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바둑고수들은 바둑에서 이기기 위한 전법을 연구하는 데 노력을 쏟습니다. 그런데 옛날 중국의 고수들은 새로운 것을 창안해 내는 연구를 열심히 했던 것 같습니다. 바둑에 관한 이론, 비결은 물론이고 진기한 묘수나 초반 정석 같은 것을 개발하였습니다.
그 중에는 바둑기술을 하나의 예술품으로 만든 것도 있습니다. 축을 소재로 하여 만든 재미있는 모양이 있어 소개해 봅니다.
[1도] 이 모양은 북송 때 나온 <망우청락집>에 실려 있는 문제입니다.
[2도] 백1로 귀의 흑돌을 공격하면 백17 이하로 몰아가는 축이 됩니다. 이 축은 우상귀에서 뺑 돌아 왼쪽으로 되돌아옵니다. 결국 백99에서 흑이 잡히게 됩니다.
이 모양은 문제를 푸는 묘미도 있지만, 흑백의 돌들이 만들어낸 모양이 재미있죠. 하나의 예술작품 같지 않습니까.
이 문제의 창작자도 예술적인 면을 생각하며 만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는 훗날 조금 수정되어 조형미를 더 하게 됩니다.
[3도] 이것은 원나라 때 나온 <현현기경>에 실려 있는 모양입니다. 왼쪽의 모양을 조금 바꿔서 백105까지 축으로 몰아 잡게 됩니다. 앞의 문제보다 더 멋들어진 모양으로 흑을 잡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이렇게 수정한 사람도 예술성을 고려했음에 틀림없습니다.
[4도] <현현기경>의 묘수풀이 중에는 이런 모양으로 된 것도 있습니다. ‘목왕행팔방세’라고 불리는 문제인데요. 축으로 몰다 보면 사방이 똑같은 특별한 문양을 만들게 됩니다.
오늘날에는 이런 예술적인 작품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승부에서 이기기 위한 기술에 치우쳐 이런 것은 부질없는 시간낭비라고 보기 때문일까요.
예외적인 경우가 있습니다. 미학사(美學士)로 불린 김수장 9단은 <창작사활>을 냈는데, 한자의 형태를 딴 묘수풀이 문제를 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바둑지도사들이 종종 어린이들에게 보여주는 ‘하트축’이 있습니다.
[5도] 축으로 몰아 끝까지 가면 하트 모양을 만들게 됩니다.
이 모양은 일본의 나카야마 노리유키 7단의 책에 나와 있습니다.
https://senseis.xmp.net/?ValentinesDayProblem
예술성이 가미된 이런 문제를 풀어보는 것도 색다른 묘미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