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마을기자단 전신미
중랑마을人이란,
중랑구에서 다년간 활동해온 마을활동가분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마을활동기를 기록하는 마을기록활동입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소개될 다양한 활동들을 기대해주세요 :)
기자가 본 이상춘 마을넷 공동대표는 영화 속의 홍반장처럼 어디선가 마을에 무슨 일이 생기면 반드시 나타나 현장을 지켜주는 분이었다. 묵동 N 모임에 처음으로 간 날, 중후한 흰머리가 인상적인 대표님을 처음 만났다. 그 이후로 마을넷에서, 마을학교에서, 초록상상 텃밭에서, 마을 의 공론장이 있는 현장 곳곳에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왕성한 활동력으로 마을 현장의 맨 앞에서 다 함께 행복한 마을살이를 꿈꾸며, 봉화산이 좋아 중랑에서 살고 있는 이상춘 마을넷 공동대표를 만나 마을 활동가로 살아 온 그동안의 이야기를 들었다.
중랑구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지역 활동으로는 한살림 중랑지구 운영위원과 중랑마을넷 공동대표 및 중랑사회적경제네트워크 대표를 맡고 있고 개인적으론 태극권 동호회를 지역 어르신들과 함께하면서 새벽 6~7시에 늘 태극권 운동하고 있습니다.
중랑구에서 언제부터 사셨나요?
2002년 10월부터 살고 있으니 18년 됐네요. 중랑구에서 살게 된 계기는 37년 전 결혼할 때 처가가 면목동에 살고 있었고, 맞벌이를 하다 보니 장모님이 아이를 주로 돌봐주셔서 면목동을 자주 오게 되었어요. 20년 전쯤 5단지에 살고 있는 교우의 초대를 받아 왔는데 주변 주거 환경이 너무 좋았어요. 언젠가는 이곳으로 이사 오리라 마음먹고 있다가, 다행히 기회가 되어 2년 후 이사 왔지요. 살아보니 주변에 공원과 봉화산이 있고 도서관과 체육관, 전철역이 가까이 있어 참 좋아요.
마을 활동은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한살림 매장이 7년 전에 집 근처에 생겼어요. 늘 한살림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회원으로 가입했어요. 한살림 마을모임에 참여하다 보니 마을을 차츰 알게 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점점 활동 범위가 넓어지게 되었어요.
대표님의 마을 활동은 한살림 마을모임으로 시작하셨는데요. 그 이후 어떤 활동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한살림 활동에 참여하면서, 한살림 지역 대의원과 운영위원을 맡게 되었어요. 관심을 갖고 있던 먹거리, 교육, 환경문제 등을 함께 배우고 이야기하는 기회가 많았어요. 생산지를 탐방하고 환경활동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활기를 찾게 되었지요. 3년 전, 마을넷 생활정치분과장으로 지역의 문제를 함께 논의하며 해결하려고 노력했었지요. 작년부터 마을넷 공동대표와 중랑혁신교육, 중랑구협치회의, 중랑사회적경제네트워크 등에도 참여하게 되었어요.
마을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시는데요. 요즘 집중하고 있는 사업은 무엇인지 소개해 주세요?
다른 단체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중랑사회적경제네트워크는 이제 첫발을 떼고 있어요. 사회적 경제란,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이 있으면서 동시에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협동조합, 마을기업, 사회적 기업을 포함하고 있는데요. 유럽에서는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미미한 편이에요. 중랑구는 다른 자치구에 비해 열악하고요. 아직 연합체가 없습니다. 앞으로 지역의 다양한 과제들을 사회적 경제로 풀어가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건강, 환경, 교육, 돌봄도 사회적 경제로 풀면서 함께 힘을 모으고 지혜를 모으면 방법이 있어요. 함께 배우고 교육하면서 만들어 가는 거죠. 현재는 15개 사업체가 참여하고 있어요. 회원이 25명 정도 되는데, 앞으로 내실을 기하면서 범위도 확대해서 활성화시켜야 합니다.
마을의 다양한 곳에서 앞장서서 일하고 계신데요. 그 힘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오래전 인터뷰한 기자가 ‘영원한 민들레 청년’이라고 기사를 썼어요. 대안학교인 ‘산청 민들레 학교’ 공동 설립자로 학교를 만든 과정을 듣고 얻게 된 별명이죠. 꿈이 많은 저는,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갖고, 사람들과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을 좋아해요. 마을 일을 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만나게 되죠. 생각을 나누고 격려하면서 지역을 살기 좋은 사회로 변화시키는 일을 하며, 서로에게 힘이 되고 있는 마을살이에 보람을 느껴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조금이라도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어요.
과거로 돌아가신다면 언제로 가고 싶으신가요?
먼저 관심 분야인 교육과 환경을 포괄할 수 있는 한살림 초창기로 돌아가 일찍 시작하고 싶고, 가능하다면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요.
초등학교 4학년까지 전기도 차도 없는 경상도 두메산골에서 살았어요. 산길을 걸어 학교를 다니고 부모님을 도와 농사일을 하느라 몸은 힘들었지만, 진달래 따먹고, 냇가에서 고기 잡고 물놀이하던 아름다웠던 추억 속의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그동안 마을에서 활동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한살림 회원 중 다섯 가족이 텃밭을 함께 했던 적이 있어요. 마을 축제에서 오랜만에 만났는데, 회원의 어린 딸이 멀리서부터 알아보고 뛰어와 안기는 거예요. 순간 나는 감격했어요! 채소와 고구마 심는 법을 알려준 적이 있었는데, 그 기억이 좋았는지 반갑게 맞아 준거죠. 마을에서 아이들과 어른이 어떻게 만나야 되는지를 생각하게 된 한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것은 신내근린공원에 주차장을 설치하려는 것을 주민청원으로 막은 일이에요. 주차장이 공원에 들어오면 소음과 미세먼지, 특히 아이들이 많이 이용하는 공원에 주차장이 들어오면 안전 문제도 생기잖아요. 이건 아니다 싶어서 적극 반대하는 서명을 2주일 동안 약2,000여 여명의 서명을 받았어요. 구청 담당자와 구의원, 국회의원을 찾아가서 반대하는 주민들의 의견을 전달했어요. 그 결과로 주차장 설치 계획이 무산된 것이 기억에 남아요.
현재 중랑구 마을 활동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대표님은 어떻게 바라보고 계시나요?
그동안 열심히 달려왔는데 지금은 코로나19로 여러 분야에서 어려움이 많아요. 기후 위기도 심각하고요. 이 어려운 시기는 혼자 헤쳐 나가기는 힘들어요. 지역주민들이 함께 지혜를 모으고 힘을 합쳐 이겨 내야지요.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내고 함께 모색해야 해요. “혼자 꾸는 꿈은 그냥 꿈이지만, 함께 꾸면 현실이 된다."라는 말이 있듯이 현실은 막막하고 무척 힘든 상황이지만 희망과 의지를 가지고 함께 노력하면 반드시 이루어지리라 믿어요.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요?
현재 유럽과 일부 자치구 마을에서 추진하고 있는 전환마을운동에 참여하고 싶어요. 기후위기와 코로나이후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뜻있는 주민들과 함께 기후위기에 대응하며 전반적인 삶을 생태적인 삶으로 바꾸어가는 운동을 함께하고 싶어요. 그래서 많은 산과 공원을 지닌 우리 중랑구가 망우역사문화공원에 묻힌 훌륭한 선조들의 뜻을 이어 자연을 보존하며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모두가 행복한 생태문화자치구로 발전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