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핑계 삼아 아이들과 송편 만들기를 했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서 들어가는 품이 제법 많다. 그런 걸 번거롭게 생각하면 못할 일이다.
먼저 맵쌀가루를 구해야 한다. 떡집에 전화를 했더니, 해 줄 듯 하다가 말을 바꾸어서는 그런 건 안해 준단다. 지난 월요일 퇴근길에 떡집에 직접 들러서 이야기해보면 좀 긍정적으로 들어줄까 싶어서 주인 아주머니를 만났더니, 역시나 그건 안된단다. 거기까지만 말해도 알아들었건만, 떡방앗간을 가야 하는데, 쌀을 가져가야 할 거라는 둥, 그 정도 소량을 해주지는 않을거라는 추측까지 해 준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깐깐한 목소리로 쏟아내니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어찌어찌 떡방앗간을 찾아서 목요일 아침에 찾아가기로 했다. 욕쟁이 할머니처럼 친절함에는 관심 없어보이는 말투였지만 정직해 보이는 아주머니였다. 쌀가루만 받기로 했는데, 아침에 가니 반죽까지 해 놓고 계셨다. 가져가서 반죽을 제대로 할 것처럼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래도 안심이 되지 않는다는 듯 모양을 잡아 만드는 법, 오목하게 파서 소를 넣는방법까지 세세히 설명해 주셨다. 고맙기도 하고, 먹음직스러워 보이기도 해서 진열대에 놓인 떡을 2만원치 사서 교무실에 가서 풀었더니, 사람들이 들러붙어 신나게 먹느라 아침부터 학교 지붕이 들썩거렸다.
교감선생님께 솔잎을 뜯어달라고 부탁을 했더니, 아침부터 쏟아진 비 때문에 난색을 표하신다. 어쨌든 계획한 시간은 1교시여서, 모둠별로 소분한 재료를 2층으로 들고 올라갔다. 영양사님이 떡의 유래와 종류를 안내하고, 만드는 방법을 설명했다.
그 사이 교감선생님께서 비를 뚫고 나가셔서 솔잎과 연잎을 올려 주셨다. 교감선생님 만세!
라텍스 장갑을 낀 아이들은 저마다 조물거리며 떡 비슷한 모양을 만들었다. 그 대충 만든 모양이 솔잎과 연잎이라는 훌륭한 배경 위에 올라가니, 예술적으로 보이는 착시를 일으켰다. 만두모양은 이해가 가는데, 길쭉하게 구부러진 모양은 대체 무엇인지, 5학년 개구진 남학생은 과감한 디자인으로 만들었다. 우리반 아이들은 곰돌이, 하트, 토끼 등의 모양으로 장난질을 했다.
쪄서 먹을 정도의 시간은 안되어서 급식소에서 쪄서 점심 급식 디저트로 먹기로 했다. 교무실에서는 실무원님들이 남은 반죽으로 송편을 만들었다. 즐겁고 유쾌한 소란이었다.
뭐가 잘못 되었는지, 찐 송편은 조금 딱딱하고 질긴 편이었다. 아이들은 자기들이 만든 송편을 찾아 내느라 배식대에서 서성거리다가 조리사님의 지청구를 들었다. 자기들이 만든 송편이라고 한껏 이야기를 하며 잘 먹었다. 아이들과 추석을 핑계삼아 어른들이 더 즐거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