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리오즈(Berlioz)
환상 교향곡(Symphonie Fantastique,Op.14)
● 주요 선정곡 ▶ 무도회(Un bal) : 제2악장 (6:26) ▶ 단두대로의 행진 : 제4악장 (4:42)
■ 개설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은 단지 베를리오즈의 대표작일 뿐 아니라 교향곡사상 돋보이는 중요한 작품이다. 이 작품을 쓰게 된 동기에 대해서는 「작곡의 경과」에서 후술하겠으나, 이 작품이 작곡된 1830년에 멘델스존(1809~47)은 이미 5곡의 교향곡을 쓰고 있었으나 슈만(1810~56)은 아직 교향곡을 발표하지 않고 브람스(1833~1897)는 아직 어려서, 시대는 이미 낭만주의로 들어섰다고는 해도 아직까지 고전적인 기초를 파괴하지 못한 시기였다. 이러한 때에 갑자기 「환상 교향곡」과 같은 지극히 독창적인 태도로서 음악에 표제성을 도입시킨 작품이 나타났기 때문에 그 반응은 대단한 것이었다. 베를리오즈의 성격이 너무나도 다감하고 병적인 몽상과 육체를 불태울 만큼 정열의 소유자여서, 그 때문에 형식에 구속된 고전적인 교향곡을 쓰기란 도저히 되지 않았고 멘델스존과 같은 객관적인 표제가 아닌, 대담하기 보다는 그렇게 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강한 충동에서 음악을 표제에 종속시켜 자서전적 내용으로 만들고 말았다. 구성이나 화성 그리고 선율에도 과거의 형태와는 다른 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그의 대표작의 위치에 있으며 뿐만 아니라 리스트나 바그너에게 그의 영향을 주어 자유로운 낭만주의의 꽃을 피우게 한 도화선 역할을 철저하게 한 것은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또 이 작품을 만들기 2년쯤 전에 베를리오즈는 베토벤의 교향곡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으므로 그 영향이 이 작품 속에 투영되어 있으리라는 것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또 괴테에 대해서도 강하게 마음이 이끌려 그것이 계기가 되어 「파우스트의 겁벌」의 원형으로 된 「파우스트의 8경」(독창, 합창, 오케스트라의 작품,1828년 작곡)을 창작하게 되는데, 이 「환상 교향곡」에서도 악마의 음악인 마지막 악장은 「발푸르기스의 밤」에서 착상되었다고 전해진다. 수법상 특히 주목되는 것은 고정악상(固定樂想) 또는 고정관념의 사용인 것이다. 이것은 이 작품을 작곡한 동기가 되었던 작곡가가 열렬히 사랑했던 여성을 일정한 선율로 나타내고 각 악장마다 그 정경에 어울리게끔 주로 리듬과 악기만을 변화시켜 사용하는 방법이다. 이것이 후일 바그너에게 라이트모티브를, 리스트를 거쳐 프랑크에게 순환형식을 사용케 한 발단이 되었다. 또 관현악법은 기본으로서는 베토벤 시대와 같은 2관 편성이나 표현의 요청 때문에 기형적이고 변칙적인 방법을 무수히 쓰고 있다. 이 「환상 교향곡」에는 목관만 해도 파곳을 4, 금관의 튜바 2, 3악장에선 팀파니 주자를 4명, 또 그 당시로선 진기하게도 하프를 2대나 쓰게 했고 이상한 음형을 추구한 나머지 Eb조의 클라리넷을 등장시켰고 종으로 울리는가 하면 현을 활의 등 쪽으로 치는 콜 레뇨(col legno)등, 당시로서는 퍽 기상천외의 수단을 썼던 것이다. 이 작품은 「어떤 예술가의 생활의 삽화Épisode de la vie d'un artiste」라고 하는 2부작 중의 제1부로서「5부로 된 환상 대교향곡 grande symphonie fantastique en cingparties」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참고로2부작의 제2는 서정적 독백극(mono drama) 「렐리오, 생애의 복귀 Lélio,Ou le retourá la Vie」작품 14b(1832년 작)이다. 「환상 교향곡」에는 곡 첫머리에 설명적인 문장이 쓰여 있고, 그것으로도 모자란 듯이 각 악장에 기다랗게 주석까지 쓰여 있었으나 후일 표제만 남기고 삭제되었다고 한다. 곡 첫머리의 문장에 의하면 처음엔 제1~3악장은 베를리오즈의 사랑의 감정을 몇 가지 추억을 통해 적었고, 제4, 제5악장에서는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아편의 힘에 의한 악마적인 환상에 의해 복수라도 하는 것처럼 때려 부수는 것같이 설명되어 있었으나 이것은 다시 개작되어 전체 악장을 아편의 작용에 의해 생긴 괴기한 환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병적인 감수성과 격렬한 상상력을 지닌 젊은 예술가가 사랑의 번민으로 절망의 구렁에서 아편 자살을 꾀한다. 그러나 복용량이 적어서 죽음에 이르지 못하고 기괴한 일련의 몽환을 보게 된다. 그 속에서 사랑하는 여인은 하나의 선율로서 나타난다.」 라는 이상 성격적인 것이다.
▲ 작곡의 경과 베를리오즈는 22세 때 「로마 대상」의 예선에서 실격했으나 얼마 되지 않아 파리음악원에 입학했다. 그리고 그 다음 해는 예선에 통과했으나 과제곡에서 실패한 나머지 병상에 누어 버린다. 그러다가 그 해 9월에 오데옹좌에서 영국 극단의 세익스피어의 극 <로미오와 줄리엣>을 복 줄리에트로 분장한 주연 여배우인 스미드슨(Harriet Smithson)에 대해 열광적인 사랑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나 상대는 세상에 떠들썩한 대여우로서 가난한 음악 학생 따위를 상대할 리가 없고 그 후 편지로 결혼을 간청했으나 전혀 상대해 주지 않았다. 이 시기의 그의 정열적이고 몽환적인 경향이 격렬한 짝사랑을 통해서 이 독특한 작품을 쓰게 만들었던 것이다. 이 작품이 대작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단기간에 완성하였는데 제3악장 「들녘의 정경」을 작곡할 때는 상당히 고심한 것 같다. 그런데 이듬해에 개정되었다(제2악장 ‘무도회’의 원보에서 코넷을 삭제하는 등)으며, 출판은 1845년에 이르러서야 이루어졌다. 그리고 이 해에는 드디어 대망의 「로마 대상」을 받았으나 스미드슨의 사랑은 한풀 꺾여서 로마 유학 전에 피아니스트인 모크와 약혼했으며, 12월에 「환상 교향곡」이 초연되었다. 그러나 그 후 모크는 딴 사람에게 시집을 가 버리자, 또다시 스미드슨에의 사랑이 재연해서 3년 후에 주위의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마침내 그녀와 결혼하게 되었으나 이미 인기가 하락한 여우와의 결혼은 과히 행복하지 못했다고 한다. ▲ 초연 1830년 12월 5일 파리 음악원의 연주회에서 아브넥의 지휘로 연주되었다. 1845년에 출판된 이 곡은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1세에게 헌정되었다. ▲악기 편성 플루트 2(하나는 피콜로로 겸함), 오보에 2(하나는 잉글리시 호른으로 겸함), 클라리넷 2, 파곳 4, 호른 4, 코넷 2, 트럼펫 2, 트롬본 3, 튜바 2, 팀파니 2(제3악장만 4명), 큰북, 심벌즈, 종(튜블러 벨), 하프 2, 현 5부
■ 해설 ▲ 1악장 : 「꿈, 열정 Rêveries, Passions」 형식적으로는 비교적 긴 라르고의 서주를 지닌 소나타 형식이다. 서주에선 젊은 예술가가 다시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기 전의 무언가 불안함과 초조와 동경의 심정을 표현하고 있다. 목관의 질질 끌리는 듯한 도입음에 이끌려 약음기를 붙인 바이올린이 가냘프게 그러나 그 무엇을 안타깝게 갈망하는 듯한 우울한 가락을 띄엄띄엄 연주하나 이윽고 약간 활기 있게 이유 없는 흥분을 나타내고 계속해서 첫머리의 선율이 밝은 장조로 노래되고 감정의 기복을 지나 격하게 두들기는 주부의 개시 화음으로 연결된다. 급속한 주부에서는 이윽고 플루트와 바이올린에 침착한 선율이 나타난다. 이것이 연인을 상징하는 고정 악상으로서 우아한 기품으로 길게 뻗어 나간다. 또 하나의 주제가 딸림조로 나타나는데 제2주제처럼 재귀할 때는 으뜸조로 되돌아간다. 연인을 얻게 되자 격렬하게 폭발하는 사랑의 몸부림, 그리고 고뇌와 광란이 들끓어 오른다. 곡은 극적인 전개부와 재현부를 지나 코다는 체념 속에서 도달한 것처럼 평온한 기분이며 종교적인 활기 같은 프라갈 종지로 조용하게 마무리된다.
▲ 2악장 : 「무도회 Un bal」 작곡자의 주석에 따르면 화려한 무도회에서 그는 연인의 자태를 바라보는 정경을 표현하고 있다. 곡은 왈츠인데 도입한 것은 당시로서는 이례적인 것이었다. 참고로 이 시기는 요한 스트라우스의 빈 왈츠는 아직은 오늘날처럼 완성된 형태의 명곡으로 만들어져 있지 않았다. 곡의 첫머리에는 최초의 왈츠의 리듬이 아직 나타나지 않고 현의 트레몰로나 하프의 장식적인 음형에 의해 사람들의 웅성거림과 떠들썩함을 묘사하는데, 이윽고 즐거운 왈츠의 선율이 시작된다. 곡상이 고조되면 플루트와 오보에가 고정 악상을 변화시켜 연주하고 연인이 춤추고 있는 것을 생각게 하나 이윽고 그것도 사람들의 소요로 들리지 않게 되고 웅성거리는 왈츠가 계속된다. 다시 한 번 연인의 자태가 나타나고 급격한 종결 악절의 흥분이 이것을 압도하며 화려하게 곡은 끝난다.
▲ 3악장 : 「들녘의 정경 Scéne áux champs」 어떤 여름날 저녁때 들녘에서 두 사람의 목동이 서툴게 부는 피리 소리를 듣는다. 가느다란 희망이 싹트지만 연인을 회상하고는 ‘혹시 그녀가 배신이라도 한다면’하는 무서운 불안에 흔들린다. 곡의 끝 가까이서 목동 한 사람이 피리를 불지만 이미 응답은 없다. 해는 기울고 뇌성 소리가 먼 하늘에서 들리고 그리고는 정적과 고독만이 남을 뿐이다. 베토벤의 전원교향곡의 영향인 듯한 유연한 곡인데 심리적인 불안과 동요도 교묘하게 짜여 있다.즉 곡은 잉글리시 호른과 멀리서 들려오는(무대의 옆 안쪽) 오보에의 목적(牧笛)이 주고받는 호응으로 시작되는데, 이윽고 비올라의 트레몰로가 황혼이 점점 깊어짐을 알린다. 전원적인 주선율이 플루트를 겹친 바이올린으로 연주되어 발전해 나간다. 이윽고 새 소리도 들리고 드디어 전원적인 풍취가 짙어진다. 그러나 심리적 불안은 높아져서 연인의 고정 악상이 나타난다. 불안은 더욱 심해지나 어느 새 진정되고 클라리넷으로 조용한 가락이 울려 나온다. 또 마음은 설레고 연인 생각에 쫓기지만 여기에는 전원적인 주선율이 단편적으로 얽혀진다. 잉글리시 호른에 의한 목동의 피리가 들리나 아무 대답이 없고 다만 멀리서 우레 소리가 울릴 뿐이다. 이것은 4사람의 주자가 팀파니를 하나씩 연주하는 것이다. 그 소리가 조용해지면 정적과 고독을 알리는 듯한 허전한 종지로 된다. 또 이 악장에서의 연인의 주제의 출현은 주인공(베를리오즈)이 회상한다는 설명 외에 이 들녘에 연인이 나타났다고 하는 주석도 있다.
▲ 4악장 : 「단두대로의 행진 Marche au supplice」 그는 연인을 죽이고 사형이 선고되어 단두대를 향해 끌려가고 있다. 최후의 순간에 연인의 영상이 문득 떠오르나 죽음이라는 타격에 의해 곧 잊게 된다는 취향이지만 이것은 그의 꿈 또는 환상인 것이다. 불안하고 야릇한 현과 팀파니의 리듬을 타고 호른이 무겁게 행진 기분을 암시하면 이윽고 첼로와 콘트라바스에 결연히 항거할 여지가 없는 선율이 제시되고 파곳이 비웃는 듯이 얽힌다. 행진은 점차 힘차게 되어 드디어 전합주에 의해 당당한 주제를 울리는데, 선뜻 연인을 상징하는 악상을 클라리넷으로 연주하는가 하면 그 순간 전합주의 포효에 의한 길로틴의 일격에 모든 것은 끝나고 곡은 끝난다.
▲ 5악장 : 「마녀의 밤잔치의 꿈 - 마녀의 론도 Songe d'une nuit du Sabbat - Ronde 여 Sabbat」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착상된 브로켄의 산에서 열린 마녀들의 밤잔치에서 이미 죽음이 다가온 자신의 장례에 열석(列席)한 것이다. 참고로 브로켄의 마녀들의 밤잔치는 매년 5월 1일의 전야에 행해지는 것으로서, 괴테의 「파우스트」이전에 예전부터 독일에 전해지는 전설인데 베를리오즈는 기괴하게도 이 전설적인 행사와 자신의 매장을 결부시킨 것이다. 그는 자신의 장례식에 모인 괴물이나 마귀들과 더불어 소름이 끼치는 무서운 마녀의 춤에 넋을 잃고 있다. 거기에 연인이 나타나는데 어쩐 일인지 오통 지난날의 기품을 잃고 창부처럼 되어버린 것이다. 조종(弔鍾)이 울리고 성가 ‘진노의 날’이 연주되고 이윽고 마녀의 춤과 ‘진노의 날’이 나란히 울려 퍼진다. 기상천외한 음악인데 곡의 중심은 ‘마녀의 론도’로서 여기에 선행하는 몇 개의 부분이 서주라고 할 수 없을 만큼 길게 흘려진다. 먼저 곡은 현으로 연주되는 무척 불안하고 야릇한 음형으로 시작되어 플루트와 호른으로 닭 우는 소리를 흉내 낸다. 한 번 더 이런 기분이 묘사되고 클라리넷에 고정 악상이 나타나는데 항상 트릴이 수반된 경박한 선율로 바뀌어 진다. 한 때는 격렬한 전관현악의 포효로 방해를 받지만 이 선율은 다시 경박한 느낌의 Eb조의 클라리넷으로 연주된다. 점차 오케스트라가 고조되고 론도의 주제가 잠시 끼어들다 끝난다. 종이 울려 퍼지고 성가 ‘진노의 날’이 두 개의 파곳과 튜바로 무겁게 연주된다. 더욱 이 진노의 날의 선율은 가톨릭의 전례속의 「사자를 위한 미사 Missa pro defunctis」에서 불리는 일련의 그레고리오 성가 중의 하나인 「진노의 날 Dies irae」에서 가사를 바꾼 것으로 12회 반복해서 불려진다. 이윽고 급속한 론도가 현악진에 의해서 시작되면 그것이 발전하여 큰 푸가 형식으로 된다. 「진노의 날」을 변형시켜 연주하는데 론도는 점점 발전해서 정점을 현에 의한 론도 주제와 관에 의한 「진노의날」에 동시 연주되는 음악으로 마무리한다. 그것에 이어 야릇한 콜 레뇨 그리고 곡은 다시 고조되어 지옥의 분방함과 광란스러움을 나타내는 듯한 클라이맥스에 도달한다. <출처 : 세광출판사,"명곡해설 전집,제1권,pp.362~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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