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마고도(茶馬古道) Asian Corridor In Heaven (2007) .. 양방언(梁邦彦) Ryo Kunihiko ]
실크로드보다 200년 앞선 인류 역사상 최고의 문명, 문화, 경제 교역로 '차마고도'
세계 최고(最古)의 문명, 문화, 경제교역로. 세상에서 가장 높고, 가장 오래되고, 가장 아름다운 길 ‘차마고도’
유네스코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장대한 자연과 다양한 상태의 보고이기도 한 이곳의 베일에 싸여있던 그 험난하고도 아름다운 이야기가 드디어 공개됩니다.
- KBS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
01. 차마고도 (Asian Corridor in Heaven) (00:52) 02. 천공으로의 길 1 (01:36) 03. 고도 1 (02:06) 04. 전설의 샘 (01:19) 05. Tibettan Blues (01:07) 06. 흘러가는 난창강아 (01:04) 07. Sudden Wind 1 (02:09) 08. 오체투지 (02:58) 09. Shadow Of The Mountain (01:23) 10. 고개를 넘어 (01:34) 11. Spring In The Tibett (01:15) 12. Stom In Highland (02:54) 13. The Caravan Goes On (01:26) 14. Water Drops In Desert (00:46) 15. 고도 2 (01:05) 16. The Song Of Horse Caravan (01:38) 17. Caravan Before The Depature (00:55) 18. 차마고도 Main Theme (Piano Version) (01:15) 19. 천공으로의 길 2 (03:10) 20. Shining Leaves Singing Feathers (01:37) 21. 귀로 낙양 (01:47) 22. Light Of Caravan (01:05) 23. '라싸로'의 길 (01:47) 24. 바람에 비추이는 무지개 (01:22) 25. Echoes From Haven (01:03) 26. The Song Of Salt Caravan (01:19) 27. 천공으로의 길 3 (01:52) 28. Sudden Wind 2 (00:49) 29. 고도 3 - 차마고도 Main Theme (01:53)
차마고도를 기획하면서 프로그램의 음악은 오직 한사람, 양방언씨만을 생각했다. 평소의 그의 음악을 들으면서 어디론가 여행하는 듯한 느낌, 신비한 세계가 펼쳐지는 느낌을 받고는 했는데 그곳이 티베트라도 좋을 듯했기 때문이다.
차마고도는 윈난, 쓰촨, 티베트, 인도를 잇는 고대 교역로. 프로그램은 이 길 위의 박제된 역사가 아닌 살아있는 문화와 사람들을 담고자 했다. 하고자 했던 것을 다 이루지 못하고, 언제나 아쉬움을 남기고 촬영을 마쳤다.
떨리는 마음으로 편집을 마치고 양방언씨의 음악을 기다린다. 그림이 음악을 만나는 순간. 프로그램을 제작한 사람에게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다. 음악이 그림을 살며시 건드리면 마치 죽어있던 그림이 살아나 춤을 추듯 음악과 그림은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다.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느낌이 전해오면서 가슴이 뭉클하다. 얼마나 감사한지. 제작을 하면서 이런 경험은 흔하게 찾아오는 일이 아니다. 제작자들은 그를 천재라고 부른다.
티베트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다면 결코 만들 수 없는 음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음악은 우리를 차마고도로 안내한다. 가장 멀고 험한 길, 인간의 발길을 허락하지 않는 길, 인간의 가장 숭고한 믿음이 살아있는 곳.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숙연해지고 사색하게 하는 차마고도로 우리를 데리고 간다. 그의 음악을 듣기 전에 귀만 열지 말고 마음을 열고 들었으면 한다. 그리고 함께 영혼의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면 어떨까?
- KBS 차마고도 제작진 -
음악 : 양방언(梁邦彦) Ryo Kunihiko
제주가 고향인 아버지와 신의주가 고향인 어머니 사이에서 출생 6세부터 클래식 피아노를 시작하여, 동경예술대학 타키자키 시즈요코 교수에게 사사 일본의과대학 재학시부터 키보드, 프로듀서 및 작곡가, 사운드 프로듀서 활동을 시작했다. 마취과 의사로 1년간 근무한 이후, 음악활동을 재개.
일본을 비롯 다수의 팝가수와의 공연, 작곡, 편곡, 프로듀서를 한 이후 솔로활동과 영화음악작곡을 시작. 대표작으로는 성룡주연의 영화「썬더볼트」, NHK TV 애니메이션「십이국기」「채운국이야기1,2」,「영국사랑이야기 Emma1,2」(일본)외 다수. 클래식에서 록 그리고 월드음악에 이르기까지 장르의 구애를 받지않고 폭넓은 음악세계를 펼치고 있는 양방언(Ryo kunihiko) 그의 스토리가 한국의 대표 방송사 MBC를 통해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어 TV 방영되기도 하였으며, 2002년 부산 아시안 게임 공식음악으로 4집 수록곡「Frontier!」가 지정, 2006 한국관광공사 홍보영상 (KOREA SPARKING)음악작곡 등 모국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이성강 감독의 애니메이션「천년여우 여우비」(한국). 임권택 감독의 백번째 작품「천년학」(한국), 한국 최고의 게임회사 NCSOFT사의 리니지 차기작「AION」(한국:2008년 공개예정), 최근 10년간 런던에서의 런던심포니 오케스트라, 런던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로열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과의 녹음작업 등 영화, 다큐멘터리, 게임 등의 영상작품은 물론 솔로앨범과 라이브 활동까지 한국, 일본, 중국, 영국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 차마고도 :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길 ]
- 팍쇼 인근 칭커밭에서 만난 산중의 푸른 가족 -
수천년 전부터 두 개의 문명길이 동양과 서양을 이어왔다.
하나는 중국의 서북쪽에서 유럽으로 가는 실크로드이며,
또 하나는 중국의 윈난에서 티베트 동남부를 지나
네팔과 유럽까지 이어지는 차마고도(茶馬古道, Tea-Road)이다.
- 옌징의 소금계곡에서 소금짐을 싣고 10여 마리의 말을 이끈 마방의 행렬이 가파른 벼랑길을 올라 루띵마을로 가고 있다 -
차마고도의 역사는 실크로드와 비슷한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떤 이들은 차마고도의 역사가 기원전 2세기 이전부터 존재했고,
실크로드보다 200여 년이나 앞선 고대의 무역로라고 주장한다.
확실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3000여 년 전인
기원전 1700년대(商周시대)부터 윈난 지역에서 차를 재배해 마셨다는 것이고,
차마고도의 역사 또한 차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 차마고도의 핵심지역인 옌징에 남아 있는 소금계곡 풍경. 다랑논처럼 생긴 것이 모두 염전이다 -
하지만 차마고도는 단순한 차 운송로에 그치지 않았다.
차를 운반하고 물물을 교환하면서 이민족의 문화와 종교는
조금씩 옮겨지고 뒤섞이고 어우러지게 되었으니,
그것은 무역로이면서 문명통로였고,
가혹한 말(馬)의 길이자 힘겨운 삶(生)의 길이었다.
- 옌징을 지나 길에서 만난 마방의 행렬이 휴식을 위해 말에서 소금짐을 내리고 있다. -
옛 차마고도의 길은 보이차의 중심지인 윈난을 기점으로
거미줄처럼 퍼져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차마동남도’는 베트남과 태국으로 이어졌고,
‘차마남도’와 ‘차마서도’는 미얀마로 이어졌으며,
‘관마대도’는 동북쪽으로 길을 잡아 청두와 베이징으로 올라갔다.
또한 ‘차마북도’(강차대도)는 쓰촨을 기점으로 칭하이를 지나 라싸로 이어졌다.
그러나 역시 차마고도의 뼈대는 윈난에서 티베트로 이어지는 ‘차마대도’였다.
- 타시룬포 사원에서 만난 소녀. 오체투지를 하기 위해 손을 모아 기도하고 있다. -
지금의 진장공로 노선(푸얼-중띠엔-옌징-라싸)을 따라가는 차마대도는
티베트를 지나면 히말라야를 넘어 네팔과 아라비아까지 이어졌다.
이 여러 갈래의 차마고도 노선을 다 합치면
익히 알려진 실크로드 이상의 길고 복잡한 문명통로가 되는 셈이다.
한마디로 차마고도는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교역로이자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문명통로였다.
- 해발 5008미터 둥다라 산 가는 길에 바라본 초원 언덕의 양떼 -
- 여행자와 사진가들에게 화제가 되고 있는 아흔아홉 굽이 감마라 고갯길 -
그리고 여전히 그것은 비밀스러운 문명길로 남아 있다.
사실 내가 밟은 중띠엔에서 간체까지 이어진 약 2200km의 길은
유럽까지 이어진 옛 차마고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길이다.
다만 차마고도의 노선 중 티베트의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밟아보았으니
그것만으로도 나에게는 벅차고 고된 여행이었다.
- 옛 차마고도 위에 건설된 318번 도로에서 만난 런저 스님. 오체투지로 라싸까지 가는 중이다. -
이따금 설산이 펼쳐진 황토빛 풍경과
빙하호수와 거대한 협곡과
“외롭고 높고 쓸쓸한” 끝간데없이 이어진 하늘길.
그 실오라기 같은 길을 걸어 고갯마루를 넘어가는 바람 속의 아이들.
아! 으악! 도대체, 저럴 수가!
계속해서 숨이 막히는 풍경 속에서 나는 자꾸만 여행의 고도를 높여야 했다.
- 드락숨쵸 가는 길의 눈부신 유채밭 풍경. -
사실 여행이라기보다는 탐험이거나 고행에 가까운 길이 차마고도이지만,
거기에는 우리가 잃어버린 오래된 가치와 정서와 천연함이 있었고,
우리에게 아직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땅과 숨겨진 이야기가 무궁했다.
어떤 곳은 100km를 가도록 마을이 보이지 않고,
어떤 곳은 반나절 이상 산자락만 오르내렸다.
- 라싸 시내의 하늘궁전 포탈라궁 -
- 티베트의 심장이라 불리는 조캉사원 -
누군가는 그렇게 험하고 가파른 여행을 왜 하느냐고 묻는다.
편하게 칭장철로를 타고 가거나
비행기를 타고 곧바로 라싸로 가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차마고도를 밟아보지 않고는
차마고도의 숨겨진 매력과 가치와 아름다움을 만날 수가 없다.
그것은 오로지 차마고도를 발로 밟아보는 이들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다.
- 라싸 외곽의 드레풍 사원 대법당 -
- 네팔로 이어진 차마고도 노선 중 마지막 요충지인 시가체에 있는 타시룬포 사원 전경 -
지금 이 순간에도 이 높고 험난한 길을 밟아보기 위해
유럽과 일본, 중국에서는 수많은 여행자들이 티베트로 달려오고 있다.
라싸의 호텔이나 여행사에서도 <차마고도>는 이미
티베트 최고의 인기 여행상품으로 자리잡았으며,
중국에서는 현재 자전거와 도보로 차마고도를 여행하려는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실정이다.
- 인도로 내려가는 차마고도의 마지막 요충지였던 간체에서 볼 수 있는 간체쿰붐. -
국내에서는 늦은 감이 있지만,
지난 해 처음 ‘차마고도’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방영되었고,
올해 초 두 방송사에서 경쟁적으로 ‘차마고도’를 소재로 한 다큐물을 내보낸 적이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한 방송사에서는 올 9월에
‘차마고도’에 대한 10부작 다큐멘터리를 내보낼 예정이다.
‘도대체 차마고도가 무엇이길래’, 일반 시청자들로서는 어리둥절할 일이지만,
중국이나 일본, 유럽에서는 이미 차마고도에 대한 관심이 실크로드를 능가하고 있다.
- 라싸 바코르 시장 골목의 차 도매상 풍경. 대발쌈에 싸인 덩어리차가 수북하게 쌓여 있다. -
그동안 차마고도는 베일에 가려져 ‘비밀의 길’이나 다름없었고,
오랫동안 외국인의 여행 불가지역으로 묶여 있었다.
차마고도에 대한 외국인의 허가증 발급이 유연해진 것은 근래의 일이며,
차마고도를 여행한 소수의 여행자들과 매체로부터
차마고도의 자연과 마을과 사람에 대한 감동적인 이야기가 속속 전해지면서
차마고도는 이제 모든 여행자의 로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 차마북도에서 가까운 남쵸호수 가는 길에 바라본 라겐라 언덕 주변의 나무 한 그루 없는 민둥산. -
거기서 나는 세상에서 가장 높거나 가장 험하고
가장 눈물겨운 것들을 만났다.
거기서 나는 오염되고 변질된 개발국의 모습이 아닌
미개발된 천연하고 순진한 지구의 모습을 보았다.
느리게 느리게 환생을 유목하는 숨찬 평화를 보았다.
이제서야 차마고도에 대한 책을 내놓고 나는
또다른 여행을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도 나에게는 그 때의 감동과 느꺼움이 ‘씨앗불’처럼 남아서
이렇게 또 몇자 끄적이고 있는 것이다.
- 하늘에서 본 티베트 동남부, 차마고도 구간의 장쾌한 협곡과 산자락과 강줄기. -
[ 차마고도 : 실크로드보다 200년 앞선 고대 문명길 ]
- 차마고도에 마지막 남은 마방(캐러밴)의 행렬이 옌징의 소금계곡에서 소금짐을 말에 싣고 위태로운 벼랑길을 지나고 있다. -
- 차마고도 마지막 마방의 근거지가 되고 있는 옌징 소금계곡의 계단식 염전. 원시적인 소금 생산방식을 여전히 유지해오고 있다. -
티베트에서는
모든 것이 가장 높지 않으면
가장 크거나 가장 험하고 가장 눈물겨웠다.
가장 소박하고 가장 착한 사람들이
가장 아픈 현대사의 한복판에서 가장 희박하게 웃음지을 때,
내 눈 속엔 정처없는 길과 바람만이 자꾸만 그렁거렸다.
- 염전에서 일하는 한 여인이 두렁이 망가진 소금밭을 손질하고 있다. -
차마고도란 것이 그렇다.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길>이며,
실크로드보다 200년이나 앞선,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길이라는 말로는
차마고도를 다 설명할 수가 없다.
가혹한 말의 길이자 향긋한 차의 길이란 표현도
역사와 관념을 통해 내가 그냥 갖다붙인 비유에 불과하다.
- 훙라설산 가는 길에 만난 풍경. 한족 옷을 입은 티베트 아이가 칭커짚을 잔뜩 실은 야크를 끌고 가고 있다. -
윈난의 중띠엔에서 간체까지 내가 따라간
총연장 2166km의 차마고도는
아직도 내 가슴과 발 밑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여행자가 되어 티베트로 끌려가는 건 얼마나 복된 일인가.
한번 더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나는 바라고 있다.
- 더친 인근의 차마고도 풍경. 차마고도는 향긋한 차의 길이었지만, 가혹한 말의 길이기도 했다. -
사실 차마고도의 역사는 차의 역사와 함께 한다.
어떤 이들은 차마고도의 역사가
한나라 때인 기원전 2세기 이전부터 존재했다고 주장한다.
실크로드보다 200년이나 앞서 무역로가 열렸다는 것이다.
- 티베트의 전통차인 수유차. 차를 우려낸 물에 야크버터를 첨가한 차가 수유차이다. -
중국에서는 일반적으로 보이차의 역사와 차문화의 뿌리를
중국의 역사이자 자부심으로 이야기한다.
그러나 오랜 옛날 차를 재배하고 교역하던 윈난의 남부 지역은
중국에 속해 있지도 않았으며,
차를 재배하고 유통시켰던 당사자도 다이족이나 하니족과 같은 소수민족이었다.
중국이 동양문화의 정수라고 부르며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는 차문화의 뿌리가
사실은 한족이 아닌 소수민족에 있었던 것이다.
- 유채꽃이 활짝 핀 라웍마을 숙덴사원 풍경 -
- 해발 5008미터 둥다라 산 가는 길의 멋진 풍경 -
옛날 윈난에서 생산된 보이차는 오랜 저장을 위해
발효시켜 덩어리로 만든 다음, 대발쌈에 싸서
말과 노새에 싣고 티베트 깊숙한 곳까지 거래되었고,
주로 캄(티베트 동부)과 윈난의 대상이었던
‘마방’(馬幇, 말로 교역품을 실어나르던 상인조직)이 이 중계무역을 담당했다.
발효한 차를 대발쌈으로 싸서 운반한 까닭은
대나무 껍질이 습기를 막아주고 냄새를 걸러주는 효능이 있기 때문이다.
- 라웍의 응안쵸에서 흘러내리는 파룽강과 설산이 어우러진 침엽수 계곡 풍경 -
- 달력사진에나 나올 법한 드락숨쵸 풍경 -
지금도 대부분의 덩어리차는 이 대발쌈으로 싸서 운송하는데,
오는 동안 햇빛과 바람, 말땀이 차의 발효를 도와
윈난을 출발할 때의 차보다
되레 티베트에 도착했을 때의 차가 훨씬 맛이 좋다고 한다.
과거 차와 교역품을 실어나르던 마방에게는
차마고도가 생계의 길이자 죽음의 길이나 다름없었다.
- 하늘 호수 남쵸의 호숫가를 따라 코라를 도는 순례자. -
지금이야 길이 좋아졌지만,
옛날에는 차마고도의 길이란 것이 겨우 말 한 마리 지나갈 정도의 벼랑길에다
해발 5000m를 넘어가는 험한 길도 많았다.
따라서 마방이 길에서 사고로 죽거나 병으로 죽는 일이 다반사였다.
길에서 나서 길에서 죽는 것! 그것이 그들의 운명이었다.
- 사원의 마니단에 장식된 야크뿔. -
당시 윈난에서 실어간 차는
티베트 옌징에서는 주로 소금과 교환하였고,
라싸 인근에서는 말이나 산양, 야크 모피, 동충하초, 녹용과 거래하였다.
중국에서 차마고도를 따라 티베트로 실려간 교역품은 보이차뿐만 아니라
면화와 철, 금은 등도 포함돼 있었다.
- 라싸 드레풍사원 대법당과 하늘 높이 솟은 룽다. -
또한 인도의 불교문화와 중국의 비단과 도자기, 종이문화가
차마고도를 통해 넘나들었다.
실크로드가 담당했던 동서양 문명교류가
차마고도에서는 동양국 사이의 거미줄같은 동서남북 문명교류로 이어진 것이다.
- 라싸 포탈라궁 앞에서 기도하는 순례자. -
차마고도를 통한 교역이 가장 활발했던 시기는
당나라(7~10세기) 때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당나라의 번성과 관련이 깊다.
외교와 군사적으로 팽창한 당나라는 군사력 증강을 위해
말의 수요가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당시 힘이 좋고 빠른 전투마는 티베트의 전신인 토번왕국의 특산물이었던 바,
당나라와 토번은 서로가 필요로 하는 차와 말을 맞바꿈으로써
서로가 만족하는 교역을 성사시켰다.
- 시가체의 전원적인 풍경. 시가체는 간체와 더불어 티베트 차마고도의 마지막 요충지나 다름없었다. -
사실 해발 4000m 안팎의 고원지대에서
야크 고기와 유제품 위주의 식생활을 하는 티베트인들에게
소화를 돕고, 장내의 기름기를 제거하며, 체액의 분비를 촉진하는 보이차는
더없이 훌륭한 음료였다.
티베트에서 차가 물과 불처럼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생활필수품으로 자리잡은 것도 그 때문이다.
- 팔코르 사원 뒤편에 올라 바라본 티베트 최고의 불탑 간체 쿰붐과 간체 시가지 풍경. -
오늘날에도 티베트인들은 세계 어느 민족보다 차를 즐겨 마시는 민족이다.
이들에게 차는 생명수나 다름없다.
이들은 하루 수십 잔의 차를 보통으로 마셔댄다.
하지만 티베트인이 마시는 차는 우리가 마시는 맑은 차와는 차이가 있다.
이들이 마시는 차는 주로 찻물에 버터를 첨가한 수유차(Tibetan butter tea)이다.
- 하늘에서 내려다본 만년설 봉우리와 빙하계곡. -
수유차는 찻잎을 끓여낸 물을 ‘돔부’라 불리는 차통에 넣고,
버터와 소금을 넣은 뒤 100여 회 이상 저어서 만들어낸다.
그냥 마시는 보이차에 비해 수유차는 열량이 훨씬 높아서
마시면 몸이 따뜻해질 뿐만 아니라
찻잎에 함유된 비타민과 미네랄을 보충하는 효과가 있다.
춥고 건조한 고원지대에 사는 티베트인들에게 딱 맞는 차가
바로 수유차인 것이다.
- 하늘에서 바라본 구름의 바다. -
3000여 년의 기나 긴 역사와 수많은 애환과 곡절이 서린 차마고도는
이제 무역로에서 조금씩 관광코스로 탈바꿈하고 있다.
만일 차마고도의 길이 그토록 가파르고 험난하지 않았더라면,
진작에 차마고도의 숨결은 끊어졌을지도 모른다.
위험했으므로 그 길은
오히려 개발과 현대화의 과정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었고,
오늘날 수많은 여행자의 로망으로 손꼽히게 된 것이다.
- 옛 차마고도의 갈래.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길-티베트,차마고도를 따라가다>(넥서스, 2007) 참조. -
아침 일찍 소금계곡을 향해 내려간다. 강 건너 산등성이에 자리한 루띵마을은 아직도 안개에 휘감겨 있다. 까마득한 절벽과 벼랑 아래로 황토색 란창강은 란창란창 흘러간다. 건너편 벼랑을 보니 실오라기처럼 이어진 차마고도의 옛길이 아찔하게 걸려 있다. 도무지 사람이 다닐 것같지 않은, 설령 다닌다고 해도 한발만 삐끗하면 곧바로 란창강이 집어삼키는 위험천만한 길. 오금이 저리는 그 위태로운 길을 강 건너에서 구경하는데, 무언가 움직이는 물체가 보인다. 망원렌즈를 통해 바라보니, 소금계곡에서 소금을 싣고 오는 마방의 행렬이었다.
실낱같은 벼랑길로 3명의 마부가 10여 마리의 말을 앞세워 소금짐을 싣고 가는 풍경. 바로 차마고도의 오랜 상인조직인 마방(말이나 노새, 당나귀를 이용해 차와 소금 등을 거래하고 운반하던 상인조직)의 무리였다. 사실상 옌징에 남아 있는 마방의 무리는 차마고도 교역로를 오가는 마지막 마방이나 다름없다. 이들은 옌징을 마지막 근거지로 삼고 있는데, 당연히 옌징의 소금이 이들의 전통을 아직까지 유지하게 만든 원동력이다.
소금 짐을 싣고 아슬아슬하게 뻗친 오르막을 다 올라온 마방의 행렬은 루띵마을로 이어진 낭떠러지 벼랑길을 위태롭게 옮겨가고 있다. 이 위험하기 짝이 없는 벼랑길에서 마방들은 짐을 싣지 않은 말일지라도 절대로 올라타는 법이 없다. 고원과 협곡에 부는 잦은 회오리바람에 말이 몸을 가누지 못해 마부를 벼랑으로 떨어뜨리는 사건이 이 곳에서 종종 일어났기 때문이다. 사실 저런 벼랑길에서 맞바람이라도 맞닥뜨리게 되면, 멀쩡하게 두발로 걸어가는 것조차 어렵다.
나는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마방의 행렬이 루띵마을까지 무사히 올라가는 것을 보고 나서야 소금계곡으로 발길을 돌렸다. 내리막길 에움길을 돌아서자 말로만 듣던 소금계곡의 진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S자로 휘돌아나가는 란창강을 사이에 두고 다랑논처럼 양쪽 계곡에 빼곡히 들어선 것들은 모두 염전이다. 나도 천천히 말이 걷는 속도로 염전에 도착한다. 금방 마방이 소금을 싣고 떠난 뒤라 그런지, 염전에는 사내들이 보이지 않는다. 엄청난 염전지대에 고작해야 몇 명의 아낙들만 남아서 소금밭을 손질하고 있다.
란창강 협곡에 자리한 소금계곡의 소금밭은 마치 계단식으로 펼쳐진 다랑논을 연상케 한다. 그러나 이건 그냥 다랑논이 아니라 오랜 세월 피와 땀으로 일구어낸 눈물의 소금밭이다. 하나의 염전은 수많은 나무기둥과 받침대로 이루어져 있다. 빼곡하게 세운 나무받침 위에 돌과 흙을 깔고, 그 위에 또 고운 진흙을 이겨 미장을 하고 두렁을 높여 염전을 만드는데, 이 염전들이 수백여 개 어울려 다랑이진 모습이 오늘날 볼 수 있는 소금 계곡의 진풍경이다. 더욱 값진 것은 이 곳의 오래된 소금 생산 방식이다. 그 옛날 해저에 잠겨 있던 소금지대는 란창강 협곡의 몇몇 곳에 샘솟는 온천수에 의해 지표로 솟아나는데, 이 물을 증발시키거나 여과시킨 것이 바로 이 곳의 소금이다.
사실상 오늘날 남아 있는 마지막 마방은 소금계곡의 소금을 주요 거래 품목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란창강 하류에 댐 건설을 계획하고 있어, 소금계곡과 마방의 운명은 곧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현재 유일하게 남아 있는 ‘살아 있는 차마고도 박물관’에 다름아닌 소금계곡과 마방이 사라지면 벼랑길을 따라 이어온 차마고도의 역사도 빛이 바랠 것이 뻔하다.
지난해 여름 내가 차마고도를 여행했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바로 소금계곡과 마방을 만났던 시간들이다. 그것은 아직도 내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특히 옌징을 벗어나 만난 미라 씨(53) 일행은 내게 차마고도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미라 씨가 이끄는 마방의 행렬은 규모가 아주 작아서 3명의 마부와 6마리의 말로 이루어졌다. 내가 그들을 만났을 때 그들은 때마침 길가에서 휴식을 취하기 위해 말에서 소금짐을 내리고 있었다.
그들은 말에 싣고 온 갈색 마포자루를 내려놓고, 안장과 마구도 다 풀어 내린 뒤, 6마리의 말을 근처의 풀밭으로 내몰았다. 마방의 휴식은 차를 끓이는 것으로 시작된다. 한 명의 마부가 땔나무를 주워오면, 다른 마부는 돌을 가져다 임시 아궁이를 만들고 불을 때기 시작한다. 일행의 우두머리인 미라 씨는 찌그러지고 때가 시커멓게 낀 양재기에 물을 붓고는 칼로 덩어리차를 숭덩숭덩 잘라넣는다.
“이렇게 다니면서 늘 차를 마시는가?” “그렇다. 차는 지친 몸을 풀어주고, 영혼을 맑게 한다.” “하루에 어느 정도의 차를 마시는가?” “열잔 이상은 보통으로 마신다.” “아까 말에서 내린 짐은 무엇인가?” “옌빠(소금)다.” “이걸 싣고 어디까지 가는가?” “망캄까지 간다. 이렇게 말을 끌고 가면 4일쯤 걸린다.” “이걸 가져가면 거기서 얼마나 받는가?” “100근(한근에 600그램)에 45~50위안쯤 받는다.” “그것밖엔 안되나. 그런데도 망캄까지 가야 하나?” “가야 한다. 이제껏 그렇게 살아왔다.”
미라씨 일행은 먼지가 풀풀 날리는 보따리에서 내게 빠바(티벳 빵)와 양유(나물무침)를 건넸다. 하지만 모래와 먼지가 아작아작 씹혀서 도저히 먹을 수가 없다. 그래도 그들에게는 이것이 무엇보다 소중한 식량이다. 사실 마방은 대상을 떠날 때 길에서 먹고 길에서 잔다. 그러다 길에서 죽는 게 마방의 운명이다. 옛날 마방에 의해 운반된 윈난의 차가 유난히 맛있는 까닭이 말 등에 실려오는 동안 말땀 냄새가 배고, 그것이 고원의 바람에 섞여 차의 발효를 도와 그렇다는 얘기는 믿을만한 사실이다. 말이 차를 실어오는 동안 차는 발효가 더해지는 셈이다.
사실상 마지막 마방은 소금계곡을 근거지로 그 맥을 이어오고 있다. 이제는 티베트에서조차 미라 씨처럼 그의 아들이 마방의 대를 잇겠다고 나서는 이들이 거의 없다. 얼마 전 거얼무와 라싸를 오가던 차마북로의 마방은 완전히 해체되었고, 라싸와 시가체 등의 마방도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그들이 말을 이끌고 가던 길은 포장이 되었고, 포장된 길로 트럭이 오가며 그들의 교역 품목을 실어날랐다. 소금 계곡이 있는 옌징도 머지 않아 그렇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곳의 마방도 오랜 역사를 마감해야 할 것이다.
첫댓글 여행한번 해보고 싶은곳이네 너무나 딴 세상이라 보고싶네 잘보고 가네 카페지기,,,,,,,
아~길다...카페지기 글 올리느라 넘 수고 많았어...잘보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