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만남
도서관에서의 짝꿍활동이 처음인 유경이는
활동 전 하고싶은 것을 종이에 적었습니다.
문경석 선생님께서 제게 문자로 그 내용을 보여주셨습니다.
“언니 안녕!”
유경이와 도서관에서 만났습니다.
순간 “난 선생님이야” 말해야 하나 고민했지만
바로잡을 타이밍을 놓쳐, 하루동안 언니로 불렸습니다.
유경이는 저와 은행동 지하상가 구경하고,
조각피자 먹고, 오락실에 가보고 싶다 했습니다.
문경석 선생님께서 은행동까지 데려다주셨습니다.
가는 동안 선생님과 잠시 대화 나눴습니다.
그중 천문학을 전공하셨다는 이야기가 인상 깊습니다.
선생님께 여름 별자리에 관해 여쭤보고 싶었는데,
다들 그런 것만 물어본다고 하셔서.. 참았습니다.
2. 지하상가 구경
은행동 지하상가에 도착한 후,
유경이는 초코 아이스크림을 손에 들고
지하상가 상점 하나하나를 구경했습니다.
유경이의 목소리에 집중하느라
허리가 절로 휘어졌습니다.
유경이는 화려한 것을 좋아합니다.
반짝이는 것에 저항없이 “우와~ 예쁘다” 했습니다.
형형색색의 네일아트 가게, 반짝이는 구두 가게,
보라색 핑크색 불빛이 나오는 점술 가게,
인형과 스티커가 잔뜩 있는 소품샵.
예쁜 걸 보면 사고싶거나 갖고싶을 법도 할텐데,
유경이는 “나는 어른이 되면 이런 거 꼭 사야지!” 하며 쿨하게 넘깁니다.
3. 오락실 탐방
유경이가 오락실에 가보고싶다 하길래,
오락실에 자주 가봤거나 좋아하는 줄 알았습니다.
크고 시끄럽고 정신없는 오락실에 들어서자
유경이는 제 옆에 찰싹 붙었습니다.
그래도 심란해하기보다는,
조심스럽게 모험을 떠나는 유경이.
저와 함께 틀린그림 찾기 하고, 농구 게임 하고,
인형 뽑기 한판 하고, 풍선 던지기를 했습니다.
그 결과 귀여운 핑크색 문어 인형을 얻었습니다.
4. 즉석사진
여러 사진 가게들 중,
유경이가 좋아할만한 아기자기한 사진 가게를 골랐습니다.
귀여운 머리띠와 화관을 번갈아 써보며
맘에 드는 것을 세 개 골라 사진을 찍었습니다.
유경: 우와~ 예쁘다. 이게 제일 맘에 들어요. 신난다!
5. 노래방
사진 찍다 말고 유경이가 화장실을 찾길래 당황했습니다.
아직 대전을 잘 모르는데, 시내 한복판에 화장실이라니요.
우리는 비교적 눈치가 덜 보이는 코인노래방 화장실에 갔습니다.
그리고 노래방에서 노래도 불렀습니다.
유경이가 부르고 싶은 곡을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도 해봐요”
분명 유경이가 부르고 싶다고 해서 온 노래방이었는데
제가 더 많이 부른 것 같은 건 왜일까요..
6. 조각피자
유경이가 먹고 싶어 한 조각피자를 먹었습니다.
“아이고 동생 데리고 나들이 왔나보네
어쩜 이렇게 둘이 닮았을까~”
저희는 지하상가 의자에 앉아 피자를 냠냠 먹었습니다.
초코 아이스크림을 먹었는데도 유경이가 피자를 아주 잘먹었습니다.
7. 인형
유경이가 많은 것을 구경하면서
예쁘다 한 건 많아도, 사고 싶다 한 건 없었는데
모루 인형에 유경이가 반응했습니다.
먹고 노는 데 돈을 꽤나 많이 쓴 것 같아서 망설여졌습니다.
문경석 선생님께 전화드렸더니, 이정도는 괜찮다 하십니다.
유경이가 기뻐하며 “조각 피자 먹고 만들어봐요” 했습니다.
피자를 다 먹고
고양이를 만들고 싶다던 유경이와 함께 모루인형을 만들었습니다.
같이 털실을 구부리고, 눈코입을 달아 완성했습니다.
“우와 꽤 잘됐다”
인형을 가지고 놀면서 유경이가 많이 웃었습니다.
8. 유경이는요
유경이는 참 사랑스러운 사람이에요.
많이 걷느라 힘들었을 텐데도,
새로이 마주하는 것을 신기해하고 놀라워해요.
그리고 감탄하고 칭찬해요.
마치 세상을 처음 만난 팅커벨 같았어요.
"우와~ 예쁘다" "우와~ 멋있다"
한번도 불평하거나 힘들어 하지 않았어요.
유경이의 눈으로 세상을 살아가보고 싶었습니다.
그런 유경이와의 짧은 데이트가 참 즐거웠습니다.
덕분에 좋은 추억이 생겼습니다.
첫댓글 '"우와~ 예쁘다" "우와~ 멋있다"
한번도 불평하거나 힘들어 하지 않았어요.
유경이의 눈으로 세상을 살아가보고 싶었습니다.'
저도요.
사랑스러운 유경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