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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 발달한 현대전에서 시가지 전투는 피할 수 없는 요소다. 고층 건물과 거미줄 같은 도로망 등을 극복하는 능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 ‘육군 훈련의 꽃’으로 불리는 유격훈련체계도 현대전 특성에 맞춰 탈바꿈했다. 육군12보병사단은 4일 올해 새롭게 문을 연 을지유격훈련장에서 ‘확 바뀐’ 유격훈련을 선보였다. 전우들과 건물 외벽을 오르고, 창틀을 넘는 색다른 유격훈련을 하며 전우애를 다진 12사단 수도탈환대대의 훈련 현장을 찾았다. 글=조수연/사진=조종원 기자
창틀 넘고… 건물 외벽 오르고…
“유격 자신!(유격훈련, 잘 해낼 자신 있습니다)” “할 수 있다!”
4일 오전 강원도 인제군 을지유격훈련장. 봄꽃으로 물든 산능선에서 체력과 정신력의 한계를 마주하며 자신을 채찍질하는 장병들의 함성이 메아리쳤다.
수도탈환대대 장병 380여 명이 올해 육군 유격훈련의 문을 열었다. 3일부터 오는 7일까지 이어지는 훈련에는 간부와 병사가 모두 교육생으로 참여해 굵은 땀방울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으레 생각하던 유격훈련장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훈련장 곳곳에 다양한 양식의 건물과 하수관·난간 등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조물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올해 개장한 을지유격훈련장은 장애물 훈련과제 18개 중 6개가 도시지역 장애물 극복 코스로 구성됐다.
기본 유격 체조를 마친 교육생들이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시가전에서 건물 외벽을 넘기 위한 ‘인공암벽 오르기’. 인간이 가장 큰 공포를 느낀다는 11m 높이의 건물을 듬성듬성 놓인 외벽 구조물을 밟고 오르는 코스다. 하네스와 안전고리를 착용한 교육생들은 벽에 붙은 구조물을 짚고 밟으며 성큼성큼 올랐다. 정상에 오른 교육생은 “안전고리 해제!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외치며 패기와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어 ‘창문 이용 건물 진입’ 코스에 다다른 교육생들은 순식간에 사다리를 올라 창문을 넘었다. 일부 교육생들은 여러 차례 실패하기도 했지만, 아래서 손을 내밀어 받쳐주는 전우의 도움으로 끝까지 완수했다.
교관들은 시범을 보이기 전 교육생들에게 도시 장애물 극복 훈련의 목적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교육생들도 새로운 유격훈련 취지에 공감하며 적극적으로 훈련에 임했다.
교관 정하민 중사는 “유격전문과정을 수료하고 유격훈련을 여러 번 지도했지만, 도시 장애물이 있는 훈련장은 처음”이라며 “교관·조교·교육생 모두가 처음 겪는 종류의 유격훈련이지만, 한 명의 낙오자 없이 완수해 뿌듯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절벽 지형에서 외줄다리 등 고난도 훈련
을지유격훈련장의 장애물 과제는 △외봉 건너기 △난간 이동 △인공암벽 오르기 △케이블 이용 통과 △창문 이용 건물 진입 △담장 넘기 △산악 장애물 △고층 사다리 오르기 △하수관 통과 △한 줄 다리 △두 줄 다리 △세 줄 다리 △섬 뛰기 △외나무다리 건너기 △종합 장애물 △5단 봉 뛰어넘기 △경사면 오르기 △바위 넘기 등 18개 코스다.
도시 장애물뿐만 아니라 산악 장애물 코스도 실감나게 구현한 게 특징이다. 교육생들은 이어진 산악 장애물 극복 훈련에서 깎아지른 듯한 절벽 지형에서 후면 하강, 등반, 외줄다리 등의 고난도 훈련을 펼쳤다.
산악 장애물 극복 훈련의 하이라이트는 ‘외줄다리 건너기’. 교육생들은 한 줄 밧줄에 의지해 “유격 자신!”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아차하면 대롱대롱 매달리는 신세가 되지만 포기란 없었다. “파이팅!” “할 수 있어!” 저마다의 응원 구호가 또 훈련장을 가득 메웠다. 두 팔은 부들부들 떨리고, 두 다리는 천근만근이지만 전우들의 응원과 교관의 호령에 마음보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오전 훈련을 마친 문영관 상병은 “처음 훈련장에 왔을 땐 ‘내가 저 건물을 오를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성공하고 나니 자신감이 샘솟는다”며 “자다가도 건물 외벽을 오르고, 암벽을 탈 수 있을 정도로 유격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체력·장애물 극복·팀워크 중점 숙달
12사단은 지난 2019년부터 도시지역 전장 상황을 구현한 을지유격훈련장 조성을 추진했다. 현대전에서 피해 갈 수 없는 도시지역작전에서 필요한 기본기를 닦기 위함이다.
장애물 극복 훈련 외에도 훈련 첫날 입소 행군(20㎞), 매일 훈련 종료 후 산악 뜀걸음, 야간 전투영화 시청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유격전문과정을 수료한 인원으로 편성된 교관들은 훈련 한 달 전부터 예행연습을 하며 보완점을 도출·개선했다.
을지유격훈련장에서는 오는 11월까지 25개 부대 장병 5500여 명이 차례로 유격훈련에 참가할 예정이다.
정성환(중령) 수도탈환대대장은 “이번 유격훈련의 중점은 강인한 체력, 장애물 극복 능력, 팀워크 배양”이라며 “부대 특성상 후방, 산악, 도시 지역 상황을 모두 숙달해야 하는 만큼 ‘훈련 또 훈련’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