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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나도 문화해설사가 될 수 있다(나문사) 원문보기 글쓴이: 동쪽임금_최동군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 |
Is it not delightful to have friends coming from distant quarters? 벗이(朋) 있어(有) 먼 곳으로부터(自遠) 찾아오면(方來) 또한(亦) 즐겁지(樂) 아니(不)한가(乎)? |
有(있을 유) 朋(벗 붕) 自(스스로 자//~서부터, 말미암다) 遠(멀 원) 方(모 방//장소, 방향) 來(올 래) 不(아닐 부(불)) 亦(또 역) 樂(즐거울 락) 乎(어조사 호) |
學而-1-2. 친구를 의미하는 글자로 굳이 왜 벗 우(友)가 아닌 벗 붕(朋)을 썼을까?
먼 곳의 친구가 찾아오면 즐겁다? 가까운 곳의 친구가 찾아오면 즐겁지 않다는 뜻인가? 이 대목의 해석은 <유붕有朋>이 열쇠를 쥐고 있다. 친구가 찾아와서 즐겁다는 뜻을 표현하고자 했다면 문법적으로 <유有> 글자는 없어도 뜻은 잘 통한다. 그럼에도 굳이 <유有>를 집어 넣었다. 그렇다면 <유有>에 좀 더 깊은 뜻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친구를 뜻하는 글자로 <붕朋>을 썼는데, 그 글자보다는 오히려 <우友> 가 더 쉽고 보편적으로 사용된다. 그렇다면 왜 굳이 <붕朋> 자를 썼을까?
우선 한자사전에서 <붕朋>자의 뜻을 찾아보면 순수한 <벗, 친구> 이외에 <무리(모여서 뭉친 한 동아리), 짝, 같은 부류(部類), 패, 패거리>라는 뜻이 있어서 뭔가 이해(利害)나 주의(主義) 따위를 함께 하는 사람들이라는 뉘앙스가 강하다. 이는 당파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붕당(朋黨)이라는 말에서도 확인이 된다. 따라서 <유붕有朋>의 해석은 단순한 벗이 아니라 평소에 나와 소신이나 의견을 같이 하는 사람이 아주 먼 곳에 있었는데, 뜻 밖에도 그 사람이 나를 찾아온다니 내가 즐겁지 않겠느냐 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공자는 인(仁)에 의한 이상주의적인 정치사상(덕치德治, 문치文治)을 강조했으나 춘추전국시대의 군주들은 그런 이상주의적인 정치보다는 법치(法治), 무치(武治)를 더 선호했고 실제 춘추전국시대를 통일한 진나라(진시황제)의 사상도 유가(儒家)사상이 아닌 법가(法家)사상이었다. 그런 까닭에 공자는 세상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돌아다녀야 했다. 그랬던 그에게 그것도 아주 먼 곳에서 자신과 뜻이 맞는 사람이 일부러 찾아왔으니 얼마나 기쁘고 즐거웠겠는가?
이 문구에서도 역락(亦樂)이라는 글자를 발췌하여 각종 건물의 현판에 <역락서재(亦樂書齋, 도산서원 내의 건물)>, <역락재(亦樂齋)>, <역락도서관> 등으로 많이 활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