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더지의 고민> <두더지의 소원> <별 낚시>
김상근 글.그림 / 사계절
배은영 발제 / 2021.2.19.
김상근 작가는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와 이야기하기를 좋아했고 대학교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했습니다. <두더지의 고민>은 작가의 첫 그림책으로, 2014년 볼로냐 아동 도서전에 소개되어 의미가 확장하는 서사와 감성적인 캐릭터로 좋은 평가를 얻었습니다. 다음 그림책 <두더지의 소원>은 첫 작품인 <두더지의 고민>보다 먼저 작가가 품고 있던 이야기로 미국에 있는 어린이 도서관 협회에서 우수 도서로 선정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뮌헨 국제 어린이 청소년도서관에서 매해 전 세계 어린이 책 중 보편성과 창의성, 예술성이 뛰어난 책 200권을 선정하여 수여하는데 올해 2020 화이트 레이븐즈에 <별 낚시>가 선정됐습니다.
<두더지의 고민>
눈이 펑펑 오는 밤, 두더지는 고민에 빠져 머리에 눈이 쌓이는 줄도 모르고 어두운 숲길을 걷습니다. 두더지만 모를 뿐 숲 속 동물들은 모두 두더지를 주시하고 있지요. 어두운 밤, 계속 쏟아지는 눈, 두더지의 머리에 수북이 쌓여가는 눈 더미가 두더지의 깊은 고민을 나타내는 것 같습니다. 고민이 있을 때는 고민을 말하며 눈덩이를 굴려보라는 할머니의 말이 생각난 두더지는 열심히 눈덩이를 굴립니다. 깊은 고민에 빠진 두더지는 눈덩이에 개구리, 토끼, 여우, 멧돼지, 곰이 파묻힌 지도 모른 채 어마어마하게 큰 눈덩이를 만듭니다. 눈덩이의 크기만큼이나 고민이 크다는 것이겠지요?ㅎㅎ
그 때 살려주라는 소리에 두더지는 눈덩이 속으로 들어갑니다. 두더지라는 캐릭터에 딱 맞아 떨어지는 역할이지 싶네요. 눈덩이를 파고 들어간 두더지는 동물 친구들을 구해내서 눈덩이를 탈출합니다. 친구들은 그 어떤 날보다도 환한 아침 해를 함께 맞이하게 되지요. 친구가 없는 것을 고민하던 두더지는 이제는 친구들과 뭘 하며 놀까 행복한 고민에 빠집니다. 친구에 대한 고민은 두더지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닌 듯합니다. 밤중에 귀를 쫑긋거리는 토끼, 피리를 부는 여우, 혼자 저녁 먹는 멧돼지, 눈사람 만들던 곰도 모두 혼자였지요. 눈덩이를 굴리기 전의 어둡고 차가운 숲 속과 눈덩이를 헤치고 맞이하는 눈부시다 못해 따사롭게 느껴지는 아침 햇살은 동물 친구들의 마음을 드러낸 듯합니다. 동물들의 다양한 표정은 우리를 웃음 짓게 만듭니다. 뒷모습을 보이며 눈덩이를 굴리는 친구들의 엉덩이를 한 번 톡톡 두드려주고 싶네요.
<두더지의 소원>
첫 눈이 온 날 혼자 집에 가던 두더지는 눈길에 있던 눈덩이에 고민을 말하며 함께 버스를 타려고 정류장까지 눈덩이를 굴립니다. 하지만 눈덩이는 버스를 탈 수 없다며 곰아저씨와 여우아저씨의 버스는 그냥 지나갑니다. 어느덧 밤이 되고 별똥별이 떨어지자 두더지는 소원을 빕니다. 또다시 별똥별이 떨어지지만 두더지는 보지 못하고 눈곰만이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지요. 눈곰도 소원을 빌었을까요? 얼마 뒤 사슴아저씨의 버스가 와서 감기 들까 걱정하며 둘을 태어줍니다. 안경 쓴 사슴아저씨는 눈곰을 못 알아봐서 태워주셨을까요, 아니면 별똥별의 소원이 이루어진 걸까요? ‘버스 안은 잠이 솔솔 올 만큼 따듯했어.’ 우리에게는 참 불길한 소리지요? 따듯했어.
녹아버렸을 거라는 냉정한 말 대신 좀 전에 내린 것 같다는 사슴아저씨의 말에 안도감이 듭니다. 친구가 녹아 없어진 것보다는 어딘가에 있을 거라는 희망이 있으니까요. 아침이 되자 할머니가 부르는 소리에 밖으로 나간 두더지는 눈곰을 다시 만나게 됩니다. <두더지의 소원>은 볼수록 재미가 더해집니다. 버스에서 내리는 승객을 보면 다음엔 어떤 버스가 올지 알 수 있지요. 또한 눈곰의 미세한 움직임도 느껴집니다. 가방을 만들어주자 곰의 팔이 가방끈을 잡는다든지 별똥별을 올려다보기도 하고 버스 타기 전 두더지와 잡은 손이 올라가 있습니다. 어둠 속을 헤치고 환한 빛으로 둘러싸여 눈길을 달리는 사슴아저씨의 버스는 환상적인 느낌을 자아냅니다. 앞면지에 찍힌 하나의 발자국이 뒷면지에선 둘의 발자국으로 바뀌는 것을 보며 두더지와 눈곰이 함께 하고 있을 거라고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별 낚시>
표지의 푸른색이 눈길을 확 끈다. 별을 딛고 토끼옷을 입은 아이의 웃는 얼굴이 나도 웃게 만든다. 잠 못 드는 밤 달님에게 ‘나랑 놀자’ 말하자 하늘에서 별이 내려오는 신기한 일이 일어난다. 달나라 토끼와 함께 밤에 잠 못 드는 친구들을 달로 끌어올린다. 여섯 친구가 진지하게 낚시를 드리우는 장면은 ‘다음엔 뭐가 나올까?’라는 기대감과 긴장감마저도 느껴진다. 드디어 뭔가가 걸리고 점점 환해지다가 생각지도 못한 별무리가 나타난다. 별들과 실컷 놀고 혼자 남겨질 토끼를 위해 별자리를 만드는 친구들의 따뜻한 마음도 드러난다. 모두들 잠들고 토끼도 별자리 아래서 잠이 드는 평온한 밤이 찾아온다. 잠 못 드는 아이를 보니 예전에 우리 아이들 재우던 생각이 난다. 어떻게든 재워 보려던 엄마와 말똥말똥 눈 뜨고 있는 아이, 결국 내가 먼저 잠든 적이 많았던 것 같다.
김상근 작가님의 그림책은 따듯하다. 이야기의 시작은 혼자이지만 친구들이 하나 둘 늘어가며 즐거움이 더해지는 내용도 따듯하지만 터치감이 느껴지는 그림이 섬세하면서 편안함을 주는 듯하다. 그리고 항상 나오는 노란색이 밝음, 희망, 모든 고민의 해결 등등 강렬하진 않지만 잔잔하게 마음에 따듯함을 전해준다. <별 낚시>는 잔잔한 듯 강렬한 푸른색이 전작들에 비해 확실히 표지부터 눈길을 끈다. 하지만 중간에 나오는 노란 별무리는 역시나 아늑하고 따듯한 느낌이다. 작품마다 등장하는 동물들도 토끼, 여우, 곰, 두더지 등 비슷해서 친근하고 은근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