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高麗(今 開城) 4 - 끝
天寿南門春暮時
丹楼碧閣影参差
風箕雨笠何村客
終日沈吟看로鷀
天寿 南門 봄 저문 때
丹楼와 碧閣이 影이 参差하더라.
風箕雨笠인 何村客은
終日토록 沈吟하며 로 로鷀 만 보는고
天寿는 곧 天寿院이니 開城 東에 天寿寺 古址가 있다 하며 로鷀는 麗史에 康日用이를 옮고자 하여 항상 雨를 무릅쓰고 天寿寺의 溪南에 와서 로鷀를 구경하였다.
紫霞洞裡草菲々
不見宮姬并馬蹄
為是辛王行楽地
至今猶有雙燕飛
紫霞洞裡에 풀이 菲々한데
宮姬와 馬蹄를 보지 못할러라.
이 辛王의 行楽地인데
至今 오히려 雙燕이 있어 날더라.
紫霞洞은 松岳山 下에 있으니 洞府가 깊고 溪水가 清漣하여 가장 絶勝하였다.
辛王은 麗王禍를 指함이니 麗史에 恭愍王이 無子였다. 寵臣辛肫의 집에 幸하여 그 婢般若을 愛하여 子를 生하니 王이 宮中에 納하여 太子를 삼고 이름을 禍라 하니 後史가 指斥하여 禍는 王氏出이 아니고 辛氏出이라 하여 辛王이라 하였다.
雙燕飛는 妓의 이름이니 麗史에 辛禍가 妓雙燕飛로 하여금 弓을 佩하고 笛을 吹하고 綉을 입고 車를 같이 하고 行하였다.
可憐青木米蔵龍
蕭瑟千年鵠嶺松
鉄犬寥々東向吠
白雲飛尽見三峯
可憐하다. 青木에 竜을 감추지 못하였으니
千年의 鵠嶺松이 蕭瑟하도다.
鉄犬이 寥々히 東向하여 吠하니
白雲이 飛尽함에 三峯을 見할러라.
青木藏竜은 解가 위에 泰封註에 있다.
鉄犬은 松京雑記에 神僧道說이 麗太祖를 為하여 松岳에 都를 定할 때 조금 있다가 白雲이 東南에 거쳐 漠陽 三角山을 보니 天際에 崔元하여 跌足하여 歡咄함을 마지않고 鉄犬 十二를 만들어 東向하여 吠하게 하니 대개 三角이 松岳의 窺峯됨을 싫어 하였다.
그러므로 至今까지 開城東에 坐犬里가 있다.
(綴字는 原文에 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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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천수(개성의 옛 사찰) 남문에서 봄날 저물 무렵
단루와 벽궐(궁궐의 건물)의 그림자가 錯綜하였네.
우장을 쓰고 갓을 인 어떤 나그네는
종일토록 된소리를 내며 노래를 구경하기만 하였는데
천수는 천수원(개성 동쪽의 옛 절터)을 가리키며, 고려 때 康日用이 항상 천수사 계곡에 와서 노래를 듣고자 했다고 한다.
자하동 골짜기에 풀이 무성한데
궁녀와 말발자국 소리는 들리지 않는구나.
이곳은 신왕(왕족이 아닌 신확의 아들 고려 24대 왕)의 행락지였지만
지금도 역시 두 마리 비둘기만 날아다니네.
자하동은 개성의 송악산 아래에 있는데 골짜기가 깊고 시내물이 맑아 경치가 빼어났다고 한다.
신왕은 고려 공렴왕 때 신하 신확의 아들로, 후에 왕위에 올랐지만 왕실 혈통이 아니어서 '재환'이라고도 불렸다.
고려사에 따르면 왕은 기녀 쌍연비를 총애해 활과 피리, 수방정을 차고 다녔다고 한다.
아쉽구나. 푸른 숲에 용을 감추지 못했으니
천년 솔밭의 소나무들이 휑하구나.
쇠개가 처연히 동쪽을 향해 짖어대니
흰 구름이 다 날아가면 삼봉을 보겠구나.
청목장룡(푸른 나무에 숨은 용)에 대한 해석은 앞부분에 泰封註가 있다.
고려 태조 때 고승 도설이 개성에 도읍을 정할 때, 동남쪽 구름이 망양 삼각산을 가리키자 좋은 조짐으로 여겨 쇠개 12마리를 만들어 그곳을 향해 짖게 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개성 동쪽에 '좌견리(앉은 개 마을)'란 지명이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