)로 엎질러진 물이란 말로 회복할 수 없다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