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사회는 이토록 적막하고 외롭고 힘든 곳이다?
뭔가 독특하고 새로운 영화를 찾고 있었다. 눈물 쥐어짜는 애로영화나 모든걸 때려부수는 히어로 액션에 식상해 하던 나는 더 랍스터라는 영화가 눈에 들어왔다. 우선 영화 ‘더 랍스터’는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레이첼 와이즈(공공칠 남자주인공의 와이프), 콜린 파렐, 레아 세이두, 벤 위쇼 등이 출연했다. 일단 캐스팅만 하더라도 볼 이유는 충분했다. 그리스 출신의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은 탄탄한 시나리오를 통해서 이 같은 캐스팅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내용은 대략 이렇다. 내 가까운 미래, 모든 사람들은 서로에게 완벽한 짝을 찾아야만 한다. 홀로 남겨진 이들은 45일간 커플 메이킹 호텔에 머무르며, 완벽한 커플이 되기 위한 교육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짝을 얻지 못한 사람은 '동물로 변해 영원히 숲 속에 버려지게 된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내 나이 마흔에 쏠로. 다른 사람들에게 때론 동물처럼 취급당하는 그 심정이 있다. 사람 구실하려면 결혼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너무 실용적인 가치관이 결혼관도 흔들어 놓고 있다. 사람마다 기준도 다르고 결혼하는 시기도 다르고 다 다르다. 자신의 결혼관으로 남을 판단할 자격없다.
근시란 이유로 아내에게 버림받고 호텔로 오게 된 데이비드(콜린 파렐)는 새로운 짝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새로춘 짝은 뭔가 공통점이 있어야 한단다. 여자가 코피를 잘 흘리는 사람이면 남자도 그렇고, 아니 영화에선 그런척 하는 모습이 풍자된다. 데이비드는 이런 형국에 결국 참지 못하고 숲으로 줄행랑 친다. 한편, 숲에는 커플을 거부하고 혼자만의 삶을 선택한 솔로들이 모여 살고 있다. 솔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그들의 절대규칙은 바로 절대 사랑에 빠지지 말 것!! 아이러니하게도 데이비드는 사랑이 허락되지 않는 그곳에서 자신과 같이 근시를 가진 완벽한 짝(레이첼 와이즈)을 만나고 마는데.. 분석심리학적 말하자면 이건, 무의식의 충동에 사로잡힌 것이라 하겠다. 운명의 사랑. 머리로 계산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운명의 사랑. 배나오고 머리털빠지는 데이비드는 여신을 만났다. 이런일들은 일상에서는 대부분 머리(자의식)과 전략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 너무 문명화된 사회에선 직관적인 사랑이 필요하다. 호텔에서 잔머리를 굴려도 짝을 만나지 못했는데 숲에선 어렵지 않게 만났다.
‘더 랍스터’는 확실하게 시선을 끄는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는 거 같다. 영화의 주인공 데이비드는 짝을 찾기 위한 호텔에서도 외롭고 힘들지만 도망쳐 나온 숲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가장 아이러니한 것은 호텔이 짝짓기를 위해서 엄격한 규칙을 가지고 있듯이 데이비드가 도망간 숲속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 숨이 막힐 것 같은 규칙들이 존재한다. 이 세상과 별 다름이 없다. 어디가든 뭐뭐 해야 한다가 너무 너무 많다. '반드시'라는게 많을 수록 사람은 동물로 변하는 것 같다. 자유도 개성도 없는 노예 말이다.
그렇다. 호텔과 숲속은 완벽하게 자신들만의 규칙 속에서 어떤 다른 자유도 용납되지 않는다. 하지만 호텔과 숲속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그런 것을 깨닫지 못한다. 호텔이란 억압된 곳에서 도망 나온 사람들이 모인 숲속이기에 그와 상반되는 규칙을 가지는 것은 오히려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어느 단체든 규칙이 있는데 그게 사람을 살리는 규칙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하지만 데이비드가 숲속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면서 문제는 복잡하게 꼬여간다. 호텔이든 숲속이든 인간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가식과 위선이라는 가면을 뒤집어써야 한다. 이런 것들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극단적인 모습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어서 더 많은 시선을 끈다. 가면을 쓰면 쓸수록 가면이나 페르조나가 자신과 동일시하는 형국이 벌어진다. 그것이 전부인것처럼 살아간다. 특히 목사 전도사는 가면을 쉽게 벗을 수 있어야 하고 여러개의 가면을 번갈아가면서 써야 한다. 사회적 인격이 어느 정도 길러지면 내면적 인격 수양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나 같은 늦깍이 신학생은 사회적 인격(융은 no.1 인격이라고 했다)과 내면적 인격(no2인격)을 동시에 통합해야 하지만.
과거와 같은 농경사회가 아닌 급속도로 산업화가 진행된 현대사회는 개인들 홀로 떨어져서 사는 외딴섬에 가깝다. 같은 가족이라고 해도 1년에 얼굴 한두 번 보기가 쉽지 않다. 이렇게 되면서 다수의 개인들이 급격하게 홀로 고립화 되면서 소외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런 현대사회의 단면들을 ‘더 랍스터’는 매력적인 시나리오를 통해서 표현하고 있다.
특히 이 작품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콜린 파렐의 신들린 것 같은 연기다. 복잡한 심리적인 면을 표출해야 하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표현해내어서 감독의 연출에 큰 힘을 실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