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범 교수의 이야기 가문사(家門史)(1) –머리말1
인간은 질문하는 동물이다. 어린아이들은 호기심이 많고 궁금증이 많다. 그래서 항상 묻는다. 아빠, 이건 뭐야? 엄마, 저건 왜 그래? 아버지 어머니들은 아이들이 물을 때 대답을 해 주어야 한다. 아빠는 그런거 몰라, 엄마는 잘 모르겠는 걸 이런식으로 얼버무려서 아이들의 지적(知的) 호기심을 번번이 꺾어 버린다면 그 아이의 사고력은 더 이상 자라지 않고 그 아이는 지적 불구자가 될 것이다.
그래서 부모들은 아이들의 질문에 귀를 귀울이고 자상하게 대답을 해주어야 한다. 아이들의 호기심에는 한계가 없어 별 것을 다 묻지만은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들에게 잘 받는 질문의 하나가 우리 조상에 관한 것이다. 조상이란 말하자면 우리의 존재의 뿌리인 것이다. 따라서 내가 어디서 태어나서 어디로 가는 것인가 하는 이런 질문은 어린아이들도 할 수 있는 질문이고 또 호기심 많은 어린 아이이기 때문에 더욱 빈번히 할 수 있는 질문인 것이다.
필자 자신도 어려서 부모님께 조상에 대한 질문도 많이 하고 부모님으로부터 설명도 많이 들었지만 이제 내가 성장하여 자식들이 생기니 나는 우리 아이들로부터 조상에 관한 것을 질문을 받고 설명과 답변을 해야 할 입장에 놓이게 되었다. 그러나 나 자신 얼마나 알고 우리 자녀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지를 생각한다면 참으로 스스로 부끄러울 따름이며 이럴 때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더욱 나게 된다. 내가 부모님이 아시던 것의 3분의 1 만이라도 알아서 우리 자식들에게 설명하여 줄 수 있다면......
어쨌든 이런 것은 필자 자신만의 심경은 아닐 것이다. 아이들이 아빠, 우리는 왜 언제부터 이 동네에 살게 되었어? 아빠 태어난 곳은 어디야? 할아버지는 무엇을 하시던 분이야? 증조 할아버지는 무인이었어, 사업가였어, 농군이었어, 아니면 의원이었어? 우리 조상 중에 무장으로 임진왜란에 참전하시어 혁혁한 무공을 세우신 분이 있다는데 그게 사실이야?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부모로서 어디까지나 근거 있는 답변을 해 줄 책임이 있고 무릇 이 땅의 어머니 아버지 된 자는 막힘이 없이 자녀들에게 이 땅의 역사를 말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나 자신 자녀를 가지고 있고 7대 종손의 몸으로 4촌 8촌 10촌의 친척들이 조상에 대해 물었을 때 무어라고 요약하여 답변할 수 있는 자료가 있어야 되는데 그것이 없으니 안타까운 경우를 많이 당한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됐든 가까운 일가가 됐든 남이 됐든 우리 가문의 역사에 대하여 알고 궁금증을 가진 모든 분들을 위하여 필자가 아는 범위내에서(가용한 문헌 자료들에 근거하여) 글로 써서 우리 대종회 카페에 올리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필자는 역사 학자도 아니고 이 글이 역사적 사실을 연구한 딱딱한 연구논문도 아니기 때문에 가문의 역사를 딱딱한 사실 중심으로 기술하려는 것은 아니다. 역사적 사실은 하나의 뼈대를 이루지만 그 역사적 사실들이 역시 역사학자가 아닌 우리 후대들에게 쉽게 전달되게 하기 위하여 마치 할아버지가 손자들에게 가문의 이야기를 들려 주듯이 이야기(에피소드) 중심으로 쓰려고 한다. (주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