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 빠진 독을 십자가로 막아라
(전도서 2:1-11)
20231023
솔로몬은 부귀와 영화를 다 누려본 왕이다. 부귀와 영화는 평범한 사람들이 추구하는 행복의 조건이다. 그렇다면 솔로몬은 행복한 왕이다. 그러나 솔로몬은 그렇지 못하다고 고백한다. 부귀와 영화의 끝을 보았지만, 충분하지 않고 행복하지도 않다고 한다.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비하하는 것은 부러움의 한 증상일 수 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다 경험한 후에 하는 말이라면, 나름대로 신빙성이 있다. 솔로몬은 자신이 누렸던 부귀와 영화가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다고 고백했다.
행복은 절대적이지도 않고 상대적이지도 않다.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행복해지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행복의 정점이 있어서 거기에 도달하면 행복하다고 평가할 수도 없다. 행복은 지극히 독립적이고 개인적이다. 아흔아홉을 가지고도 부족함을 느끼는가 하면, 하나를 가지고도 만족할 수 있으니 행복은 자신의 마음을 담는 그릇이다. 플라톤은 행복의 조건으로 다음의 다섯 가지를 꼽았다.
● 플라톤 5가지 행복의 조건 ●
▶모든 사람이 칭찬하기에 약간 부족한 용모.
▶먹고 입고 살고 싶은 수준에서 조금 부족한 듯한 재산.
▶연설을 듣고서 청중의 절반은 손뼉을 치지 않는 말솜씨.
▶겨루어서 한 사람에게 이기고 두 사람에게 질 정도의 체력.
▶자신이 자만하고 있는 것에서 사람들이 절반 정도밖에 알아주지 않는 명예.
플라톤의 주장대로라면 솔로몬은 행복하지 않았다. 그가 누린 부귀와 영화를 보고 어떤 이들은 행복했을 것이라 평가하며 부러워할지 모르지만, 솔로몬 스스로 행복하다고 자평하지 않았다. 혹시 지혜의 왕이라고는 부를지는 모르지만, 행복했던 왕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무지개처럼 있기는 있는데 손에 잡히지 않는 행복을 대신하여 즐거움과 쾌락을 찾기도 한다. 그러나 그 즐거움도 무지개다. 무지개가 보이는 쪽으로 아무리 달려가도 그 끝을 잡을 수 없다. 가면 가는 만큼씩 물러선다. 빨리 쫓아가면 더 빨리 도망가다가 어느 순간에 사라진다. 무지개를 잡은 것이 아니라 무지개의 늪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허우적거린다.
술로 즐거움을 삼는다면 결국은 술독에 빠져 알코올 중독으로 자신은 물론 함께하는 가족에게도 무거운 짐이 되고 만다. 돈 이 무지개가 되어 유혹하기도 한다. 많이 벌면 더 벌지 못한 만큼 가난해진다.