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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멜레존(Chamelezone)이란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카멜레온(Chameleon)과 존(Zone)을 합친 이 용어는 '기존 용도에서 벗어나 상황에 맞춰 새로운 곳으로 변신하는 오프라인 매장 트렌드'를 뜻한다. 최근 오프라인 매장의 가치를 높여주는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영역을 가리지 않고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기업들은 어떻게 자신들의 매장을 카멜레존으로 만들어 낼까. 또, 이들이 카멜레존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눈에 띄는 카멜레존 가운데 하나는 편의점이다. 편의점은 최근 유통매장을 넘어 지점별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문화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의 경우, '프레시 푸드 스토어'를 표방하며 120개가 넘는 카페형 편의점을 운영 중이다. 대표적인 지점이 세종대로카페점이다. 해당 매장은 1층 편의점, 2층 북카페, 3층 제품 개발 및 커뮤니티 공간으로 구성돼 있어 다양한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 가벼운 간식과 함께 책을 읽기 좋다는 후기가 늘어나면서 많은 고객들이 찾는 '핫플레이스'가 되었다.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다른 편의점들도 카멜레존 개념을 각 지점마다 도입하는 추세다. CU 덕성여대학생회관점은 파우더룸, 스터디존 등 여대생들을 위한 휴게공간을 매장의 절반 이상으로 만들어 교내 라운지처럼 편의점을 운영한다. 또, 홍대에는 CU가 편의점 업계 최초로 노래방과 편의점을 콜라보한 '노래방 편의점'을 오픈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빨래가 돌아가는 동안 마냥 앉아 기다려야 했던 빨래방의 모습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빨래방 업체 '론드리 프로젝트'는 코인빨래방을 마치 카페처럼 아기자기하고 감각적인 인테리어로 꾸며 오픈했다. 한쪽에 자리 잡은 세탁실에서 빨래가 돌아가는 동안 고객들은 커피나 차, 맥주 등을 마시며 편안하게 휴식할 수 있다. 귀찮은 빨래를 하면서도 잠깐의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이곳은 커플들의 데이트 장소가 되기도하고 이웃과 만나는 커뮤니티 공간이 되기도 한다.
제품을 판매하는 오프라인 매장을 소비자 체험과 결합시켜 새로운 공간으로 만드는 경우도 있다.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 '피트니스 스퀘어'는 원래 스포츠 의류 및 운동기구를 구매하는 곳이지만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요가, 필라테스 수업을 저렴한 가격에 열고 있다. 제품을 체험하는 동시에 여가를 즐길 수 있어 인천의 '핫플레이스' 가운데 하나로 꼽힐 정도다.
기업들이 카멜레존을 발빠르게 도입하고 있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눠 설명할 수 있다. 가장 첫 번째 이유는 오프라인 매장의 위기감이다. 저렴함과 간편함을 앞세운 온라인 마켓의 비중이 점점 커질수록 오프라인 매장의 상대적 가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자구책 중 하나가 쇼핑 경험을 다채롭게 만드는 카멜레존이다. 물리적 실체를 통해 다양한 체험 가치를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하는 것은 온라인에서 구현할 수 없는 오프라인만의 힘이다. 이를 적절히 활용해 디자인한 매장은 소비자들이 굳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라도 방문하게 만드는 경쟁력을 갖게 된다. 두 번째는 달라진 소비 경향이다. 현대의 소비자들은 물건만 달랑 진열해놓은 밋밋한 매장을 원하지 않는다. 이들은 같은 소비행위를 하더라도 색다른 경험과 재미를 추구한다. '힙한' 감성이나 참신한 즐길 거리를 위해 일부러 멀리 있는 매장을 찾아가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기존의 용도를 갖는 공간에 의외성, 다양성을 부여한 카멜레존이 주목을 받는 것도 이러한 소비 경향이 반영된 결과 중 하나다. 세 번째는 공간에 대한 고정관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소비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2030세대는 상대적으로 유연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이들은 정형화된 틀을 깬 독특한 매장을 볼 때, 거부감을 느끼기보다는 신선함과 흥미를 느낀다. 또 그것이 충분한 효용을 준다고 느끼면 과감히 SNS를 통해 공유하고 홍보해준다. 유연한 공간 개념에 호감을 느끼고 이를 즐기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기에 기업들은 오프라인 매장을 이용해 더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다. 카멜레존은 동일한 공간에 다양한 가치와 기능을 부여함으로써 소비자의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영역에 대한 구분 없이 다양하게 응용될 수 있어 앞으로 더 많은 오프라인 매장들이 변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무거나 좋아 보이는 두 기능을 합친다고 해서 성공적인 카멜레존 전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들이 만들어낼 시너지 효과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방문할 만한 가치를 구현하는지 소비자 입장에서 깊게 고민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