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광고업자 의존 명맥 “에너지 절약의 상징 정부 지원 있었으면”
경북 의성군 의성읍 도동리 의성향교 앞에는 국내에 단 하나밖에 없는 공장이 있다.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허름한 건물로 전체 면적은 1만500여㎡에 달하지만 일하는 사람은 동네 아주머니 7명을 비롯해 모두 9명이다. 이들은 원목을 아주 작게 잘라 그 끝에 화공약품을 입히고 말려 포장하는 일을 하고 있다. 과거 전기 등 에너지가 귀하던 시절, 부뚜막이나 석유풍로, 호롱불 주위에 놓아두고 혹 물이라도 묻을까 봐 신주단지 모시듯 했던, 성냥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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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의성의 ‘성광성냥’ 손학익 상무가 직원들과 함께 윤전기에서 두약이 입혀져 나온 성냥개비들을 정리하고 있다. <의성 | 최슬기기자> | 성광성냥. 국내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성냥공장이다.
성냥공장은 1970년대를 전후해 전국에 300개가 넘게 성업할 정도로 ‘전성기’를 맞았다. 그러나 80년대 후반부터 일회용 라이터와 중국산 성냥이 밀려 들면서 하나 둘 사라지기 시작, 지금은 이곳만 남았다. 성광성냥은 1954년 설립됐다. 손진국씨(72)가 50년 넘게 이끌어오다 2년 전부터 둘째 아들인 손학익 상무(41)에게 경영을 맡겼다. 학익씨는 9년 전 경기도 안양에서의 직장생활을 접고 낙향, 가업을 잇고 있다.
이곳에서 만드는 상표는 ‘향로성냥’과 ‘덕용성냥’. 과거 대구·경북권은 물론 부산에서 강원도 고성에 이르는 해안지역에서 ‘알아주던’ 성냥이다. 습기가 많은 곳에서도 잘 켜지고 잘 꺼지지 않아 바닷가 지역에서 특히 인기가 높았다. 한때 성냥갑을 만드는 협력업체까지 포함해 직원이 240여명에 달했고 한 달 매출이 요즘 돈 가치로 6억원에 이를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지금은 일부 잡화상과 광고업자들의 주문에 의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기계를 세워야 하는 날도 많다.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1억3000만원으로 전년도보다 2000만원가량 줄었다. 윤전기 두 대중 한 대는 방글라데시에 팔았다. 지난 6월에는 공장장 등 30년 이상 근무하던 직원 5명이 또 회사를 떠났다.
“어렵지만 성냥 산업의 마지막 보루라는 자부심으로 가업을 잇고 있습니다.”
손 상무는 24일 “성냥이 일회용 라이터에 비해 친환경적이고 근대화 시기 생필품이자 에너지 절약의 상징인 만큼 공장 시설과 연계해 성냥박물관이나 에너지 절약 체험시설을 짓는 등의 정부 지원책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의성 | 최슬기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