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태극권 애호가들도 학교에서 숙식하면서 밤낮없이 수련했다. 2월에 함께 수련했던 3명을 다시 만나기도 했다. 3명 모두 그대로 이곳에 묵고 있었다.
갑자기 목구멍이 아프기 시작했다. 침을 못 삼키겠고 누워있으면 더 아프고 잠을 자면 더 아팠다.
다행히 진자강 선생님 부인의 이모가 온현 인민 병원 이비인후과 전문의였다. 뜻밖에 중국 병원 신세를 졌다.
맛있는 한약에 항생제와 진통제도 잘 처방받았다. 하지만 바로 듣는 약기운이나 약발은 없었다. 약을 먹어도 하루가 지나니까 훨씬 더 아팠다.
진자강 선생님이 (우리가 2월에 만났던) 길 씨 초청으로 브라질에 가셨고 그래서 학교의 교련 역할을 왕위엔이 대신하고 있었는데 약 먹으면 3일 엄청 아프고 낫는다고 얘기해줬다.
최하란 샘은 현지인 얘기니까 믿으라고 나를 안심시켰다. 극심하게 아픈지는 딱 이틀째 되던 때라 이렇게나 아픈데 내일 하루 지난다고 나을까? 답답했다.
그런데 정말 3일 지난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거짓말처럼 통증이 확 줄었다. 갑자기 낫기 시작했다.
아침에 달리러 나가보니... 흙이 정말 많이 다르다.
이런 흙이 흩날리니까 여기 사람들도 아플 때는 크게 아프다고 한다.
2월에 찍었던 빗자루 사진의 의미를 이제 알았다. 이렇게 생긴 빗자루로 흙을 쓸어야 한다.
2013년 4월 체코 45일
수련의 막바지에 급성 축농증으로 목과 귀가 아팠는데... 이번 5월에는 인후염이었다. 두 번 다 외국이라 그런지 바이러스가 다른 건가 아프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스라엘로 건너와서 (체코에서 엄청나게 넓은 부지를 가진 디자인도 멋들어진 종합병원에 갔었는데 플루로 진단받고 처방을 받는 바람에... 정말 너무 아팠다.) 곧바로 카파사바 종합병원 응급실에 갔고 한나절쯤 지나니까 극심한 고통은 경감됐었다.
24시간 동안 사이다만 먹다가 밥도 먹고...
그때는 밤마다 식은땀을 너무 많이 흘리다 잠을 깼다.
어찌나 많이 흘렸는지 입고 자던 파타고니아 오리털 점퍼와 츄리닝 바지까지 홀딱 젖었다. 빨래의 물을 짜내듯이 식은땀을 짜내서 난로 앞(식은땀을 그렇게 흘리니, 중동의 이스라엘에서 난로를 켜고 커다란 이불을 덮었다.
무겁고 거대한 이불은 주인집 아주머니가 친절히 빌려주셨다.)에 걸어놓고, 체코에서 70% 세일 덕분에 새로 산 XXL 파타고니아 점퍼로 갈아입어야 했다. 물론 속옷까지 모든 옷을 다 갈아입어야 했다. 그리고 다시 잠을 청하는 일이 일주일 동안 밤마다 계속 됐었다.
이때는 온현인민병원 덕분에 3일만에 회복했다. 덕분에 타이어도 계속 뒤집고, 노가일로 순서도 간신히 다 외울 수 있었다.
계획대로 소림사에 가진 못했다. 한달간 소림사 주변에서 수련했던 지인이 전해주길, 소림사 주변에도 무술 학교들이 즐비해서 각종 무술들 접하기에 좋다 했다. 그래서 사전 답사처럼 들러볼 생각이었는데... 아파서 수련 시간을 까먹은 관계로 태극권 학교에 더 오래 있었다.
진가구 관광객들의 요청에는 항상 충실했다. 이때는 100장 넘게 찍힌 것 같다. 중국 온라인 어딘가에 내 사진들이 돌아다니고 있을까?
그래도 운대산은 들렀다.
비가 적었는지 폭포수가 적었다는 점만 빼면...
운대산은 정말 좋았다.
외국인은 거의 없었다.(화교, 대만인, 몽골인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한국인도 못봤다. 중국은 내수만으로도 관광산업이 든든해할 것 같다.
한국에선 누가 사진 찍고 있으면 서로 비켜주고... 그걸 염려해서 후다닥 찍고 그러는데 여긴... 아니, 그 이전에 한국에선 사람이 많아도 이렇게까지 서로 바싹 붙어서 다니진 않는다.
중국에선 장난 아니었다. 서로 사진 찍고, 서로 남의 사진 속에 등장하든 말든 전혀 개의치 않았다. 폭포 앞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신기해서 한참을 지켜봤는데 독사진 따위는 안중에도 없어 보였다. 서로서로 사진 속에 나오는 걸 아무렇지도 않게 여겼다. 그저 다들 즐거운 표정이다. 우리도 즐거웠다.
신식 셔틀 버스가 곳곳에 있어서 운대산의 이곳저곳을 아주 손쉽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원숭이 떼가 풀어져 있고
원숭이쇼가 열리는 곳에 가서 30분 동안 쇼를 관람했는데...
직립에 대해 생각했다.
인간은 직립동물 아닌가. (2016년 8월 페북글 재편집)
원숭이, 침팬지, 고릴라를 세워보라.
중국에서 원숭이쇼를 관람했는데, 원숭이들은 단 한순간도 제대로 서지 못했다.
골반부를 중심으로 몸을 펼 수 없었다. 가슴을 힘껏 내밀어야 비로소 설 수 있었다.
(제대로 된 이족보행은 어림도 없다.)
개를 세워봐도 비슷하다. (먹이를 손에 들고 서게 해보라.)
엉덩이는 뒤로 빠지고 가슴을 내밀어야 잠시 몸을 세울 것이다.
인간도 가슴을 내밀어야, (어떤 사람들은 아주 한껏 내밀며,) 바로 섰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거기다 웨이트나 저항 운동의 힘까지 보탠다면 불행하게도 그런 몸이 강하게 고정될 것이다.
일단, 대부분 성인들은 성장기 내내 너무 앉혀 지냈다. 출발부터 꼬여 버렸다.
(걷기와) 달리기, 줄넘기, 단순한 코어 훈련 몇 개를 더해, 다시 제대로 세우는 '풀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요가는 이런 노력을 돕기 위해 필요하다. (현대의 요가가 '풀기'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