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비보살소문경(妙臂菩薩所問經) 제2권★
서천(西天) 법천(法天) 한역 김영덕 번역
4. 설금강저비나야가분②
또 수행하는 사람이 지송할 때나 공양을 드릴 때나 호마를 할 때에 만약 법도를 따르지 않고 의칙이 어긋나면 장애를 일으키는 자가 그 기회를 얻게 됩니다. 또 수행하는 사람이 마음을 분명하게 하지 못하고 의혹이 있어서 이 진언을 염송해야 할까 저 진언을 염송해야 할까 하는 생각을 일으키면, 장애를 일으키는 자가 곧장 그 기회를 얻게 됩니다.
또 수행하는 사람이 세속의 한가한 일에서부터 나아가 농사나 장사 같은 것을 이야기하면 자신의 수행에 아무런 뜻도 이익도 없으며, 장애를 일으키는 자가 그의 기회를 얻게 됩니다. 비나야가는 수행하는 사람의 몸에 들어가 걸음걸음마다 따라다니며 허점을 엿보아 온갖 방해를 하여 법이 이루어지지 않게 하니, 비유컨대 사람이 강둑을 따라갈 때에 몸은 강둑 위에 있고 그림자는 강물 속에 있으면서 조금만 걸어도 따라다녀 서로 떨어지지 않는 것처럼, 장애를 일으키는 자가 수행하는 사람의 몸에 들어가 서로 떨어지지 않는 것도 역시 이와 같습니다.
어떤 비나야가는 목욕할 때에 기회를 얻어 몸에 들어가고, 어떤 비나야가는 염송할 때에 기회를 얻어 몸에 들어가며, 혹은 잠잘 때에 기회를 얻어 몸에 들어가며, 혹은 향과 꽃을 바칠 때에 기회를 얻어 몸에 들어가며, 혹은 호마할 때에 기회를 얻어 몸에 들어갑니다. 마치 햇빛이 화주(火珠)를 쬐었기 때문에 불이 일어날 수 있듯이 비나야가가 수행하는 사람의 몸에 있으면서 허점을 얻어 수행하는 사람의 마음을 어지럽게 하다가 마침내 탐욕과 성냄과 무명의 불을 일으킵니다.
어떤 비나야가는 목욕할 때에 그 허점을 엿보고는 수행하는 사람의 몸에 들어가서 드디어 수행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갖가지 허물을 일으키게 하니, 불쑥 주리고 목마르다는 것을 알고서 음식을 생각하게 하고, 혹은 게을러지려는 마음을 생기게 하며, 혹은 잠에 곯아떨어지게 하고, 혹은 성내는 등의 일을 일으키게 합니다.
어떤 비나야가는 도향을 바칠 때에 그 허점을 엿보고는 수행하는 사람의 몸에 들어가서 수행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온갖 허물을 일으키게 하니, 혹은 고향ㆍ고국ㆍ태어난 곳을 생각하게 하며, 혹은 게을러지는 마음을 내게 하며, 혹은 애욕에 물든 생각을 일으켜 아름다운 대상을 분별하게 합니다.
어떤 비나야가는 향을 사룰 때에 그 헛점을 엿보고는 땅을 뚫고 나와서 수행하는 사람의 몸에 들어가서 수행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온갖 허물을 일으키게 하니, 혹은 질투를 생기게 하고 혹은 성냄을 일으키게 하며, 혹은 삿된 견해를 일으키게 하고 혹은 삿된 음행 등의 일을 생각하게 합니다.
어떤 비나야가는 등을 바칠 때에 그 헛점을 엿보고는 수행하는 사람의 몸에 들어가서 수행하는 사람이 마음의 병을 발하여 번민스럽고 고통스럽다가 마음을 상하는 데에까지 이르게 합니다.
어떤 비나야가는 꽃을 바칠 때에 그 헛점을 엿보고는 수행하는 사람의 몸에 들어가서 수행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온갖 허물을 일으키게 하니, 혹은 몸에 열을 심하게 하고 혹은 팔과 다리의 마디가 고통스럽게 하며, 혹은 도반과 싸우다가 헤어지는 데에 이르게까지 합니다.
어떤 비나야가는 염송할 때에 그 헛점을 엿보고는 수행하는 사람의 몸에 들어와서 수행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온갖 허물을 일으키게 하니, 혹은 병의 괴로움을 얻어 신체를 고통스럽게 하고, 혹은 배탈이 나고 설사가 나는 등 일정치 않게 합니다.
또 온갖 비나야가는 모두 몸 안에 들어가서 수행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갖가지 허물을 일으키게 하니, 마구니가 이내 치성하면 마음이 따라 미혹되어 동서를 분별하지 못하고 온갖 이상한 현상을 보며, 혹은 염송 같은 것은 말이 분명치 못하고, 혹은 사연(事縁) 없이 나다녀 일정치 못하며, 혹은 마음을 결단하지 못하고 삿된 견해를 일으키며, 혹은 천계에 태어날 리 없고 또한 죄를 지음도 없다고 말하며, 혹은 어떠한 수행도 있을 수 없고 결정코 신성한 힘도 없으며, 진언을 염송함이 헛되어 망령되게 고생만 하고 좋을 것도 없고 나쁠 것도 없으며 원인도 없고 결과도 없다고 말하며, 어지러운 말과 꾸밈말이 가지가지여서 일정함이 없습니다. 혹은 손으로 초목을 꺾거나 혹은 흙장난을 하거나 혹은 잠잘 때 이를 갈거나, 혹은 망령되게 상대방 여인에 대해 애욕에 물든 생각을 일으켜 사랑하고 좋아하는데 상대방 여인은 수행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으며, 혹은 즐거움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밤이 다하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며, 혹은 다시 잠이 들더라도 곧 악몽을 꾸어서 이내 사리노라(舎哩努二合攞)와 사자ㆍ이리ㆍ개들이 쫓아오고, 혹은 낙타ㆍ돼지ㆍ이리ㆍ여우의 종류를 보며, 또 독수리와 백로와 올빼미 등의 괴이하게 생겨 날아다니는 새들을 봅니다. 또 꿈에 벌거벗은 외도가 마르거나 습한 뼈로 장엄한 것을 보며, 혹은 작고 흉한 모양의 사람을 꿈꾸며, 혹은 몸이 하얗게 되는 나병의 사람을 꿈꾸며, 혹은 붉은 수염에 못생긴 사람을 꿈꾸며, 혹은 뼈들이 마른 샘과 마른 못에 쌓인 것을 꿈꾸며, 혹은 집이 무너지고 다른 사람들에게 버림받는 꿈을 꾸며, 혹은 흉악한 사람이 손에 창과 온갖 무기를 가지고 해치러 오는 꿈을 꿉니다.
만약 꿈속에서 이와 같은 일을 당하거든 곧 저들 온갖 비나야가들이 방해를 일으킨 줄 알아서 지송하는 수행자는 즉시 감로군나리분노명왕법(甘露軍拏利忿怒明王法)을 짓고 진언을 염하여 자신을 보호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설령 위와 같은 비나야가의 온갖 마장일지라도 모두 다 벗어나서 다가와 괴롭힐 수 없으니, 이 진언을 언제나 지니면 온갖 마장이 기회를 얻을 수가 없습니다.
지송하는 수행자가 작법을 하여 마장을 풀어 없애고 해탈을 구하고자 하면 먼저 청정하고 위덕이 있는 아사리를 청하여 산 속이나 못 가, 혹은 수풀 아래나 마을의 한적한 집, 혹은 청정한 네거리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러한 곳을 찾았으면 오색 가루를 써서 만다라를 만들어야 하는데, 오색이란 황ㆍ청ㆍ적ㆍ백ㆍ흑 등입니다. 그 만다라의 크기는 사방이 사 주(肘)이며, 네 개의 문을 만듭니다. 가운데에는 이 주의 구덩이를 파고 구덩이 안에는 길상초를 깔며, 구덩이 밖에는 사면으로 진언주(真言主)인 명왕의 자리를 나누어 안치합니다.
또 여덟 방향에는 가루로 본방(本方)의 천신을 만듭니다. 네 개의 보병(寶瓶)을 쓰거나 혹은 네 개의 새 질그릇 병을 써서 대신하는데, 그 질그릇 병은 검은 색과 너무 지나치게 구워진 것과 덜 구워진 것은 쓸 수 없습니다. 병 안에 다섯 가지 곡식과 다섯 가지 보배, 그리고 향수를 담아 가득 채우고, 겸하여 붉은 연꽃과 여러 가지 나무의 꽃과 가지를 병 안에 꽂아 다시 오색 줄로 병목을 묶어서 사방에 안치해 두었다가 관정하는 데 씁니다. 안치하기를 마쳤거든 모든 명왕들을 불러 모셔놓고 묘한 향과 꽃과 음식 및 공양구를 올려서 공양드리고 다시 술과 고기ㆍ호리병박ㆍ무ㆍ채소ㆍ과일 등을 여덟 방위의 천신들과 장애를 일으키는 모든 비나야가들에게 공양합니다.
그렇게 한 다음에 장애에 부딪친 사람은 단 중앙의 구덩이에서 동쪽을 바라보고 앉고 아사리가 네 곳의 병을 들고 감로군다리분노명왕의 진언을 백팔 번 염송해 그 병을 가지하고, 염송의 수를 채웠으면 다시 법에 의거하여 모든 법사를 지은 뒤에 이 병의 물로 장애에 부딪친 사람의 정수리에다 뿌리면 상대방 장애의 사람이 곧 풀릴 수 있습니다.
이 만다라는 마장을 벗어날 뿐만 아니라 또한 모든 죄를 멸할 수 있으며 무량한 복을 증장시키니, 만약 능히 법에 맞게 닦아 지니면 과보의 영험을 얻지 못하는 것이 없을 것입니다
5. 분별실지상분(分別悉地相分)
이때에 지송하는 수행자가 온갖 마장으로 여러 가지로 괴롭히고 어지럽혀 물러나려는 마음을 갖게 한 것이 이 마군인줄 알았으면 곧 작법하여 풀어 없앱니다. 풀어 없애고 나면 몸과 마음이 안정되고 괴로움의 때가 없는 것이, 마치 밝은 달이 구름이 물러나고 흩어지면 가려진 데에서 드러나 하늘 끝까지 환하도록 허공에 떠서 밝게 빛나 막힘이 없듯이, 저 수행하는 사람이 지송하고 수행을 하다가 마장을 떨쳐버리는 것도 이와 같습니다.
또 지송하여도 성취하지 못하는 것은 마치 종자(種子)를 적절한 땅과 적절한 때에 심고 바람과 비가 적당하여 습도를 알맞게 해주면 이내 싹을 틔어 성숙하게 되지만, 만약 종자를 때에 맞추지 않고 적절한 땅에 심지 않으면 설령 그 싹이나 줄기일지라도 살 수 없거늘 하물며 가지와 잎새와 그 과일은 어떠하겠습니까?
지송하는 수행자가 만약 법도에 의하지 않고 또 청정하지 않으며 모든 공양에 경건하고 청결함이 없으며 그 염송하는 문자를 혹 빠뜨리거나 더하며 나아가 호흡이 어긋나서 바르지 못하면 여러 가지 실지(悉地)가 앞에 나타나지 않으니, 성취를 얻지 못하는 것도 또한 이와 같습니다.
또 마치 구름이 일어나 비의 혜택을 내려도 중생의 복에 따라서 정도의 차이가 있듯이, 수행하는 사람이 힘쓰는 공력에 따라서 획득하는 성취도 또한 이와 같습니다. 이처럼 수행하는 사람이 수승한 장소를 얻고 겸하여 법칙에 의지하며 나아가 행하는 데에도 또한 그릇됨이 없으면 악업은 소멸되고 선업은 차츰 증장되어 지송하여 구하는 것이 곧 성취되어 갈 것입니다. 이렇게 하나하나가 허물이 없다면 모든 성취를 이룰 수 있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또 수행하는 사람이 지송하는 도중에 빠뜨리는 잘못이 있다거나 혹은 해당하는 염송을 끊고 별도로 진언을 지송한다든가 혹은 염송할 진언을 뜻이 다른 이에게 주면, 그 염송을 다 채웠을지라도 이룰 수 없게 됩니다. 곧 다시 마음을 경건하게 고치고 앞서보다 더 간절히 마음을 기울여 매일 세 차례 법답게 공양하고 안팎을 청정히 하며 의칙을 잃지 않고 다시 일 낙차 번을 염송합니다. 수를 다하여 마치면 곧 호마법을 지어 공양드릴 수 있습니다. 마땅히 보리나 벼의 꽃을 쓰거나 혹은 기름 먹인 삼이나 흰 겨자씨나 연꽃으로 하는데, 한 가지를 택하여 소(酥)와 섞으며, 숫자는 사천이나 칠천, 혹은 팔천에서 나아가 만 번을 채웁니다.
또 우담바라(憂曇癖)나무ㆍ보리수나무ㆍ희거나 붉은 아리가(阿哩迦)나무ㆍ용수(竜樹)나무ㆍ무우수나무ㆍ길상목(吉祥木)ㆍ이우로타첨몯라(爾虞嚕駄檐没羅)나무ㆍ카녜라사미(佉儞囉舎弥)나무ㆍ바라차(癖叉)나무ㆍ아바말리가말도(阿波末里誐末度)나무ㆍ염부(閻浮)나무를 쓰는데 위의 나무에서 한 나무를 택하여 땔나무를 만듭니다. 당연히 젖은 것이든 마른 것이든 곤충의 구멍이 있는 것이든 혹은 타다 남은 것은 모두 쓸 수 없습니다.
그 땔나무의 굵기는 손가락만 하고 길이는 십이 지(指) 만큼 잘라서 소(酥)ㆍ꿀ㆍ낙(酪)으로 양 끝을 묻혀 벼의 꽃이나 기름먹인 삼, 겨자씨 등에서 한 가지를 택하여 함께 태우면서 호마를 합니다. 위의 숫자를 다 채우고 나면 앞에서 빠뜨렸던 허물이 도리어 청정하게 되니, 그런 뒤에 바로 다시 진언의 실지를 구하여야 장애나 어려움이 없게 됩니다.
또 수행하는 사람이 지니는 진언명주(真言明主)에 만일 다른 부(部)와 서로 금지하고 묶거나 혹은 끊거나 혹은 부수어 그 구하는 것을 성취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있으면, 곧 본존의 형상을 만들어서 해당하는 부의 존상 발 아래 마주 대하게 안치하고, 모든 부의 분노대위진언(忿怒大威真言)을 염송하며, 다시 소ㆍ꿀ㆍ낙으로 본존에 뿌려 씻는 것을 날마다 세 차례씩 열흘 간 하면 모든 금지하고 묶었던 것이 자연히 풀어집니다.
또 수행하는 사람이 지니는 진언과 수행하는 법을 스스로 살펴서 허점이 없을지라도 구하는 실지가 그렇듯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반드시 그 법에 빠뜨린 허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스스로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반드시 경계(境界)를 얻어야 하니, 만일 정진을 더하여 밤낮으로 게으르지 않는 자라면 본존께서 꿈 속에 자연히 오셔서 그 장애되는 원인을 말씀하시니, 감응(感応)을 기약할 수 있기가 마치 바다의 조수가 때맞추어 밀려오는 것과 같습니다.
실지로 모든 부의 진언명주는 결정코 서로 깨뜨리지 않으며 금하고 묶는 일도 없습니다. 비유하면 마치 두 사람의 친밀한 벗이 되어 약속하여 말하기를, ‘지금 이후부터 아무개의 집에 가지 말며 또한 그와 함께 대화도 나누지 말자’고 하여 벗되는 사람들이 서로 존중하기 때문에 그에게 가지도 않고 또한 함께 말하지도 않는 것과 같이 지송하는 법도 역시 이와 같습니다. 그러므로 수행하는 사람은 진언명으로 서로 파괴하지 말고, 또한 서로 금하여 묶거나 나아가 호마하여 선하지 않은 법을 짓지도 말아야 합니다. 또한 수행하는 사람은 진언과 만다라 에 더하거나 덜하여 전해주지도 말고 또한 이 법과 저 법을 서로 엇바꾸지도 말며, 또한 까닭 없이 유정을 때리거나 얽어매지 말고, 호마하여 상대방의 팔다리를 손상시키거나 죽기에 이르도록 유정에 대해 해롭게 하지 말며, 또한 귀신의 무리를 꺾어 무너뜨리거나 용의 무리를 벌주지도 말며, 또한 모든 귀신과 성수(星宿)에 대해 망령되이 결박하는 등의 일도 하지 말고, 또한 주문의 법으로 어린아이의 병을 치료하려다 대사(大事)를 그르치지도 말아야 합니다.
또한 지명천(持明天)과 지명의 모든 종파가 말한, 성취를 얻는 이치와 갖추어야 할 법이 서로 같지 않습니다. 어떤 데는 ‘당연히 열 가지 법을 갖추어야 실지를 얻을 수 있으니, 이른바 수행하는 사람과 도반[助伴]ㆍ성취할 물건[所成就物]ㆍ정진[精勤]ㆍ장소[処所]ㆍ수승한 곳[勝地]ㆍ때[時節]ㆍ본존ㆍ진언ㆍ재력(財力)입니다. 이 열 가지 법을 갖추어야 실지가 이내 이루어진다’고 말합니다.
또 다른 종파에서는 ‘세 가지 법을 갖추어야 실지를 얻을 수 있으니, 이른바 진언ㆍ수행하는 사람ㆍ도반이다’라고 말하고, 또 어떤 종파에서는 ‘네 가지 법이라야 이룰 수 있으니, 이른바 정진ㆍ좋은 날ㆍ좋은 때와 아울러 처소이다’라고 말하고, 또 어떤 종파에서는 ‘다섯 가지 법이라야 이내 이루어지니, 이른바 본존ㆍ진언ㆍ장소ㆍ재력ㆍ성취할 물건이다’라고 말합니다. 또 어떤 종파에서는 ‘마땅히 열 가지 법을 갖추어라’고 말하며, 또 어떤 종파에서는 ‘마땅히 여덟 가지 법을 갖추어라’고 말하며, 나아가 어떤 데는 다섯 가지 법, 네 가지 법, 세 가지 법, 두 가지 법을 말하며 각기 해당하는 종파에서 규정된 수를 말하고 있습니다.
오직 불교의 본종(本宗)인 우리 금강족(金剛族)은 마땅히 두 가지 법을 갖추어야 실지가 곧 이루어지니, 첫째는 수행하는 사람이요, 둘째는 진언입니다.
첫째, 수행하는 사람이란 계의 덕을 구족하고 바르고 부지런히 정진하며 다른 사람이 소유한 명예나 이익에 대해 탐하거나 질투하지 않으며, 자기의 재물이나 나아가 자신의 목숨에 이르기까지 아낌이 없어야 합니다. 둘째, 진언이란 본부(本部)의 진언을 지송할 때에 마땅히 문구를 다 채우고 소리를 분명하게 하며, 모든 성취하고자 하는 법을 다 갖추어 빠뜨리지 말며, 또 모름지기 모든 불ㆍ보살이 앞서 머물렀던 곳을 찾아야 하니, 이런 곳을 찾고 나서 법답게 지송하면 반드시 획득하여 바라는 원이 만족될 것입니다. 이 두 가지 법을 이루면 반드시 실지를 얻게 됩니다.
또 수행하는 사람이 지송하는 법은 비유하자면 마치 사자가 배가 고파서 코끼리를 잡아먹을 때 분연히 신속하게 힘의 기상을 다하고, 양이나 사슴 같은 작은 짐승의 무리를 잡는 데도 떨치는 힘의 기상은 코끼리에게 하듯 한결같습니다. 이처럼 사자왕이 두 가지로 여기지 않듯이, 수행하는 사람이 지송하여 성취를 구하는 상ㆍ중ㆍ하의 일도 구별 없이 정근을 용맹스럽게 해야 합니다.
지송하는 수행자가 지송할 때에 만약 성 안의 저자거리에 머물면 으레 이나 모기가 몸을 깨물거나 또는 여인이 의복과 귀걸이ㆍ목걸이ㆍ영락으로 장식한 것과 갖가지 소리를 보고 듣기도 할 것이며, 만약 깊은 산이나 큰 수풀 속에 머물면 추위와 더위가 일정치 않아서 간혹 병고(病苦)가 생겨 몸과 마음이 괴롭거나, 또는 사나운 맹수가 다가와 사람을 해치려고 하여 놀라 일어나기도 하고, 만약 바닷가에 머물면 바람이 바다에서 몰아쳐 큰 파도를 일으켜서 사나운 소리가 사람을 위협하여 두려움을 갖게 되기도 하며, 만약 강가나 못가에 머물면 뱀이나 독충이 독으로 사람을 해치기도 합니다.
지송하는 수행자가 이와 같은 곳에 머물면서 지송하고자 하면 반드시 이러한 일이 모두 마군의 방해인 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입니다. 만약 이런 일을 당하거든 반드시 참아야 하며 마음이 끌려 산란되게 하지 말아야 합니다. 혹은 따로 보다 나은 곳을 구하여 공행(功行)에나아가는 것이 옳으니, 이런 경우를 만남으로 인해 물러나 굴복하지 말고 견고하고 용맹한 마음을 다시 일으켜야 합니다.
만약 물러나려는 마음이면 삿된 생각을 일으킬까 두려우니, 삿된 생각이 일어나면 악마가 그 기회를 얻게 됩니다. 지혜로운 자는 방편으로 유정에게 즐거움을 줄지언정 모든 유정의 대중들로 하여금 이로 인해 죄를 저질러 장차 괴로운 과보를 받도록 하지 말아야 합니다.
지송을 하는 데는 지나치게 빨리 하지 말고 또 너무 느리게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소리를 화창하게 하고 높게 하거나 낮게 하지 말아야 합니다. 또 마음이 다른 경계에 끌리거나 다른 사람과 잡다한 말을 하여 염송이 끊어지게 되어서는 안 됩니다. 또 진언의 문구는 빠뜨리지 말아야 합니다. 문구를 빠뜨리면 이치가 어긋나게 되어 실지가 이루어지기 어려운 것이 이로 인한 소치이니, 마치 길을 가는 사람이 뒤로 물러나면서 앞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것과 같습니다. 이러한 허물이 없으면 바로 영험을 얻을 것입니다.
또 마치 강물이 흘러가며 밤낮으로 쉬지 않듯이 지송하는 수행자도 또한 이와 같아서 밤낮으로 끊이지 않으면 공덕이 증장하는 것이 저 강물이 큰 바다에 흘러들 듯 할 것입니다. 또 수행하는 사람이 혹시 마음이 물든 경계에 닿아 문득 집착하는 생각이 일어나면 마침내 게을러지게 되니 이러한 마군의 일을 깨닫거든 속히 마음을 돌이켜 마땅히 두 눈을 감고 관하는 생각을 하여 진언의 문구를 좇거나 본존을 관하여 그러한 마음을 붙들어 산란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나중에 이런 경계를 만나 마음이 요동하지 않으면 이러한 수행하는 사람은 관상의 수행을 성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지송하는 수행자가 실지를 구하려는 데는 요체가 마음을 거두어 일정하게 한 경계에 머무는 데에 있습니다. 마음이 조복되면 몸이 저절로 안주하게 되고 몸이 이미 흔들림이 없으면 마음이 점점 안온해져서 몸과 마음이 하나이듯 하여 삼매를 얻었다 할 수 있습니다. 지송하는 수행자가 이렇게 일정한 생각이 이루어지면 과거와 현재의 죄업이 모두 사라집니다. 죄업이 사라지고 나면 몸과 마음이 점점 청정해지고 행하는 사업이 성취될 것이 틀림없습니다.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길, ‘모든 법은 마음으로 근본을 삼는다. 마음이 청정하지 않으면 장차 빈궁하고 초라한 과보를 받거나 지옥이나 축생의 세계에 떨어지고, 만약 마음이 청정하면 장차 천계에 태어나거나 인간계에 태어나 즐거운 과보를 받으며, 나아가서는 지ㆍ수ㆍ화ㆍ풍과 생ㆍ노ㆍ병ㆍ사의 항상함이 없고 나[我]라고 할 만한 것이 없어 무너지고 마는 즐거움을 멀리 떠나 마침내 해탈적멸의 열반락을 얻게 된다.
또 모든 법은 마음으로부터 생겨난 것으로 자연히 있게 된 것이 아니며, 때에 따라 있는 것도 아니다. 자재천이 낸 것도 아니고, 인연 없이 된 것도 아니다. 다만 무명으로 말미암아 생사에 윤회한다. 사대(四大)가 화합하였기에 이름을 빌려 색(色)이라 하니, 색에 나[我]라고 할만한 것이 없고 나에 색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 색에는 나의 것[我所]이 없고 나에게는 색의 것[色所]이 없다.
이와 같이 네 가지 온(蘊)이 필경에 모두 공하다. 색은 모아진 거품 같고, 수(受)는 떠다니는 거품 같으며, 상(想)과 행(行)과 식(識)도 불꽃 그림자와 같다. 능히 법에 대하여 이 같은 견해를 얻으면 정견(正見)이라 하고 다른 견해를 일으키면 삿된 견해이다’라고 하셨습니다.
또 지송하는 수행자가 지송한 진언의 수가 다 채워졌으면 수행한 바가 실지에 가까운 줄을 어떻게 알겠습니까? 잠잘 때면 반드시 길몽을 꾸니, 이를테면 꿈에 자신이 당기나 번기, 보배일산을 얻으며, 아름다운 궁전이나 누각에 오르거나, 높은 산이나 큰 나무에 오르는 것을 봅니다.
또 어떤 꿈에는 사자ㆍ흰 코끼리ㆍ흰 말ㆍ흰 소나 코뿔소ㆍ황소ㆍ사리노라(舎里努羅) 등을 타기도 합니다. 또 어떤 꿈에는 공중에서 큰 벼락소리가 나는 것을 듣기도 합니다. 또 어떤 꿈들 중에는 다른 사람이 기뻐하며 향기 나는 꽃다발과 곱고 깨끗한 의복을 주어서 얻기도 하며, 혹은 물에서 나는 과일 열매나 오색 연꽃을 얻기도 하고, 혹은 불상을 얻기도 하며, 혹은 부처님의 사리를 얻기도 하고, 혹은 대승경전을 얻기도 하며, 혹은 자신이 큰 회상에서 불보살과 더불어 같이 앉아 공양하는 것을 보고, 혹은 자신이 탑사(塔寺)에 들어가거나 혹은 승방(僧房)에 들어가는 것을 보기도 하며, 혹은 여래께서 보좌에 앉으셔서 천룡팔부에게 설법하시는데 자기가 모임 가운데에 들어가 같이 앉아 법을 듣는 것을 보고, 혹은 벽지불이 십이인연법을 설하는 것을 보며, 혹은 성문승이 사과(四果)를 증득하는 법에 대해 설하는 것을 보고, 혹은 보살이 육바라밀법을 설하는 것을 보며, 혹은 모든 천신들이 천상의 즐거움에 대해 설하는 것을 봅니다.
혹은 우바새가 세속의 집을 싫어하고 멀리하는 법에 대해 설하는 것을 보고, 혹은 우바이가 여인을 싫어하는 법을 설하는 것을 보며, 혹은 국왕을 보고, 혹은 청정한 행을 하는 바라문을 보며, 혹은 특이한 장부를 보고, 단엄한 여인을 보며, 혹은 큰 부자인 장자(長者)를 보고 혹은 고행하는 선인(仙人)을 보고, 혹은 모든 지명선인을 보며, 혹은 훌륭하게 지송하는 사람을 보고, 혹은 자신이 해와 달을 삼키는 것을 보며, 혹은 자신이 큰 바다와 강과 못을 건너거나 곧장 위와 같은 물을 마셔 모두 다 없어지는 것을 보며, 혹은 머리 위에서 불이 나는 것을 보고, 혹은 큰 불 무더기에 들어가는 것을 봅니다.
또 꿈에 큰 수레에 가득 실린 재물을 소와 송아지가 같이 끌고 가는 것을 봅니다. 어떤 꿈에는 흰 불자(払子)를 얻고 혹은 가죽신을 얻으며, 혹은 도검을 얻고, 혹은 아름다운 부채를 얻으며, 혹은 금은 보배와 자개ㆍ진주ㆍ영락을 얻습니다. 또는 자기의 부모를 보거나 혹은 단정한 동녀가 여러 보물로 몸을 단장한 것을 보거나 나아가 아주 맛좋은 음식을 얻기까지 합니다. 만약에 이상과 같은 상서로운 길몽을 꾸면 마땅히 더욱 부지런하고 즐겁고 용맹하게 정진하십시오. 어찌하여 그러한가 하면,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한 달이나 반 달 만에, 혹은 하루나 한 찰나 사이에 반드시 광대한 실지를 획득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6. 지근실지분(知近悉地分)
또 수행하는 사람이 스스로 살피어 지송하는 데에 힘이 있거든 배나 더욱 좋아하고 기꺼워하여 그 어떤 물든 대상에도 마음이 반연(攀縁)되지 않으며, 모든 위범(違犯)에 대하여 허물을 일으키지 않으면 저절로 춥고 덥고 굶주리고 목마르는 고뇌의 일들이 없어집니다. 심지어 모기 등의 날아다니는 벌레에서부터 독사 같은 피를 먹는 종류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해롭게 할 수 없게 됩니다. 또한 아귀ㆍ비사차ㆍ갈타포단나 등도 모두 수행하는 사람의 그림자에도 얼씬하지 못하고 수행하는 사람이 하는 말과 가르침을 일일이 믿고 받아들이게 됩니다.
또한 더욱 배나 총명하고 지혜로워져서 문자와 문장의 말 뜻을 잘 알게 되며, 모든 선법(善法)을 좋아하여 힘써 정진하게 됩니다. 또한 땅 속의 보배창고를 막힘 없이 볼 수 있으니 몸에는 병이 없고 때가 끼지 않으며 몸에서 향기가 나와 모두가 좋아하니 보는 자와 냄새 맡는 자가 모두 다 기뻐하게 됩니다.
또한 온갖 욕락의 여인이 와서 유혹함이 없으며 그 몸과 마음이 청정한 까닭에 허공 속의 모든 천신들의 언어를 들을 수 있게 되며, 혹은 저 천신의 몸을 볼 수 있으며, 나아가 아수라ㆍ건달바ㆍ야차 무리들을 볼 수 있습니다. 지송하는 수행자가 만약 이와 같은 길상한 현상을 얻거든 마땅히 기쁘게 경하하십시오. 이미 진언의 실지에 가까워진 것을 스스로가 알았으면 곧 성취할 법사(法事)를 갖추어야 합니다.
또 수행하는 사람이 처음으로 실지를 이루고자 하면 먼저 팔계(八戒)를 모두 지키며 나흘이나 사흘, 혹은 이틀 밤낮을 단식하고 나서 실지를 구해야 합니다.”
이때에 묘비보살이 금강수보살의 이와 같은 말을 듣고 나서 잠시 동안 침묵하다가 곧 금강수보살에게 말하였다.
“보살이시여, 앞에서는 단식을 하지 않고도 청정을 얻을 수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어찌하여 오늘은 단식을 하라고 하십니까? 또 부처님께서 ‘사람이 음식을 먹는 것은 마치 수레에다 기름을 칠하는 것과 같아서 수레에다 혹시 기름을 칠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다’고 말씀하신 것은 어찌된 일입니까?”
그러자 금강수보살이 벼락같은 소리로 이와 같이 말씀하셨다.
“내가 지금 마음을 청정하게 하려고 이러한 말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유정의 몸이 본래 청정하지 않기 때문이니 정혈(精血)을 이어받아서 뼈대가 되고 골수가 되고 살이 되고 살갗ㆍ머리카락ㆍ몸의 터럭ㆍ얼굴ㆍ눈ㆍ귀ㆍ코ㆍ지방ㆍ비장ㆍ위ㆍ침ㆍ땀ㆍ눈물ㆍ대소변이 되어 아홉 개의 구멍에서 교대로 흘러나옵니다. 이와 같은 신체 부위의 갖가지 더러움은 모두 지수화풍이 유전하여 변화함에 의한 것입니다. 만약 실지를 구한다면 먼저 청정해야 하니, 성취하는 때에 대소변이 유출되지 않도록 단식해서 청정하기를 구하라고 말한 것이지 도를 방해하려고 말한 것은 아닙니다. 이와 같이 하면 청정한 몸은 안락하게 되며 성취할 때에 더럽혀짐을 면할 것입니다.
또한 수행하는 사람이 이 때에 갑자기 번뇌가 생겨 탐욕이 일어나거든 곧 지혜로 관하는 생각을 지어서 이내 이 몸이 부정하게 이루어졌으며, 거듭 먹고 맛봄을 밑천삼아 유지된다고 여겨야 합니다.
만약 이와 같은 생각을 일으킨다면 때맞춰 앞에서 일으킨 망념이 당장 소멸하며, 나아가 몸과 목숨과 재물에 전혀 아낌이 없어지는 것이, 마치 한밤에 한없은 암흑이 해가 솟을 때에 모두 다 사라지는 것과 같습니다. 수행하는 자가 닦아 여기까지 와서 이르렀거든 마땅히 실지가 멀지 않음을 스스로 알아야 합니다.
이와 같이 알고 나서는 백월 8일이나, 14일 혹은 15일에 깨끗한 흙과 깨끗한 새 구마이(衢摩夷)를 서로 섞어 땅에 바르고, 이어서 향을 땅에 발라 청결하게 하고 현성의 자리를 만들어 청정하게 하여 마칩니다. 그리하여 저 현성 모두를 동쪽을 향해 앉게 하고 향ㆍ꽃ㆍ등ㆍ도향ㆍ음식 등을 차례대로 바치되, 먼저 부처님께 드리고 이어서 대금강족의 본부명주(本部明主)에게 드리며 이어 수지한 진언의 주(主)에게 드립니다.
이와 같은 차례로 부처님과 보살에서부터 명주(明主)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공양드리고 찬탄하여 마치고 나서 다시 대보리심과 대자비심을 일으켜서 ‘모든 생로병사에 고뇌하는 중생을 제도하리라’고 합니다.
이런 생각을 하고 나서는 다시 또 『마하삼마야경(摩賀三摩惹經)』과 『길상가타(吉祥伽陀)』, 『여래비밀대지등경(如來秘密大智灯經)』과 『전최상법륜경(転最上法輪經)』을 독경하는데, 이러한 경전들을 두루 독경하거나 혹은 한 경만을 독경합니다. 그런 다음에 팔방계(八方界)와 지계(地界)와 허공계(虚空界) 등을 결합니다. 마치 세상 사람이 살고 있는 곳에서 밖의 담장으로 악한 것을 막아내듯이 계를 결하여 마군을 방어함도 또한 이와 같아 마땅히 악한 마음으로 장애를 하는 천마ㆍ아수라에서부터 온갖 귀신 등에 이르기까지 모두를 가까이 올 수 없게 할 것입니다. 겸하여 거듭 피갑(被甲)진언을 염송하여 자신을 보호합니다.
내가 앞서 이미 갖가지 만다라법을 말하였습니다. 마땅히 오색분으로 순서대로 하나의 만다라를 만들며, 만들고 나서는 우선 마음대로 하나의 팔방을 보호하는 신을 만들어야 하니, 그 신은 온갖 장애되는 것을 능히 꺾는 자입니다.
또 만다라의 사유(四維)에 금강저ㆍ삼고차 등을 그립니다. 그런 다음에 띠풀에 명주로 가지한 사자좌를 바쳐서 만다라 중심에 놓고 성취할 물건을 먼저 세 개의 보리수 잎에 담고 이어 네 개의 보리수 잎으로 덮어서 자리 위에 안지합니다. 그렇게 주문을 쓸 때마다 향수를 거기에 뿌려서 마장을 물리칩니다. 그리고 스스로 좌축에 앉아 상응(相応)진언을 염송하며 잠깐 사이에 다시 향수를 써서 깨끗이 씻습니다.
그런 다음에 다시 상응법으로 호마를 일천 편 하는데 오롯한 마음으로 지송하며 중간에 끊어지지 않게 하십시오. 그러면 곧바로 세 가지 현상이 나타나리니 이것이 법의 성취를 얻은 것입니다. 세 가지 현상이라는 것은 이른바 뜨거운 모습[熱相]ㆍ연기나는 모습[煙相]ㆍ불꽃이 나는 모습[焔相]입니다
만일 뜨거운 모습이면, 세간의 온갖 소중한 것을 얻게 되며, 만약 연기나는 모습이면 몸을 숨길 수 있고, 불꽃이 나는 모습이면 미묘한 몸으로 변하여 지명선이 되어 허공을 날아다니며 수명이 길어지게 됩니다.
실시를 이루는 모습은 마치 사람이 죽음에 이르러 찬 기운이 몸에 들어와 그 자체에 두루 퍼지는 듯하고, 중음(中陰)이 모태에 이르는 것을 잉태하는 사람이 자각하는 듯하며, 세상의 모든 향기를 냄새 맡는데 향기는 비록 맡을 수 있으나 형체나 자취가 없는 듯하며, 화주(火珠)를 햇볕에 쬐어 햇볕이 들어가는 까닭에 불이 흘러나오는 듯이 모든 수행하는 사람에게 실지가 몸에 들어오는 것도 역시 이와 같습니다.
앞에서 성취된 것은 밖의 모든 물건의 형상입니다. 혹시 마음속에 성취를 구한다면 달리 표시가 있으니, 저 지송하는 수행자가 오로지 마음을 기울여 중간에 끊어지지 않으면 반드시 영험을 얻습니다. 실지를 얻으면 공양드리는 형상이 진동하는 것을 보거나 혹은 형상의 얼굴에서 백호광이 빛나며, 형상의 몸체가 진동하고 공중에서 꽃이 뿌려지며 때로 구름 한 점 없는데도 이슬비가 내리는 것을 보며, 혹은 좋은향내가 내리는 것을 맡고, 혹은 땅의 진동을 느끼며, 혹은 천고(天鼓)가 저절로 내는 소리를 들으며, 혹은 천ㆍ인간ㆍ아수라 등이 허공 가운데에 머물고 있는 것을 보며, 혹은 모든 천ㆍ인들의 말소리를 듣습니다.
혹은 갖가지 큰 장엄구ㆍ영락ㆍ가락지가 울리는 소리를 들으며, 혹은 등의 불꽃이 점점 커져서 밝고 깨끗한 금빛이 되거나 기름이 다한 등의 불꽃이 더욱 커지는 것을 보고, 혹은 공중에서 음성이 구하는 원(願)을 말하게 하는 것을 들으며, 혹은 몸의 터럭이 모두 다 소스라치는 것을 느낍니다.
혹 이와 같은 현상이 나타났거든 반드시 구하는 실지의 성취인 줄을 알아서 마땅히 가장 좋고 깨끗한 그릇에다 싱싱한 꽃을 가득 채운 후에 온갖 향수를 붓고 아울러 다섯 가지 보배를 띄워 서로 섞어서 알가수를 만듭니다. 무릎을 꿇고 본존께 공손히 바치면서 진언과 아름다운 가타(伽陀)를 염송하여 찬탄합니다. 마땅히 환희하는 바른 믿음의 마음을 내어서 정진하여 게으르지 말고 예배하며 공양드립니다.
이와 같이 하고 나면 구하는 일의 하나하나의 말이 성스러운 마음에 막힘이 없어 구하는 대로 반드시 보답합니다. 원하는 대로 얻고 나서는 일심으로 오로지 하여 본존에 대해 믿고 기뻐하며 찬탄하고 재차 알가를 공손히 바쳐 공양합니다. 거듭 본존진언을 염송하고 모든 부(部)를 발견(発遣)해드리는 진언을 염송합니다. 마땅히 의궤대로 진언을 염송하고 나서는 예배드리며 모든 현성을 각기 본래 위치에 돌아가시도록 권해드립니다.
7. 설성취분(説成就分)
수행하는 사람이 오로지 지송하기를 정성껏 부지런히 하고 게을리 하지 않아 비록 원하는 대로 지었던 성취를 이루었을지라도 어느 때든지 항상 마음을 써야 합니다. 왜냐하면 저 모든 극악한 귀신이 악업으로 모든 수행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성취되지 못하게 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 진언의 힘과 위덕과 처소를 성취하였다면 백 유순이나 천 유순 안의 모든 마군과 귀신이 감히 가까이 오지 못하며, 저들이 생각하기를 ‘이 수행하는 사람은 현세나 후세에도 나에게 이익될 것이 없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수행하는 사람은 항상 주의해야 합니다.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갑옷을 입은 채 코끼리를 타고서 활과 화살, 그리고 온갖 무기를 들고 큰 군진 위에 오르면 모든 원수의 적들이 이런 위용을 보고 물러나 멀리 피하여 대적할 자가 없는 것과 같습니다.
지송하는 수행자가 언제나 지송하고 법에 결함이 없으며 계율에 조금치도 어긋남이 없다면, 계는 갑옷에 비유되고 진언은 활과 화살에 비유되며, 용맹은 코끼리를 탄 것에 비유되니, 이와 같이 갖추었다면 악마와 귀신이 감히 가까이하지 못할 것입니다.
수행하는 사람이 폐다나(吠多拏)의 성취를 구하려면 시다림 속에서 손상되지 않은 시신을 찾아내야 하니, 몸의 각 부분이 온전하게 갖추어진 장부의 형상이어야 합니다. 등이 굽었거나 손발이 오그라들었거나 곪아터져 흉한 것은 쓸 수 없고, 또한 지나치게 살이 쪘거나 지나치게 말라서 원만하지 못한 것도 쓸 수 없으며, 상품과 중품의 모양이 되지 못하는 사람의 시신들은 모두 쓸 수 없습니다. 따라서 상품의 모양을 갖춘 것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좋다. 또한 감기를 앓았거나 학질을 앓은 자, 설사병을 앓았거나 호된 종기를 앓은 자, 물 속이나 육지의 독충에게 물려서 온몸에 독이 퍼져 거품을 토하며 죽은 자들은 쓸 수 없습니다. 이같은 종류는 모두 쓰지 말아야 합니다.
이와 같이 시신을 선택했으면 곧 조반인(助伴人)으로 하여금 몸뚱이를 들고 보호하게 하며 하루를 보내고 바로 밤까지 있습니다. 시다림그 자리이거나 혹은 따로 빈 집을 구하거나 혹은 한적한 나무 아래이거나 혹은 네거리이거나 혹은 못 가이거나 혹은 보배산 중 좋은 장소를 얻게 되면 폐다나가 반드시 속히 성취될 수 있으리니, 위와 같은 좋은 장소에서 그 어느 한 곳을 구하더라도 좋아할 만한 장소입니다. 그 곳이 법도에 맞게 청정해지면 청ㆍ적ㆍ백ㆍ흑ㆍ황의 아주 좋은 오색분으로 삼매만다라(三昧曼拏羅)를 만듭니다.
그 만다라의 갖가지 이름들은 내가 이미 앞에서 말했습니다. 모든 만다라 중에서 어떤 한 종류의 만다라를 만들던지 그 만다라 가운데에다 네 개의 현병(賢瓶)을 배치하고 병 안에다 물을 부어 각각 가득차게 하는데, 혹은 고수(苦水)를 쓰기도 합니다.
그리고 때맞춰 피어난 덩굴 꽃이나 갖가지 특이한 꽃을 병 속에 꽂습니다. 만다라가 이와 같이 만들어졌거든 그 조반인으로 하여금 용맹심을 발휘하여 두려워하지 말고 먼저 시체의 머리를 감겨주고 다시 현병의 물로 목욕을 시켜 깨끗이 하게 합니다. 그런 다음에 기름을 바르고 아주 좋은 흰 옷을 입힙니다.
이같이 하였거든 만들어진 만다라 가운데에 길상초를 깔고 갖가지 꽃을 뿌린다. 그 조반과 함께 시신을 들어 만다라 중앙에 놓는데, 머리를 동쪽이나 북쪽으로 향하게 하여 법답게 안치합니다. 뒤이어 도향ㆍ소향ㆍ이름난 꽃ㆍ꽃다발과 나아가 술이나 고기 등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음식을 공양합니다. 만약 많이 마련하지 못할 경우에는 능력껏 하더라도 좋습니다. 그리하여 만다라에 알맞은 계통의 본부 진언을 염송하는데, 또한 이 본족진언명주(本族真言明主)에 대해서 신심을 일으켜 정성스레 공경히 받들고 존중하며 의궤에 맞게 오롯한 마음으로 지송하여 성취를 구해야 합니다.
또한 모든 땅 속을 다니며 장애를 일으키는 온갖 부다(部多)와 용과 필리다(必里多) 등이 있으니, 수행하는 사람은 다시 공양물 등을 먼저 사방 네 구석과 위아래에까지 뿌려 장애를 일으키는 부다와 용과 필리다 등에게 베풀고, 또한 먼저 진언을 염송하여 스스로 옹호함과 아울러 조반을 보호하여 그 장애들이 가까이 침범할 수 없게 한 뒤에 지송하여 성취를 구해야 합니다.
지송할 때에 만약 이 시신이 일어나서 온갖 흉한 형상을 나타내면 즉시 이 마군이 갖가지로 장애를 일으키는 종류인 줄을 알아야 합니다. 수행하는 사람이 이를 잘 살펴 알고 흰 겨자씨와 재를 불정왕(佛頂王)진언을 염송하면서 그 시신의 얼굴에 던지면, 진언의 큰 위력 때문에 모든 장애되는 것들이 사방으로 도망칠 것입니다. 장애의 마군이 물러나면 시신은 처음처럼 눕습니다.
만약 이 시신이 일어섰으나 흉한 형상이 없으면 이것은 바로 진언의 공력으로 구하는 것이 이루어질 것이 분명하니 의심하지 말아야 합니다. 만약 이와 같이 이루었거든 스스로 마음을 결정하여야 하며, 바로 수행하는 사람이 앞서 구하던 원을 이때에 낱낱이 모두 말해야 합니다. 복장(伏蔵) 보여주기를 구하거나 아수라의 굴에 들어가 성약(聖薬)을 얻기 바라거나, 칼 위에 오르려 하거나, 안약을 구하거나 또는 귀신을 항복시키려 하거나, 나아가 왕의 비호를 구하는 것까지 이같은 모든 일들이 다 성취될 수 있습니다.
수행하는 사람은 언제나 최상의 행을 하면서 대진언의 힘으로 스스로 옹호한다면 마침내 폐다나법을 성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왜 그런가 하면, 비유컨대 맹수가 용맹하기는 하나 지혜가 모자라서 악한 사람에게 피해를 당하듯이, 수행하는 사람이 만약 뛰어난 행을 하지 않고 스스로 옹호하지 않으면 온갖 흉한 마장이 그 기회를 틈타는 것과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