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사람 02 우편집배원
딩동딩동 편지 왔어요
정소영 쓰고 그림
판형 188×254㎜ | 제본 양장 | 56쪽 | 값 9800원 | 발행일 2010년 4월 30일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요
어른들이라면 집배원 아저씨에게 어머니가 시원한 보리차 한 잔 내주던 어린 시절 기억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 어린이들에게 우편집배원이란 택배 아저씨보다 낯선 사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메일과 택배 회사에 고객을 빼앗겨, 금융, 보험과 통신판매 들로 영역은 넓혔지만 어쩐지 기능이 축소된 듯 보이는 우체국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깊은 산속이든 외딴섬이든 사람 사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는 공공 서비스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딩동딩동 편지 왔어요》는 도시 지역과 산간 지역을 아우르는 우체국에서 일하는 집배원 효순 씨의 하루를 따라가 봅니다. 일반인은 접근하기 어려운 집배실의 모습을 비롯하여, 배달 업무와 맞먹는 시간을 차지하는 우편물의 분류, 정리 업무 과정부터 배달까지 우편집배원이 하는 일을 차근차근 생생하게 보여 줍니다.
말로 설명하자면 복잡하고 어려운 우편 업무지만, 정성이 깃든 펜 선과 맑고 밝은 색감이 어우러진 그림을 따라가다 보면 편지 한 통이 어떤 과정을 통해서 전해지는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습니다.
우편집배원 효순이 언니 따라서 동네 한 바퀴!
집배원 효순 씨의 하루는 이른 아침부터 시작됩니다. 배달 나가기 전 나라 곳곳에서 온 우편물들을 배달 순서대로 정리해야 합니다. 자동화, 디지털화가 일손을 많이 덜어 주긴 했지만, 아직 손으로 하는 일이 더 많습니다. 우체국의 우체국인 우편집중국에서 온 우편물들을 집배실로 날라서 분류하고, 등기 우편물은 바코드를 읽어 컴퓨터에 입력합니다.
오토바이 안전 점검을 마치고 오전 배달을 나갑니다. 오전에 나가는 구역은 효순 씨가 나고 자란 마을입니다. 관공서와 학교, 아파트 들이 몰려 있는 곳부터 갑니다. 등기 우편은 사람을 만나서 전해 주어야 합니다. 소포나 택배가 많은 날은 승강기 없는 아파트 맨 꼭대기 층이 가장 무섭습니다.
점심시간엔 구역 내 시장에서 장사하는 엄마의 분식점으로 갑니다. 밥도 먹고 가게에 손볼 곳은 없나 살펴보기도 하지만, 딸 걱정 많은 엄마가 오히려 더 안쓰럽기만 합니다.
밥을 먹고 나서는 오후 배달을 시작합니다. 큰 찻길로 나가 산 너머 마을까지 가야 합니다. 사고 위험이 많은 곳이라 늘 조심해야 합니다. 호젓한 산길을 달릴 때는 무섭기도 합니다. 버스가 하루 두 번밖에 다니지 않는 산골 마을 어르신들이 반깁니다. 돈 내라는 편지만 아니면 좋겠다는 어르신들입니다. 마을 할머니 할아버지 심부름으로 공과금도 대신 내 드리고, 읍내 약국에서 약도 사다 드리고, 오토바이로 짐도 날라 드립니다. 필리핀에서 시집온 세민 엄마, 돈 벌러 간 엄마와 떨어져서 할머니와 사는 유나도 효순 씨를 기다립니다.
시골 마을 배달은 오토바이가 못 들어가는 곳이 많아서 더 힘듭니다. 걸어가야 합니다. 비오는 날, 눈 오는 날, 햇볕 쨍쨍한 날도 힘듭니다. 오토바이가 산길에서 고장 나서 애먹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효순 씨는 오토바이 타고 누비며 일하는 게 좋습니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 주는 기쁨이 있으니까요.
부록에서는 우편물이 어떤 과정을 거쳐 배달되는지 정리해서 보여 줍니다. 근대 우편 제도와 재미난 우표 이야기도 들려줍니다. 마지막으로 효순 씨 인터뷰를 통해 우편집배원 일과 보람에 관해 들려줍니다.
효순 씨를 닮은 성실하고 진실한 그림
정소영 작가는 동네에서 마주칠 때마다 눈에 담아 두었던 우편집배원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어린이들에게 소개합니다. 우편집배원 효순 씨는 성실하고 씩씩합니다. 날마다 소식을 전하러 다니는 일이라는 것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늘 자신이 맡은 동네 골목골목을 지켜야 하는 일입니다. 남자들도 하기 힘들어 하는 일을 신나게 오토바이 씽씽 몰면서 척척 해내는 효순 씨. 작가는 그 책임감과 씩씩함, 그리고 상냥한 마음을 있는 그대로 전하기 위해 사람과 일, 그리고 일터를 펜으로 치밀하게 그려 냈습니다. 효순 씨를 닮은 성실하고 진실한 그림입니다.
어린이들에게 복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우체국 안 모습을 하는 일에 따라 공간을 나누어 보여 주었습니다. 특히 복잡한 집배실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 본 시선으로 그려 한눈에 일과 공간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있는 그대로 그리면서도 알기 쉽게 보여 주는 솜씨가 뛰어납니다.
집배실 큰 공간에서, 우편집배원의 가방 속 작은 공간까지, 우편물 배달차에서 피디에이까지 차분하고 꼼꼼하게 그려 속속들이 소개합니다. 그리고 효순 씨는 물론,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분식집을 하는 엄마, 편지를 받는 동네 사람들의 살아 있는 표정을 놓치지 않고 잘 살려 내어 이야기에 생동감을 더했습니다.
날카로운 펜으로 그렸지만 딱딱하거나 차갑지 않습니다. 수백 번 다듬어 반들반들한 윤이 나는 가구처럼, 잔잔한 손맛이 느껴져 오히려 따뜻한 감성이 잘 표현된 그림입니다. 꼼꼼하고 정감 있는 펜 선 위에, 경쾌한 색감으로 밝고 씩씩한 느낌을 더해 차분하면서도 생기가 있습니다. 주인공 효순 씨와 딱 들어맞는 그림으로 이 책의 완성도를 한층 높였습니다.
정소영
경기도 포천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덕성여대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공부했고, 한국 일러스트레이션 학교에서 그림책을 공부했습니다. 지금은 일산에서 요리를 좋아하는 아들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난 원래 공부 못해》, 《하늘을 날다》, 《나무에 새긴 팔만대장경》, 《비둘기 전사 게이넥》 들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는 《아들에게》가 있습니다. 세상살이의 어려움을 밝고 꿋꿋하게 이겨 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보여 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